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전설’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 반도헌 기자 ()
  • 승인 2007.10.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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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진행자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가 91세의 나이로 26년 만에 방송 현장으로 복귀한다. 크롱카이트의 복귀는 55세 이상의 노인을 주 시청자층으로 하는 케이블 채널 ‘은퇴 생활 TV’를 통해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크롱카이트는 1962년부터 1981년까지 20년 동안 CBS의 저녁 뉴스를 진행해오면서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 암스트롱의 달 착륙 순간 등 역사적인 사건들을 함께했다. 또한 베트남 전쟁을 보도하며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라는 말로 마무리하여 반전 운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은 못 믿어도 월터 크롱카이트의 말은 믿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만큼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공인이었다.
그가 진행한 뉴스에서 광고 시간을 뺀 23분은 온전히 앵커의 몫이라는 의미에서 ‘월터 타임’으로 통했다. 그는 단순한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넘어서 뉴스를 선택하고 이를 적확하면서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고치는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이 때문에 그는 뉴스 앵커의 표본으로 평가받는다.
이종격투기의 살아 있는 전설 ‘힉슨 그레이시(Rickson Gracie)’의 복귀 소식도 들린다. 연말에 벌어질 ‘K-1 다이나마이트’를 통해 복귀하는 힉슨은 격투기계의 명가 그레이시 가문에서도 최고의 격투가로 꼽히는 사람
 
이다. 공식전 4백50전 무패라는 기록이 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선수인가를 말해준다. ‘바람의 파이터’로 우리에게 친숙한 최영의와 견줄 만한 무도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주짓수의 명인인 그는 1백80cm가 채 안 되는 왜소한 체격이지만 자신보다 훨씬 체격이 큰 선수들에게 각종 관절기로 항복을 받아냈다. 상대방의 등 뒤에서 경동맥을 졸라 항복을 받아내는 기술인 ‘리어 네이키드 초크’가 그의 대표 기술이다.
두 명의 전설들이 복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있다. 나이가 들어 어눌해졌을 크롱카이트의 진행과 체력이 약해져 힘겨워하는 힉슨의 격투를 보고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도 우리는 크롱카이트의 ‘월터 타임’과 힉슨의 ‘리어 네이키드 초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설을 써내려간 인물들의 향연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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