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지역 균형발전’
  • 이석 기자 ()
  • 승인 2007.09.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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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지방 경제 양극화 심화…정부 정책 효용성 논란도
땅에 대못을 박는 게 아니라 국민 가슴 속에 균형발전 정책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과 애정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지난 9월12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제주 혁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를 통해 한 말이다. 정부는 그동안 ‘행정수도 이전’ ‘공공 기관 지방 이전’ ‘균형발전 특별회계’ 등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쏟아냈다.
그러나 지방 살림은 좀처럼 생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 위주의 정부 정책에 휩쓸려 역풍을 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지방 건설 업계가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이 발표되면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부동산 거래가 많이 줄었다. 문제는 지방 아파트 시장이 유탄을 맞은 것.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건실한 중견 건설사들이 잇달아 부도를 맞았다. ‘중앙에서 재채기를 하면 지방은 몸살이 걸린다’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이다.
대구의 경우 요즘 고층 아파트가 곳곳에서 세워지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신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평당 1억3천만원에 달한다. 일반 주택 세 채를 팔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건설 호황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적지 않다. 중심가에 위치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미분양 상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분을 소화하고 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역 균형개발론을 호재로 삼아 지방에서 대형 공사를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이 늘어났지만 정작 지방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 지역을 겨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의 여파로 쓰러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률은 정부가 지방을 살리겠다고 외쳤던 지난 4년간 34~35% 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수도권 위주의 정책은 농산물을 다루는 지역 기업들에게도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전남 장성에서 만난 한 농민 CEO는 “시장이 서울에 쏠려 있다 보니 지방에서는 판매 루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도권 집중이 나타나게 된 역사적·사회적·경제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막무가내로 균형발전 정책을 밀어붙여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신도철 교수(숙명여대 경제학부)는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 없이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잡으려는 땜질식 처방 때문에 지역 불균형 현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역 자율이 배제된 중앙 정부 주도의 처방은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단순한 평등이나 균형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수도권 편중 현상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느끼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행정수도나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되고 나면 가시화된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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