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작업 끝에 피는 환한 풍경화
  • 김지수 인턴 기자 ()
  • 승인 2007.09.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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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족 화가 황정언씨
 
1993년 5월 일어난 교통사고는 황정언씨(42)의 인생을 1백80。 바꾸어 놓았다.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그는 이후 ‘구족 화가’가 되었다.
황씨는 주로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이를 모티브 삼아 입에 붓을 물고 풍경화와 정물화를 그린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어주는 아내와 사진의 구도를 두고 다투는 일도 많았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들다. 구도를 보려면 캔버스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 또한 몸이 자유롭지 못한 데다 붓의 길이가 한정되어 있으니 붓이 닿을 수 있는 범위도 좁다. 한때 그는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 보기 흉해 방에 있던 거울을 치워버린 적도 있다. 황씨는 “고통과 불편함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더라. 그냥 무뎌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그의 그림은 놀랍게도 항상 밝고 온화하다. 그는 “사고를 당한 후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던 사람은 나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달 거르지 않고 ‘정상회(척추 중 가장 높은 곳을 다친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함께 재활원을 찾아 환자들에게 힘을 준다.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황씨는 “나만의 색을 찾을 때까지 다양하게 그려볼 것이다. 입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프리미엄 없이 다른 화가와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멋진 작품을 그리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탤런트 황신혜씨의 동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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