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 ‘약발’, 10월 지지율이 판가름
  • 안성모 기자 ()
  • 승인 2007.09.1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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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거 전문가들이 진단한 ‘대선 핵심 포인트’ / 20% 내로 차이 좁혀지면 해볼 만…남북 관계는 큰 변수 안 돼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올 대선은 과연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까? 50% 안팎의 ‘지지율 고공 비행’을 펼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에 비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지리멸렬’을 거듭하고 있는 범여권. 현 상황을 놓고 보자면 승부의 추는 이미 한 쪽으로 기울어진 듯이 보인다.
하지만 하나마나 한 ‘뻔한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선거판 특유의 불확실성은 이번에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선거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올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진단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
범여권 내에는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한나라당 대 반 한나라당 구도를 만들어야만 승부를 걸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세력들이 처한 상황과 입장이 저마다 달라 후보 단일화로 가기까지는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정치컨설팅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범여권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후보 단일화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런 정도의 정치력이 있었다면 오늘날 여권이 이렇게 분열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유일한 동력은 단일화하면 승산이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대표는 “10월 중순 신당과 민주당의 후보가 확정되는 시점에 이명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20% 이내가 된다면 후보 단일화 동력은 저절로 생길 것이지만, 만약 그때도 30% 이상 지지율 차이가 나면 각 정치 세력은 총선 국면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한 유일한 전략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단일화가 이루어져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홍소장은 또 “2002년 노무현·정몽준 때와 같이 범여권을 두 세력이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유력 후보군에 들어가지 않는 여러 세력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양해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져도 이들 세력을 모두 포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효과를 현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일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을 얼마만큼 설득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2002년 대선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정치 개혁을 위한 연대’라는 입장을 보인 유권자가 50.9%였고, ‘부패정권 연장을 위한 수단’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24.2%에 불과했다. ‘단풍’(單風; 단일화 바람)의 효과는 얼마나 명분을 갖고 단일화를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북 관계 변화
범여권은 오는 10월 초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반면, 한나라당은 이른바 ‘북풍’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남북 평화’ 이슈가 부각될 경우 햇볕 정책을 주창해온 범여권이 상대적으로 유

 
리한 국면을 형성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형준 교수는 “대선에서는 총선과 달리 정부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표하는 ‘전향적 투표’(prospective voting)가 이루어진다. 남북 관계의 변화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미래를 향한 전향적 투표를 하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특히 평화와 경제 문제를 결합시키면 현재 이명박 후보가 주도하고 있는 경제 이미지를 빼앗고 범여권이 선거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이 모든 것을 노대통령이 주도할 경우 범여권 후보의 왜소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명박 대 노무현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이명박 후보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박성민 대표는 “돌발적 상황이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평화 무드가 크게 고조될 것이다”라고 내다본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대선의 판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박대표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 “국민의 무관심”이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은 처음이 아니다.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지 않다. 차분함을 넘어 무관심하기까지 하다”라고 설명했다.
둘째 “남북 관계는 긴장이 높아질 때 전국민의 뜨거운 이슈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박대표는 “1987년 KAL기 사건, 1992년 이선실 간첩단 사건, 2002년 고농축우라늄 개발 프로그램 통보 등과 달리 이번은 긴장이 완화되는 회담이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셋째는 “대중의 관심이 한반도 평화에 있지 않다”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정치적 민주화, 지난 10년간 한반도 평화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기 때문에 이제 대중들은 자신들의 일상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반도 평화가 범여권의 커다란 정치적 성취임이 분명하지만 대중은 이미 주머니에 들어온 것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홍형식 소장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관계 변화가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남북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관리, 즉 연착륙 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고, 국방력의 비교에서도 경쟁은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후보 검증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1차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한 이명박 후보는 앞으로 범여권의 본격적인 검증 공세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보측의 수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도곡동 땅’ 친인척 차명 재산, BBK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 등 각종 의혹이 아직까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범여권은 선거에서는 물론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검증의 칼날을 곧추세울 태세이다.

