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학교 다니고 싶어요”
  • 이은하 (성동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지역복지팀장) ()
  • 승인 2007.09.15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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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진학 차별에 우는 아이들…교육법 시행령이 걸림돌

 
지난 8월2일 행정자치부는 ‘외국인 주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행자부는 처음으로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의 연령별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는 4만4천2백58명이고, 6세 이하가 59.8%, 12세 이하가 3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행자부는 또 ‘한국어 활용 능력 향상과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이에 대한 학습 지도, 차별·소외감 해소 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우삼열 사무처장은 “불법 체류자들이 낳은 아이, 국제 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 등의 교육 문제가 점차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벌써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나중에 사회 문제화할 수 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구촌학교’를 운영하는 성동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은하 지역복지팀장의 기고를 싣는다.

바타는 1998년 입국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국학교를 다닌 중학교 3학년(17) 몽골 학생이다. 다른 이주 어린이처럼 비자도 없고 몽골어로 자기 이름을 쓰지도 못하고 심지어 몽골어를 하면 발음이 그게 뭐냐면서 오히려 몽골 아이들이 놀린다. 바타는 운동을 잘한다. 그래서 학교 운동부에 들어갔고, 학교 경기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비자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게 되었더라도 그 이상은 할 수 없다. 전국체전에 나가려면 반드시 한국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을 접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알파벳을 알지 못했다. 누구도 공부를 돌보아준 사람이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오랫동안 외국인이기 때문에 못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력하거나 잘할 필요가 없었다. 잘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못하는데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비자가 없어서 진학할 수가 없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려면 배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대학만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인문계는 갈 생각이 없다. 실업계나 공업계 고등학교에 가야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학교장 재량이어서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몽골어로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몽골 사람인 바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고등학교를 나온다고 해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바타는 어디에서 살아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같은 사례는 바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 어린이는 많은 시간을 노동해야 하는 부모보다 한국어를 빨리 배운다. 이들이 배운 한국어는 학교에서보다 가족들이 한국에서 당한 억울한 일들을 통역하면서 그 실력을 발휘한다.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로부터 공장에서 일한 임금을 받는 일에, 다친 가족을 위해 산재 처리를 해야 하는 일에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결석이 잦다. 
부모를 따라서 이주한 어린이는 흔히 말하는 국제 결혼 가정의 어린이 문제와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테두리에서 이주 어린이는 제외된다. 국내에서 출생하고 한국 국적을 갖는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가 불법 체류자일 경우 태어나더라도 무국적인 데다가 체류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도 정당한 교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감기라도 걸리면 병원비를 몇 만원씩 들여야 한다.
생활 언어와 학습 언어는 다르다. 생활언어를 잘하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학습언어를 익히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꾸준히 지도를 받아야 하지만 이주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를 갖기 힘들다. 학교 입학 전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없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학교 내에서 소외되고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간신히 익힌 생활 언어로는 한국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들끼리 성적 평가를 하지만 초·중·고등학교는 그렇지 않다. 어렵게 학교에 입학하더라도 공평하지 못한 경쟁 속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업에 흥미를 잃고, 학교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다. 결국 학교와 멀어지게 되어 학업 중단에 이르며 노동인구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 노동자 자녀는 헌법 제6조 2항 및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제30조에 의해 그 지위가 보장되고 해당국 국민과의 평등한 대우를 기초로 하여 교육받을 기본권을 갖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에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 자녀는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주 노동자 자녀 법적 지위 못 받아
2005년 출입국관리사무소 통계에 의하면 등록 외국인 중 취학 연령대인 7~18세는 1만7천2백87명으로, 이중 외국인학교 재학생 7천8백명을 제외하면 국내 재학생은 1천2백9명이다. 유입 가능 인원 9천4백87명에서 재학 중인 1천2백9명을 제외하면 2005년의 경우 실제로 8천2백78명의 학령기 이주 노동자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재학생 총 1천2백9명은 초등학교에 7백55명, 중학교에 3백91명, 고등학교에 63명이 다니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4백68명), 경기(3백12명), 인천(1백5명), 경남(83명)의 순서로 거주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몽골(3백29명), 일본(2백58명), 중국·조선족(1백8명) 순이다.
미등록 이주 어린이와 관련해 교육법은 2001년 초·중등학교 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2003년 5월 학교 입학시 해당 지역 거주 사실 입증 서류로 출입국확인서를 갈음하도록 해 2006년 초등학교 재학 중인 자녀가 있는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 최대 2008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합법화하는 조처가 취해지는 순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 자녀는 아직도 학교에서 학교장의 재량으로 입학을 허용하는 경우가 흔해 입학하기가 어렵고 국제 결혼 가정이라도 입양된 본국의 자녀(재혼)인 경우는 이주 노동자 자녀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입학이 어렵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 어린이권리협약을 비준했으나 이주 어린이의 권리 중 특히 교육권이 지켜지지 않아 몇 차례 유엔으로부터 권고를 받은 바 있지만, 여전히 한국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이주 어린이들을 교육해본 경험이 있는 학교들은 말이 안 통해 학습 지도 및 생활지도가 어려워 학생들 받기를 꺼린다.
게다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어린이를 경험한 학교는 더욱 이주 노동자 자녀들의 입학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지원 단체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입학조차 하기 어렵다.
이주 노동자 자녀들은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이 2007년 6월 개정되면서 학교에 가기가 더 힘들어졌다. 외국인 아이들의 입학에 대해 잘 몰랐던 학교가 교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입학 자체를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업이 중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해 교육적인 지원 환경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과 음악, 미술, 가정 등 기타 과목은 통역 선생님이 함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해야 하고, 수업 후에는 모국어도 익힐 수 있는 특별 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또 학교 안내 책자, 커리큘럼에 대한 설명서, 과목별 언어 지침서를 다국어로 제작 배포해 부모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자유롭게 입학을 허용하고,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상업계·공업계 고등학교장의 입학 거부를 규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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