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 견인차
  •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07.09.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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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선진 시장 편입 결과에 따라 양질의 외국 자금 들어올 것

 
주식시장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에게 3000 시대를 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10명 중 9명은 외국인 투자자라고 말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외국인 투자자의 무차별적 ‘셀 코리아(Sell Korea)’를 지켜본 개인 투자자 처지에서는 당연한 대답이다. 특히 외국인과의 대결에서 연전연패한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미울 수밖에 없다.
정말 외국인이 3000 시대를 향하는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정답부터 말하면 반은 맞는 얘기이고 반은 틀린 얘기이다.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주식시장 상승을 늦추겠지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멈춰지면 오히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받드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외국인의 정체에 대해 한 꺼풀 벗겨보면 이 말을 이해하기가 쉽다.
현재 적극적으로 팔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금들이다. 즉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다. 현재 외국인이 팔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올려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면 된다. 이들은 중국과 인도 등 좀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흥 시장으로 갈아타기를 한다.
한화투자신탁운용 김영일 본부장은 “국내 증시는 과거에 비해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고 주가 변동성 역시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고수익을 쫓는 외국 자금들이 국내 증시에 있을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가 변동성이 높은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은 지속적인 유출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안정적인 선진 시장 투자 자금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현재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 펀드는 한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GEM Fund)와 아시아지역펀드(일본 제외), 인터내셔널펀드, 태평양지역 펀드 등 4개로 나뉜다.
이 가운데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는 한국이나 인도 등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이고 인터내셔널펀드는 선진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이다. 이들 펀드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하기에 통상 한국 관련 펀드에 자금이 유입·유출되면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도’ 또는 ‘매수’가 이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률 낮은 탓에 돈 빠져나가
그러면 이들 펀드의 최근 움직임은 어떠한가.
삼성증권에 따르면 GEM 펀드는 펀드 내 한국 비중이 지난 2006년 1월 18.35%에서 올해 1월 말 12.67% 크게 줄었다. 7월 말 현재 14.00%로 소폭 늘기는 했지만 지난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아시아지역펀드는 이보다 더 변동 폭이 커 지난해 1월 말 27.04%에서 올해 1월초 18.70%까지 낮아졌다.
반면 인터내셔널펀드는 지난해 1월 말 2.91%에서 올해 1월 말 2.03%로 소폭 줄어든 이후 7월 말 현재 2.45%로 오히려 늘었다. 물론 아직 한국 비중이 미미해 변동률은 적지만 선진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양질의 자금은 국내 시장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 파트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헤지펀드는 현금 확보를 위해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 공세를 펼쳤지만 뮤추얼 펀드와 연기금 펀드는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고 관망했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에도 비슷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신흥 시장 펀드는 지난 2004년 4월 차이나 쇼크 당시에는 한 달간, 2006년 5월 버냉키 쇼크 당시에는 두 달간 자금 유출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이기간 인터내셔널펀드보다 GEM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가 컸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신흥시장만 보면 최근 1∼2년간 급등세로 인해 한국 증시가 그만큼 주가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얘기이다. 오파트장은 “외국인 매도는 3년째 지속되고 있다. 브릭스(BRICs) 시장을 필두로 여타 대체 시장의 성장 모멘텀이 부각되는 이상, 차익 실현과 교체 매매 관점에서 외국인은 매도 전략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매도세의 끝은 어디일까? 증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지는 수준까지 매도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비중이 지난 2004년 44%에서 2006년 34%로 줄었지만 아직 멀었다. 적어도 30% 이하로 떨어져야 양질의 외국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박센터장의 말처럼 양질의 외국 자금이 들어올 경우 오히려 3000 시대를 맞는 밑거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9월20일 열리는 한국 증시의 FTSE(Fiancial Times Stock Exchange)의 선진 시장 편입 결과가 국내 증시에 대한 양질의 외국 자금 유입 시기를 결정할 전망이다. 현재 한국 증시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는 신흥시장으로, FTSE 지수에서는 준선진 시장으로 각각 편입되어 있다. FTSE의 편입 여부가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대형 펀드, 특히 미국계 펀드의 운용에 주요 기준으로 쓰이는 지수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글로벌 펀드들이 각국의 자본 시장에 투자할 때 MSCI지수나 FTSE지수를 포트폴리오 구성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삼성증권은 이번에 한국 증시가 FTSE 선진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 약 76억 달러(7조1천4백억원)가 순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센터장은 “외국인의 자금이 단기 자금에서 중장기 자금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중요한 의미이다. 중장기 외국 자금이 국내 증시로 본격 유입되는 순간이 3000 시대를 맞는 때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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