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 위기인가 기회인가
  • 반도헌 기자 ()
  • 승인 2007.10.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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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구독률·열독률 떨어져 ‘고전’…영상 콘텐츠 제작으로 새 길 모색

 
신문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비단 일본,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디어 업계에서 신문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신문사의 구조 등에서 일본과 많이 닮아 있는 우리나라의 신문 역시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학계에서도 신문의 위기 상황과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신문의 위기 상황을 나타내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신문 매출액이 하락했고 광고 수입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정기 구독률과 열독률 역시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뉴스 소비 구조가 방송과 인터넷으로 이동해서이거나, 신문 시장 투명화로 인해 그동안 부풀려졌던 구독률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져서일 수도 있으며, 신문 기사가 더 이상 좋은 품질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내 신문사의 200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모두 전년에 비해 늘어나는 등 경영 실적이 점차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0개 중앙 일간지(경향·국민·동아·문화·서울·세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총매출액은 2005년 1조5천6백97억원에서 2006년 1조7천3백34억원으로 1천6백37억원이 늘어 10.4%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2005년 67억원에서 2006년 7백96억원으로 7백29억원이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005년 1천70억원 적자였던 것이 2006년에는 9백75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각각의 신문사를 살펴보더라도 경향신문(2백93억 적자)과 서울신문(1백4억 적자)을 제외한 모든 신문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신문사의 경영 안정화를 가져온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는 신문 산업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각 신문사들의 필사적인 자구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으로 신문 산업의 위기가 해소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전체 신문사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상승을 주도했던 한국일보와 세계일보의 경우 신문 매출보다는 사옥 등 유형 자산의 매각 대금이나 분양 수익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세계일보는 신문 수익이 전년 대비 20억원 증가에 머무른 반면에 용산 시티파크 분양 등으로 1천4백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신문 매출보다 부가사업으로 순이익 높여
신문 매출액만을 놓고 살펴보면 아직 신문 산업의 안정화를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문사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10.4% 올랐지만 신문 분야 매출액만 떼어놓으면 2005년 1조2천9백76억원에서 2006년 1조3천98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상승에 그쳤다. 동아일보·중앙일보·서울신문은 신문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 5년간의 신문 매출액 동향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재작년에 보합세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상승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의 상승세를 신문 산업이 도약할 반전의 계기로 보기는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작년의 상승세가 신문을 팔아서라기보다는 구조 조정이나 부동산 개발 등 ‘부업’에 열중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기 때문이다.
신문 산업의 위기는 신문 광고비의 감소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광고데이터(KADD)에 따르면 신문 광고비는 2003년 1조8천9백억원, 2004년 1조7천4백36억원, 2005년 1조6천7백24억원으로 2004년 -7.7%, 2005년 -4.1%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매년 기록했다. 이 수치는 TV가 기록한 2004년 -5.6%, 2005년 -3.8% 보다도 하락 폭이 큰 것이다. 신문이 4대 매체(TV·라디오·신문·잡지)의 광고비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온라인 광고비는 2003년 2천7백억원, 2004년 3천9백27억원, 2005년 5천6백69억원으로 매년 4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총 광고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 광고비가 줄고 있는 것은 그만큼 온라인 등의 뉴미디어가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기 구독률과 열독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신문이 처한 상황이 어려움을 보여준다. 한국언론재단이 내놓은 ‘2006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 보고’에 따르면 신문 정기 구독률과 하루 평균 신문 열독 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신문 정기 구독률은 1996년 이후 지속적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다 2006년에는 40.0%를 기록했다. 1996년 69.3%, 1998년 64.5%, 2000년 59.8%, 2002년 52.9%로 과반수를 넘어가던 것이 2004년 48.3%에 이어 2006년에는 40.0%까지 떨어진 것이다. 지난 10년간 정기 구독률이 무려 29%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고정 독자가 신문을 떠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하루 평균 열독 시간도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1996년 43.5분이던 것이 2006년에는 25.1분으로 40% 가깝게 줄어들었다.
특히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무려 9분이 줄어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신문 독자들이 뉴스를 접하는 창구로 신문을 택하지 않고 다른 매체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신문사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신문사가 먼저 꺼내든 카드는 구조 조정이다. 인력을 감축하고 유형 자산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이다.
2006년 한국일보는 편집국 기자와 일반직, 제작직 등 1백50여 명, 자회사 직원 50명 등으로부터 퇴직원을 받았다. 세계일보도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으로 26명을 내보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은 명예퇴직, 구조 개편, 감·증자, 상여금 반납 등의 구조 조정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지난해 흑자를 낸 한겨레신문의 경우 노조를 중심으로 고임금·고연령의 직원들을 퇴직시켜 인건비를 절감한 덕을 톡톡히 보았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포털 사이트의 뉴스 제공에 대한 저작권을 찾는 데도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네티즌들은 네이버·다음·야후 등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거의 모든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용자는 언론사 사이트보다는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한다. 포털이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통해 방문객 수를 늘리지만 정작 그렇게 늘어난 방문객 수를 이용한 광고 수익은 포털이 독식하는 구조를 깨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포털로부터 콘텐츠 제공자로서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9월26일 포털 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국내 10개 언론사들의 연합체인 ‘뉴스뱅크’와 손잡고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와 온라인의 뉴스 이용 활성화, 온라인 광고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뉴스 제공자와 포털 사이트 간의 이같은 관계 조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뉴스 제공하는 포털에 저작권 요구
신문사들은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는 자체 스튜디오와 제작 인력을 확보해 상당한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추었고, 동아일보도 동영상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영상 콘텐츠가 중요한 정보 자료로 떠오르면서 이들 메이저 신문사뿐만 아니라 국민일보·한겨레신문·서울신문 등도 대선에 대비한 동영상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장기적으로는 신문사의 방송 사업 진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법 개정으로 방송 겸업이 허용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한국의 신문 산업에 위기가 닥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위기가 몰락의 단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잘 극복하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신문사들이 매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제대로 읽어 합리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실행한다면 새로운 발전의 계기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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