 
박성민 대표는 “전망이 쉽지 않지만 이후보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한나라당 예비 경선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이후보에 대한 대중적 매력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박대표는 “10월15일 신당 후보가 확정될 즈음 가상 대결 결과가 20% 정도 차이로 좁혀지면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는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범여권은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후보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후 지지율이 다소라도 흔들리면 한나라당 내부도 시끄러워질 수 있는데 정작 위기는 그 다음이다. 위기 자체보다도 위기 관리 능력에 허점을 보이면 작은 위기가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범여권의 ‘이명박 검증’ 공세가 오히려 역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형식 소장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을 할 때는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격하는 후보들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도덕성 등 장점이 없을 경우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공격받는 후보 진영의 결속력만 강화시켜주는 역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소장은 “표적집단 면접법(FGI)을 해보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공격을 받으면 더 뭉치는 경향이 있다. 또 하나 우리의 비판 문화에는 ‘이런 식으로 공격하면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다”라고 부연했다.
김형준 교수는 후보 검증에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요인으로 ‘검증 주최와 시간’ ‘네거티브 검증 학습 효과’ ‘경선을 통한 검증 내성’을 들었다. 먼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는 국민회의와 민주당이 강력한 대선 후보를 조기에 확정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회창 후보를 검증하는 데 주력할 수 있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 검증을 주도할 세력이 없고 시간도 촉박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김대업 사건·기양건설 사건·20만 달러 수수설 등 ‘3대 공작 정치’가 모두 법원에서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의혹 제기 수준의 웬만한 검증으로는 이후보를 공격하기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경선을 거치면서 이후보 검증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도 범여권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며, 더욱이 박근혜 전 대표가 이후보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면서 ‘도덕성 검증은 경선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다’라는 식의 선언을 하면 검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
한나라당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으로 세력이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자 ‘당이 분열하는 것 아니냐’라는 관측이 제기되었다. 특히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측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라고 밝히면서 ‘분열 가능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홍형식 소장은 “경선 후 탈당은 결국 국민들에게 경선 불복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내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이후보측과 결합하고 어느 정도 협조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데, 이 또한 여·야 후보 간 박빙의 대결을 펼칠 때 변수가 되지 현재와 같이 현격한 격차가 날 경우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박성민 대표도 “1992년 대선 이래로 확정된 후보를 흔들어서 그 후보가 낙마한 경우가 없고 오히려 흔든 정치인들만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무리한 행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박대표는 “그러나 대선 이후 총선을 앞두고 현실적인 이유로 분열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지금도 분열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후보에게 위기가 온다면 대선 전에라도 한바탕 홍역을 치를 수는 있다. 이는 이명박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위기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는 양측의 지지 계층이 중첩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나라당에게 축복이자 재앙이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교수는 “이번 한나라당 경선의 특징은 ‘박동이서’(朴東李西)로 집약된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이후보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강세를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지지 계층의 분산은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아름다운 승복’을 선언한 상황에서 섣불리 분열의 길을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분열 가능성은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교수는 “이후보에 대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새로운 검증 의혹이 제기되어 한나라당 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대두되면 그만큼 분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의 영향력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의 역할은 판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이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선거 중립 의무’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가 대선 정국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홍형식 소장은 “이번 대선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여권의 전·현직 대통령 간의 대결로 비쳐질 정도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어느 때보다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홍소장은 “대체로 전·현직 대통령은 적통성을 제기하거나 조직의 울타리를 쳐주는 소극적 방식의 영향력을 선호하는 데 반해,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경쟁 후보를 직접 비판하고 공격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의 영향력 행사가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박성민 대표도 “노대통령은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수시로 언급했고 또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심지어 사상 초유로 야당 대선 후보를 고소하기까지 했다”라고 지적했다. 박대표는 “앞으로도 노대통령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뿐만 아니라 대선 본선에서도 가장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될 것이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도 그렇고 본선에서도 노대통령이 전선의 맨 앞에 서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과연 대선 정국에 어떤 효과로 나타날까? 홍형식 소장은 “조직적 영향력은 물론 네거티브 방식의 공격도 영향력이 약할 것이다. 오히려 이명박 대 노무현 대결 구도로 비쳐져 범여권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박성민 대표도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그것을 의도한 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노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 나설수록 한나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형준 교수는 “노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이슈를 제공함으로써 현재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선점하고 있는 경제 이슈를 평화 이슈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전제가 따른다. “누가 신당 후보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현재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손학규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 노대통령은 대선이 아닌 총선 모드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즉, 퇴임 이후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정치 훈수’ 논란을 불러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박성민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키는 데 김 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확인시켜준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형준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와 연대라는 변수에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관망하고 있는 범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을 한데 묶어주고 나아가 DJP 연대와 같은 대담한 선거 연대를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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