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돈, 신씨에게 갔나
  • 소종섭 기자 ()
  • 승인 2007.09.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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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신다르크’라고 칭했던 신정아씨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어놓았다. 권력층 비호 의혹에서부터 섹스 스캔들까지, ‘신정아 사건’은 희대의 게이트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기관 그리고 학계·미술계는 물론 불교계와 대기업까지 불똥이 자기 쪽으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사건은 전형적인 정권 말기 권력형 비리로 번지고 있다. 변씨가 과연 이 사건의 꼭지점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분분하지만 그가 주연 배우였던 것은 분명하다.
현재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 이미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한나라당이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 카드를 들고 나오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인지 이 사건에 쏠린 국민들의 시선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미 많은 사실이 드러났다. “관계 없다”라고 부인하던 이들도 입을 열었다.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그 미스터리들을 추적했다.

신정아 교수 임용, 대가 있었나
동국대 홍기삼 전 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변양균씨의 추천을 받아 신정아씨를 교수로 추천했다”라고 진술했다. 신씨가 동국대 교수가 된 것은 2005년 9월, 변씨가 기획예산처 장관이 된 것은 2005년 1월이다. 
동국대가 2005년 한 해 동안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은 알려진 것만 2백86억원이다. 이 때문에 “신씨를 교

 
수로 임용하는 대가로 동국대가 변씨를 통해 정부 돈을 지원받은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동국대측은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지원받았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변 전 실장의 부탁 하나로 홍 전 총장이 관련 학과 교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씨의 교수 임용을 강행한 부분이 설명되지 않는다. 평소 친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학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친분 하나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었을까.
이와 관련해 세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이미 알려진 대로 정부의 동국대 지원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장관으로 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획예산처의 힘은 막강하다. 올라온 예산을 깎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일정한 예산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는 식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 전 총장 또한 총장으로서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돈을 끌어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두 번째는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명 과정에 ‘제3자’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인물이 동국대 재단이사장인 영배 스님이다. 영배 스님은 신씨의 허위 학력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7월2일 기
 
