저예산이라고 재미마저 값쌀소냐
  • 김인구 (JES 기자) ()
  • 승인 2007.08.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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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해피엔딩>(싸이더스FNH·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 강경훈 감독)은 여러모로 지난해 히트작 <달콤, 살벌한 연인>과 비교되는 작품이다. 제작비가 10억원 안팎으로 저예산이지만 소재의 독특성과 잘 짜여진 시나리오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순제작비 9억원을 들여 무려 2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톡톡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소재도 이전에는 별로 다룬 적이 없는 블랙코미디였다. 연출을 맡은 손재곤 감독은 각본까지 맡아 어딘가 원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감칠맛나는 내러티브와 대사를 보여주었다.
17억원 들여 100% 세트 촬영
<죽어도 해피엔딩>은 17억원에 모든 것을 맞추었다. 지난해보다 상승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경기도 남양주시 종합촬영소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합숙을 해가며 집중적으로 만들었다. 100% 세트 촬영. 극중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촬영 기간은 지난 5월 중순부터 7월1일까지의 초여름이었다.
소재 역시 블랙코미디이다. 가상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가 4명의 남자로부터 동시에 프러포즈를 받으면서 엽기적이고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진다.
대신 원작은 있다.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며 명작으로 기록된 프랑스의 코믹 잔혹극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1999). 하지만 원작의 형태와 인물을 빌려왔을 뿐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국내 관객에 맞게 각색된 셈이다.
여기에 출연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와 감독의 재기발랄한 연출이 맛깔나게 더해졌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극중 이름으로 사용한 예지원은 최강희와 나란히 연결된다. 다만 최강희가 순진하면서도 잔혹함이 숨어 있는 캐릭터라면 예지원은 순진무구한 성격에 좀더 가깝다. 그리고 자칫 들뜰 수 있는 분위기에서 절제미를 발휘한다.
조희봉·박노식·정경호·리차드 김 등 4명의 청혼자는 박용우에서 분화한 인물들이다. 각자의 캐릭터가 그대로 살아 있어서 관객들에게 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엽기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를 연기한 장현성과 여배우의 매니저 임원희의 캐릭터는 상반되면서도 특징적이다. 장현성이 사건을 캐기 위해 ‘장군’하면, 예지원을 돕는 임원희가 ‘멍군’하는 식이다.
이 작품이 장편 데뷔작인 강경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도 영화적 재미를 완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형사가 담배를 피기 위해 라이터 불을 켜는 장면의 만화적인 과장, 변기에다 그것도, 오물이 남아 있는 곳에 머리를 처박아야 하는 상황, 공포 영화 <링>의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신까지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그림이지만 과장과 절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연출로 결코 낡아보이지 않는다.
15세 관람가. 8월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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