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불행, 언제까지 외면할까”
  • 김춘진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
  • 승인 2007.09.15 04: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혜택 외국인 1%도 안 돼…결혼중개업법도 문제

 
다문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국회도 바빠졌다. 사회 변화에 맞춰 각종 법령을 정비해야 하는 임무가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 사회의 주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국회에는 대통합민주신당 김춘진·장향숙 의원과 한나라당 고경화·김충환 의원 등이 ‘다문화’와 관련한 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언론과 사회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법령 개폐 작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에서도 장기적으로 현재 외국인 주민에게 인정되지 않고 있는 지방참정권 중 주민소송권과 주민감사청구권, 조례 개·폐 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미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은 영주권을 가지고 거주 요건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에게는 예외적으로 참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법적인 정비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의 기고를 싣는다.

국제 결혼이 해마다 큰 수치로 증가해 연간 4만여 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4만여 건의 국제 결혼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출 등으로 결혼 이전보다 더 못한 불행에 직면한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불행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무분별한 영리 행위를 추구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의 난립이다.
호화 결혼식 등을 규제하기 위해 존재했던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이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로, 그리고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 마침내 폐지되는 과정에서 결혼중개업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그리고 신고제에서 마침내 자유업으로 규제가 완화되었다.

 

결혼중개업체들의 과당 경쟁이 피해자 양산
따라서 현재 국제결혼중개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화번호부에 등록한 결혼중개 업체만도 1천여 개에 달한다.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휴대전화 하나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업체의 난립과 과도한 경쟁은 부실한 결혼중개업으로 이어지고, 영리 추구를 위해 ‘결혼’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결국 가출 등으로 인한 이혼과 파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최근 국제 결혼의 수요층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국제 결혼의 주요 고객은 농촌 남성, 도시 저소득 근로자, 장애인 등 국내 결혼시장에서 소외된 우리 사회의 주변인들이다.
이들의 결혼은 처음부터 경제적인 빈곤의 위험에 직면하곤 한다.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가 있는 국제 결혼 가정의 절반이 절대 빈곤의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두 가지 법안을 발의하게 되었다. 하나는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 배우자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 결혼을 허가제로 규제하는 결혼중개업법에 관한 법률(이하 결혼중개업법)이다.
2004년 11월29일 대표 발의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2005년 말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회복지 제도의 근간인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서 외국인이란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외국인 배우자를 말한다. 2007년 5월 말 현재 8백여 명의 외국인 배우자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는 9만4천여 명의 외국인 배우자(2006년 말 현재) 중 불과 1%도 안 되는 수치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이러한 이들의 존재가 향후 한국 사회에 남길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 수당, 노인 수당 등 우리나라의 각종 복지 성격의 수당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여부를 지급 근거 기준으로 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상 외국인에 대한 차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일 기초생활수급자 외국인 배우자 가운데 장애인이 존재하거나 발생한다면, 이들은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이 되어야 하며, 장애인 수당까지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혼중개업법은 지난 8월11일 마침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만,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규제 수준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허가제로 대표 발의했던 의원의 입장에서 좀더 강력한 규제와 처벌 조항을 만들고 싶었으나, 지금과 같이 규제 완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직업 선택의 자유권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강력한 규제만을 고집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다. 이밖에 의회 내 다문화 가족과 관련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다문화 가족정책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위원회에 다문화 가족 지원 법안이 세 건 상정되어 있다.
세 건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 장향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다문화 가족 지원 법안’과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주민 가족의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은 유사 법안으로 다문화 가족 또는 이주민 가족을 지원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혼혈인 가족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혼혈인과 그 가족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배제 및 편견을 해소하고 혼혈인 가족을 지원하는 규정이 핵심 내용이다.
이들 세 법안은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측면이 있으나, 이번 정기국회 때 병합 심사되어 처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 인식 바꾸기에는 시간 걸릴 듯
다문화 사회를 대비해 국회에서는 다수의 법안들이 통과되고 심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법률이 국민의 인식과 단일 민족 성향의 우리 사회 문화까지 바꾸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문제가 많은 국제 결혼중개업을 규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 결혼 가정을 지원하는 각종 정부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결혼 이민자들이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일방적으로 흡수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없는 듯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