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생명 공장’으로 팔려가는 자궁들
  • 정락인 기자·김지수 인턴 기자 ()
  • 승인 2007.09.15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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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지원자나 의뢰인을 찾습니다.”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생명’을 사고팔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너도 나도 대리모를 자원하고, 흥정과 중개를 하는 ‘출산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다. 대리모가 불임 부부의 아이를 낳아준다는 것은 옛말이다. ‘몸매 관리를 위해’ ‘출산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또는 ‘아들을 낳기 위해’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정작 불임 때문에 대리모를 원하는 사람들은 무분별한 생명 거래에 휘말려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이중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15~39세의 배우자가 있는 여성 중에 불임 부부는 63만5천명에 달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지원해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여성은 1만4천2백6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궁 상태가 양호한 여성만 시험관 아기 시술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대리모를 통해서 아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대리모를 찾는 불임 부부들의 사연은 매우 절절하다. ‘사정상 아기를 가질 수 없어 시험관 대리모를 구합니다.’(다음 블로그) ‘지병과 잦은 수술로 출산을 할 수 없습니다. 대리모 가능하신 분 연락주세요.’(네이버 지식검색) ‘우리 부부는 아기를 가지려고 10년 동안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대리모밖에 없습니다.’(네이버 지식검색)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생명 거래를 통해 한몫 챙기려는 브로커들도 대리모 매매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상업적 대리 출산은 의도적인 낙태나 영아 유기와도 연결된다. 대리 출산 의뢰인이 아들을 원하는데 딸을 출산했거나 대리모가 장애아를 임신·출산했을 경우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로 일어난다.

대리 출산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난자를 생산하지 못해 임신 능력이 없는 부인 대신, 대리모의 난자에 남편의 정자를 인공 수정시켜 임신하게 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부인의 몸에서 꺼낸 난자를 남편의 정자와 체외 수정시킨 후 이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해 임신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성관계를 통해서 출산하려는 의뢰인이 있는데, 자연 임신은 매춘 행위가 된다.

대리모 브로커나 전문 대리모 여성에게는 생명 윤리가 없다. 대리모는 오로지 기계적인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시사저널>은 △대리모 브로커 조직 △대리모 지원자 △대리모 경험자 △대리모 의뢰인 등과 접촉해 위험한 생명 거래의 실상을 추적했다.  

오프라인 조직 사라지고 ‘인터넷 조직’ 활개

대리 출산 브로커 조직은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펼쳐지던 활동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이다. 오프라인에서의 모집 실적이 저조하고 온라인 매매가 성행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동안 대리모 브로커들은 원시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 시설에 ‘대리모 알선’ 스티커를 붙여놓거나 스탬프를 찍어 지원자나 의뢰인을 모집했다. 산부인과 병원이나 빌딩 여자 화장실, 공중화장실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현재 오프라인 브로커 조직은 대부분 사라졌다. 장기 매

 

매나 난자 매매를 하면서 부업으로 대리 출산을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남아 있는 정도이다.

대리 출산 브로커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조직 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에는 조직끼리 일정한 ‘자기 영역’이 존재했다. 영역 다툼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조직원은 3~5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부 브로커들은 조직폭력배와 연계되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금지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브로커 조직 간의 영역이나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진입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신종 브로커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나홀로 브로커’로 불리는 개인 사업자형 브로커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리 출산과 난자 매매를 동시에 알선하는 간 큰 브로커들도 상당수이다. 대리 출산 시장에 ‘자유 시장 경제’ 제도가 도입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브로커들은 지금 상황을 ‘춘추전국시대’라고 말한다.

또 하나는 대리 출산 브로커들이 전국 거점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지방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브로커들이 ‘출장 상담’을 통해 계약을 맺어왔다. 요즘에는 지역 거점을 구축해서 해당 지역에서 직접 상담을 한다. 서울에 있는 브로커에게 부산 지역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자신들과 연계된 해당 지역의 브로커에게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대리 출산 브로커들은 회원 관리가 철저하다. 한번 상담을 하거나 대리 출산을 알선하면 회원으로 영구 관리한다. 전문 대리모를 부추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진, 외모, 나이, 학력, 생활 습관, 출산 경험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 후 대리 출산 의뢰가 들어오면 요구 조건에 맞는 상대를 골라준다. 결혼정보회사의 회원관리 방식과 비슷하다. 만약 관리하고 있는 회원 중에 의뢰인의 요구 조건과 맞는 사람이 없으면, 인터넷 카페에 요구 조건을 상세하게 써놓고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브로커들의 천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리 출산을 의뢰·알선하는 카페나 블로그가 2005년 4개, 2006년 13개였으며 올해는 지난 7월 말까지 15개로 늘어났다.  <시사저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대리모 브로커 조직은 25개 정도.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다. 브로커들도 조직이 몇 개인지 브로커가 몇 명쯤 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대리 출산 브로커들이 많다. 카페나 블로그를 개설하지 않은 브로커들까지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포털 사이트에 대리모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동씨(가명)는 “대리모 사업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비용이 적게 들고 한꺼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다. 대리모를 지원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회원제’가 가능해졌고, 고정적인 수입까지 보장된다. 법적으로 단속하지 않는 한 브로커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로커들의 ‘대리모 회원’ 모집 방법 세 가지

<시사저널>이 취재한 결과 브로커들은 보통 세 가지 방법으로 회원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첫째는 카페나 블로그를 개설해놓고 회원들을 모집하거나 지원자와 의뢰인을 찾는다. 관계 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설할 때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다. 또 수시로 개설과 폐쇄를 반복함으로써 흔적을 지우고 있다.