자회견을 자청해 “신정아씨의 학력이 진짜임을 확인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영배 스님을 잘 아는 한 동국대 이사는 “영배 스님은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 신정아씨나 변 전 실장을 알지 못했다. 홍 전 총장이 이사회에서 보고할 때 비로소 이름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계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영배 스님도 신정아씨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의 말이 맞다면 신씨가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던 의문이 풀린다. 검찰은 현재 영배 스님을 이번 사건의 의문점들을 풀어줄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4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 e메일 계정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는 동국대에 대한 검찰 수사와의 관련성이다. 신씨가 교수로 임용된 2005년 9월 동국대는 검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었다. 의약품 납품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받은 의혹, 중구 필동 동국대 병원 매각과 관련한 의혹, 일부 이사의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 등에 대한 내사였다.
검찰의 내사는 동국대 이사회를 장악한 ‘반 총무원장파’들에 대해 ‘친 총무원장파’ 승려들이 펼친 공세 중 하나였다.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장윤 스님은 친 총무원장파의 대표적인 승려로 당시 동국대 이사회에서는 소수파였다. 검찰의 동국대 내사는 ‘반 총무원장파’ 스님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 일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올 3월 내사 종결 처리했다. 뚜렷한 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을 주목한다. 내사 과정에서 불투명한 돈의 흐름이 발견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 내사에 대해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 1월 홍 전 총장이 신정아씨가 살던 오피스텔과 가까운 곳에 7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무실을 얻은 것과 관련해서도 사무실 용도와 돈의 출처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홍 전 총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시 검찰이 CCTV까지 압수해 철저히 수사했다. 큰돈이 입출금된 것은 맞지만 돈을 빌려서 집을 산 뒤 나중에 갚은 것으로 확인되어 다 끝난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조선일보가 이와 관련해 “사건 처리에 의혹이 있다”라고 보도한 데 대해 검찰은 이를 부인했다. 검찰이 자신들의 팔을 잘라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국고보조금 지원 대가로 리베이트 건너갔나
불교계는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곤혹스러워졌다.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데다가 불교계가 직·간접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교계 내부의 해묵은 계파 갈등까지 언론에 보도되었다. ‘불교계에서 신씨에게 돈이 흘러갔다’라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확인된 바 없다”라며 일단 부인하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하지만 오히려 불교계에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변양균 전 실장이 그동안 불교계에 보탬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불교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검찰이 뒤지기로 마음먹는다면 여러 스님들이 다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건립과 템플스테이 사업, 사찰의 성보박물관 건립 과정 등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권 들어 불교계의 굵직한 현안 사업을 해결하는 데 그가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불교계 한 관계자는 “변 전 실장은 직접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줬고, 안 되면 방법을 알려줬으며, 그마저 어려우면 왜 어려운지를 소상히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스님들에게서 평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신정아씨에게 불교계에서 리베이트가 건너갔다는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불교계에서는 7~15%, 평균적으로 10% 정도 리베이트가 건너가는 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에서는 검찰이 신씨에게 돈을 준 사람을 파악하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그가 승려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국민일보는 변 전 실장이 청불회장이 된 이후 전통 사찰 보존 정비 사업에 쓰인 국고보조금이 올해 89억9천2백만원으로 지난해의 60억5천2백만원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김대중 정권 때와 노무현 정권 때 불교계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모양에 차이가 있다. DJ 정권 때는 국회를 통해 민원을 해결했다. 불교를 믿는 국회의원들의 모임 등에 민원을 전달하면 그쪽에서 채널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식이었다. 또 DJ 정권 때는 ‘영남 공략’의 일환으로 불교계를 활용한 측면이 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이 힘을 써 행정자치부에서 주무르는 교부금이 대거 사찰에 내려갔다.
현 정권에 들어와서는 이런 모습이 달라졌다. 각개 약진으로 바뀌었다. 총무원도 모르게 교구 본사 차원에서 실세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에게 선을 대 정부 돈을 지원받는 형식으로 달라졌다. 불교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현 정권 들어 변 전 실장이 뜨고 나서 불교계가 국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부인하고 있지만 계좌 추적 과정에서 불교계로부터 신씨에게 돈이 흘러간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까지 수사를 확대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배후 인물 또 있나
변 전 실장 말고 신씨를 후원한 또 다른 권력자나 정치 실세가 있을까. 현재까지는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은 세 명이다.
우선 제일 먼저 대통합민주신당 이해찬 후보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변 전 실장의 실력을 인정하고 현 정권에서 변씨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막후에 그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런 내용의 논평을 내며 자신과 신씨를 연결 짓는 시도를 하자 이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신씨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정보 시장에 이후보의 그림 소유 내역까지 적은 문서가 도는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현재까지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확인된 바는 없다.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이름도 나왔다. 권여사가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변 전 실장이 청와대 불자회장을 맡고 있었다는 것과 맞물려 특히 주목되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변양균 깃털설’의 몸통은 내용상 권여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권여사가 신씨로부터 그림을 구입했다’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런 내용을 권여사가 몰랐을 리 없다.
지난 9월12일 제1회 대한민국 도서관 축제에 참석한 권여사는 “대통령이나 저희가 (변)실장이 (이번 사태에) 연루돼 곤혹스럽다”라며 “‘윗선’이라는 말이 나와 대통령과 제가 ‘윗선이 누구지?’라고 얘기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권여사는 “대통령이나 저나 중앙 정치의 이단적인 존재라 인맥이 일천하며, 특히 문화예술계와는 교류를 나눌 기회가 전무했다”라고 말했다. 신씨를 알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권여사가 9월11일 변 전 실장의 부인 박 아무개씨를 불러 오찬을 한 것에 대해서 의혹이 일고 있다. ‘왜 부적절한 시점에,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을까’ 하는 의문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 수석부대표는 “권여사가 ‘윗선은 없다’고 말한 것은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권여사가 박씨를 위로하기 위해 식사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치권과 불교계 주변에서는 노대통령의 측근인 ㅇ의원의 이름도 나돌았다. 그가 지역구에 있는 한 사찰의 주지로부터 신씨를 소개받아 그녀를 청와대 고위층에 다시 소개해주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소문에 거론된 당사자인 주지 스님은 “신씨를 알지 못한다”라며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오히려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신씨가 워낙 활동적이었기 때문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의 이름이 더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변 전 실장을 뛰어넘는 더 큰 실세가 등장할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 권력형비리조사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개인적인 스캔들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건’ 차원이 아닌 ‘게이트급’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신정아 사건’에 대해 특검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왜 신씨를 후원했나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기 동창인 박세흠씨가 사장으로 있던 대우건설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신씨가 학예실장으로 있던 성곡미술관에 2억9천만원을 후원했다. 역시 이들과 동창인 김창록씨가 총재로 있는 산업은행에서도 7천만원을 후원했다.
이들은 “다른 건에 비해 특별하게 지원한 것이 아니다”라거나 “홍보팀에서 전결 처리했기 때문에 총재는 알지 못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씨를 미술품 구매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하나은행 역시 김종열 행장이 부산고 출신이다.
변 전 실장을 중심으로 한 부산고 인맥이 신씨를 돕기 위해 총출동한 형국이다. 검찰은 이미 관련 대기업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기 시작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실무를 책임졌던 한 대기업 관계자가 한 달 전 갑자기 사표를 내고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박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에는 후원하지 않고 있어 ‘외압 의혹’과의 관련성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만약 변 전 실장이 자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에 이득을 주기 위해 압력을 가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다.

 신씨의 ‘남자들’ 또 있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무성하다. 조각가와 화가·소설가·설치미술가 등 여러 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인사들과 친한 한 교수는 “신씨가 재계 2세들과도 알고 지냈다”라고 말했다. 미술관을 찾은 재벌가 며느리들에게 해설을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접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신씨의 ‘남자’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사적인 관계 외에도 변 전 실장처럼 후원 역할을 한 또 다른 실력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때는 여자이기 때문에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신씨 말이 상징적이다. 현재 관가에는 정부 고위공직자 한두 명의 이름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찾고 있는 신씨의 ‘제2휴대전화’나 e메일 사용 내역이 낱낱이 드러나면 이 부분에 대한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이 밖에 변 전 실장이 어디까지 신씨를 비호했는지도 관심사이다.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까지 찾아가 신씨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던 그가 자신이 근무했던 기획예산처는 물론 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은 신씨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미술은행에서 작품 추천위원으로 활동하고, 국가 행사인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에 큐레이터로 채용된 과정에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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