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가 관건 될 듯
  •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 ()
  • 승인 2007.09.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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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에 무려 3백50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던 주가가 8월 말에 다시 2백50 포인트나 올랐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 것이다.
향후 시장은 변동성 축소와 함께 주가 탄력이 동시에 떨어지는 지지부진한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1천9백 포인트를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시장의 탄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 증가 둔화 때문이다.
2002년에 미국이 정책 금리를 1%까지 낮추면서 세계적으로 거대한 잉여 유동성이 만들어졌고, 이 힘이 채권에서 시작해 상품과 부동산을 거쳐 주식을 끌어올리는 힘이 되었다. 문제는 이같은 저금리 기조가 2년 전에 끝났다는 점인데, 지난 몇 년간 미국은 15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고 다른 선진국도 동일한 금리 정책을 폈다. 저수지에 고여 있는 물은 꽤 되지만 흘러들어오는 물줄기가 끊어진 것처럼 유동성 증가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
유동성 증가 둔화는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최근의 미국 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역시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올 들어 한국 증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올랐다. PER(주가순이익배율)이 13배 수준까지 올라갔는데, 이 수준에서는 한국 시장이 다른 이머징 마켓(신흥시장)과 비교해 특별히 매력을 갖지 못한다.
조정 장세를 뚫고 지수 3천 포인트 시대를 열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은 경제 체질이 한 단계 더 개선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쉽지 않다면 최소한 경기 활성화가 지속되어 기업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야만 한다.
2000년 이후 국내 경기가 좋았던 기간은 평균 1년 반을 넘지 못했다. 과거 평균 지속 기간 3년과 비교했을 때 순환 주기가 짧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경기 회복이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 부분이 현실화된다면 주식시장은 힘든 기간을 맞을 것이다. 경제 구조 조정이 이루어지던 1980년대 미국의 주식시장 동향을 보면 구조 조정 이후 처음에는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는 주가 상승이 나타났지만, 이후에는 경기 활성화를 통해 이익이 꾸준히 는 것이 주가 상승의 바탕이 되었었다. 이런 점에서 내년 경기의 방향이 주가의 장기 상승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텐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국내 금융 자산이 저축에서 투자로 방향을 틀었고, 풍부한 잉여 유동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3천 포인트에 육박할 정도로 장기 상승이 이루어지려면 돈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수에 필적할 만한 펀더멘탈 개선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 흐름이 완만해지면서 투자 종목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주가 움직임을 본 투자자라면 종목 선택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을 텐데, 과거에 동일한 부류로 분류되었던 주식들도 이제는 기업 내용 위주로 각개 약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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