 

그룹형 조직도 있다. 1개의 브로커 조직이 명의가 다른 3~10개의 카페와 블로그를 개설해 놓는 경우이다. 아이디 ‘suzan×××’과 ‘jsll××××’은 전국구 조직으로 통한다. 이들은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에 10여 개의 방을 만들어놓고 대리모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댓글을 통해서도 모집한다. ‘jsll55××’ ‘jsl3×××’ ‘jsll10××’ 등의 아이디를 쓰는 대리모 브로커는 실제로는 하나의 조직이다. 

전문 브로커들은 ‘대리모 필요하신 분,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해드립니다. 중개·의뢰인·제공자 신분 확실히 공개’(다음 카페) ‘대리모 지원자 모십니다. 모든 혈액형 가능, 나이·키·연락처·혈액형·주소·미혼·기혼 적어주세요’(다음 블로그) ‘의뢰자 분들은 간단한 글과 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지원자 분들은 지역만 밝혀주시고 메일 주소 남겨주세요’(엠파스 블로그) ‘대리모 구함, 대리모 신청, 대리모 의뢰, 대리모 지원 공간’(야후 블로그) 등의 글을 남긴다.

둘째는 카페나 블로그 등 실체를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브로커가 개설한 카페나 블로그를 찾아 그곳 게시판에 메일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긴다. 브로커들의 휴대전화는 대포폰이다. 실체가 없어 사실상 추적하기가 어렵다. 

 

셋째는 브로커가 지원자나 의뢰인인 것처럼 속이고 글을 남기는 방법이다. 카페나 블로그 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이나 지식Q&A 등에 그럴듯하게 꾸며 글을 남긴다. 실제 기자는 대리모 블로그에 ‘대리모에 지원하겠다’라는 글과 함께 메일 주소를 남겨놓았다. 하루가 지나자 브로커로 보이는 10여 명이 메일을 보내왔다.

상업적 대리 출산은 의뢰인에 비해 지원자가 훨씬 많다. 비율로 따지면 2 대 8 정도라고 한다. 의뢰인의 약 70%는 불임 부부이며, 나머지 30%는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다. 출산 고통을 피하거나 몸매 유지, 또는 아들 출산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늦둥이를 얻기 위해 대리 출산을 원하기도 한다. 간혹 성관계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실제 대리 출산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의뢰인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비용은 지원자의 나이, 학력, 외모, 출산 경험, 병력, 생활 습관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 A, B, C급으로 분류된다. A급은 8천만~1억원 이상, B급은 4천만~7천만원, C급은 2천만~3천만원 정도를 받는다. 지원자와 의뢰인이 1 대 1로 만나도 성사율은 10% 정도이다.

A급은 부유층들이 선호한다. 흥정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1억원을 넘게 받기도 한다. 대리모는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되는 의뢰인은 B급이나 C급 여성들을 찾는다. 일반인들은 B급 여성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C급의 경우 신체 조건, 외모, 생활 습관 등에서 의뢰인의 조건과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조선족이나 동남아시아인, 인도인 등을 찾는 사례가 많다. 비용은 국내인과 비교해서 절반 정도이다.

그렇다면 브로커들은 사례금으로 얼마를 챙기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의뢰인과 지원자가 계약을 하면 양쪽에서 사례금을 챙겨왔다. 보통 계약금의 20~50%를 받는 것이 일반화되어 왔다. 물론 흥정에 따라 사례금은 달라진다. 최근에는 브로커들이 난립하면서 의뢰인에게서만 사례금을 받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브로커 조

 

직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또 대리모 지원자들이 사례금을 주지 않기 위해 직거래를 선호하면서 사례금 지급 방식이 바뀌었다.

의뢰인과 브로커 사이에는 최초 계약금을 일부 받고 나머지는 계약이 성사된 후 받는다. 의뢰인은 대리모에게 친권 포기각서를 요구한다. 향후에 벌어질 친권 다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이다.

병원 시술은 의뢰인 부부와 대리모 등 당사자가 동의서를 제출하고 건강검진을 받는다. 계약이 성사된다고 해도 바로 착상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지원자의 배란일에 맞춰 몸을 충분히 안정시킨 후 착상에 들어간다. 착상이 된 후 대리모는 브로커와 의뢰인으로부터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대리모들 “동물처럼 사육당한 기분”

대리모 경험자들은 ‘사육을 당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대리모 계약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유미현씨(가명·33)는 “먹고 입고 자는 것부터 외출 등에까지 제한을 받는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동물 사육도 이보다 더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는 편한 것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대리 출산은 마땅히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때문에 단속의 사각 지대에서 늘어나는 것은 알선 브로커와 전문 대리모들뿐이다. 대리 출산 브로커들이 공개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것도 이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은 “상업적인 대리출산은 엄금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인도적으로 대리 출산하는 불임 부부에 한해 ‘체외수정관리본부’ 심사를 거쳐 허용해 대리모와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의원은 지난해 4월 ‘체외수정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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