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늪’에 빠진 중국 “답이 없네!”
  • 조홍래 (언론인·전 연합뉴스 외신국장) ()
  • 승인 2007.09.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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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 최대 오염물질 배출국 될 듯…‘성장’ ‘환경’ 두 토끼 쫓기 안간힘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산업 국가가 된 나라는 역사에 없다. 그러나 초고속으로 경제 대국이 된 중국에서 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공해는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중국의 공해는 그 성장의 속도와 규모만큼 기록적이다. 중국의 공해는 개별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우려가 되고 있고 심지어 집권 공산당에 정치적 위기까지 안겨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경고한다. 문제는 중국이 이렇게 심각한 공해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의 공중 보건은 취약하고 공해로 인한 암은 최대 사망 원인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만 하더라도 매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근 5억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한다. 도시들은 마치 회색의 유독 수의(壽衣)에 싸여 있는 것 같다. 5억6천만 도시 거주자 가운데 겨우 1%만 유럽연합(EU) 기준에 적합한 공기를 마신다. 베이징은 2008 올림픽을 앞두고 공기 정화를 위한 묘책을 찾고 있으나 아직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공업 도시에서는 태양을 보기 어렵다. 어린이들은 납 중독과 기타 공해로 죽거나 병들어간다. 해안은 적조로 오염되어 생물이 살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외국에도 있으나 중국의 실상은 너무 심각하다. 공해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스스로의 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다. 중국은 수십 년째 두 자릿 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눈부신 성장은 중공업의 팽창과 도시화를 수반하고 여기에는 에너지가 투입된다. 에너지는 ‘가장 더러운 자원’이라고 불리는 석탄이 주원료가 된다. 괄목할 성장은 동시에 짐이 되고 있다고 중국의 환경학자는 지적했다. 이제 대책을 세울 때가 되었으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공해는 국제적 문제가 되었다. 석탄 연료를 사용하는 중국 공장에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와 산화질소는 서울과 도쿄에 산성비를 내리게 한다. 일부 공해 물질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까지 날아간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공해로 인한 지구온난화 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여전히 산업화에만 열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2010년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중 중국이 최대 공해 물질 배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환경평가국은 이미 그 수준을 지났다고 지적했다.
공산당의 처지에서는 공해의 파장이 단순한 공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을 둔화시키더라도 공해를 다스리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 체제는 성장에 중독되어 있다. 번영은 한편으로는 국민을 취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리들을 부패시켜 정치적 변화에 대한 욕구를 무디게 만든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성장을 감속하면 사회 불안이 생기고 기업은 위축되며 결과적으로 공산당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공산당이 이런 모험을 할 리가 없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성장 우선 정책을 손질해 성장과 환경 보호를 조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올 신년연설에서 환경 보호와 공해라는 말을 48번이나 언급했다. 정부는 공해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공해 관련 수출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는 줄었고 공해 배출 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동시에 태양 및 풍력 발전을 위한 준비도 시작했다. 2008 올림픽과 관련하여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환경 보호 기준도 강화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조치는 공해 배출 규모에 비하면 미봉책에 불과하고 효과도 미미하다.
앞으로 예상되는 더욱 심각한 시련은 물 부족이다. 중국의 가용 수자원은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남부에는 그런 대로 물이 있으나 인구의 절반이 사는 북부는 사막화되고 있다. 중국은 범람하는 양쯔(揚子) 강물을 메마른 황화(黃河)로 이동시켜 운하, 강, 못 등에 물을 채우는 6백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게 성공해도 북부의 물 부족은 해소되지 않는다. 물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도 중국에는 물을 아끼는 문화가 없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 산업체들은 다른 나라보다 4 내지 10배의 물을 사용한다. 중국의 공장들은 정화하지 않은 공장 폐수를 지표에 버린다. 그 결과 강물이 오염되어 3분의 1은 공업 및 농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5급수로 썩었다.
가용 수자원도 미국의 5분의 1
이런 수준의 오염이 인간에 미치는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공해에 관한 수치를 보도하지 못하게 한다.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공해가 최대 사망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
 
람은 없다. 2003년에 발표된 중국환경연구소 보고에 의하면 매년 공기오염으로 30만명이 사망한다.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병과 폐암이다. 11만명은 실내 공기 오염으로 죽는다. 2005년의 정부 보고에 의하면 공기 오염으로 인해 나이에 비해 일찍 죽는 사람은 2010년에 38만명, 2020년에 55만명에 도달한다. 올해에만도 실내 공기 오염에 따른 사망은 35만명 내지 40만명에 이르며 그밖에 물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6만명에 달했다. 중국은 환경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보건 관련 수치는 삭제했다. 사회 안정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서라는 것이다.
2002년 후진타오(胡錦燾)가 당 서기장이 되고 이듬 해 원자바오가 총리가 된 이후 중국 지도부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하고 환경 오염도 방지해야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이들의 지상 명령은 하달되지 않았다. 성장 우선이라는 정치 문화에 휩쓸려 환경 문제는 간과되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중국 경제는 11.9% 성장했다. 수십 년래 최고 기록이다. 중공업과 수출 관련 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석탄 소비는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성장과 비례해 공해도 성장한다는 말이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는 공산당에 대한 정치적 도전을 봉쇄하는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성장과 환경 보호를 균형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실패했다. 환경 문제는 뿌리가 깊다. 정치적 변화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정부는 지방 관리들에게 경제를 발전시키는 권한과 의무를 주었다. 관리들은 은행 융자. 세금, 토지 이용 등에서 전권을 휘둘렀다. 이런 방식이 성장에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을 무시한 성장 드라이브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후진타오 주석은 2004년 연설에서 환경을 보존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그린(green) GDP’ 개념을 도입했다. 이 과제를 담당한 팀은 매년 환경과 건강 비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용을 산출했다. 2004년 수치는 3%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발표가 중단되었다. 수치가 너무 높아 공개하지 못한다는 추측만 무성하다. 그린 GDP 관계자들은 이 계획이 사실상 사장되었다고 말했다.
공산당의 영구 집권을 위해 추진한 성장 우선 정책이 공해와 환경 문제를 낳고 이 때문에 성장도 장기 집권의 꿈도 다 놓치는 이율배반의 기로에 중국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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