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지원하고 툭하면 세무조사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0.08 18: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고 등으로 진보 언론 도와…공정성 잃은 언론 정책 ‘우왕좌왕’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언론 정책의 근간으로 밝힌 것은 ‘건강한 긴장 관계’의 구축이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적절하게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상생하는 모델로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딴판이었다. 언론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고, 비판을 넘어선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맞서는 정책을 고수했다. 이를 위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및 정정 보도를 청구하거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이루어진 언론 중재 신청이 7백건을 넘어서 이전 DJ 정부 시절의 1백18건에 비해 6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냈다. 점유율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여론 형성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보수 언론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부의 정책에 악의적으로 딴지를 건다는 인식에서이다. 이런 모습은 집권 초기 일정 기간 언론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던 역대 정부와 달랐다.
보수 언론과 대척점에 섰던 모습과는 반대로 진보 언론과는 심정적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 진보 성향의 일간지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등은 이른바 친노 매체로 불리며 정부에 비판적 옹호 입장을 취했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으로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든 언론과의 대치 국면을 맞이하기 전까지 정부의 언론 정책은 보수 언론을 견제하고 이를 위해 진보 언론을 지원하는 형태를 띠었다.
공기업과 정부 기관의 광고 집행도 이를 위한 한 방법으로 쓰여졌다. 발행 부수나 광고 수주액에서 앞서 있는 보수 언론에 대한 광고 집행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진보 언론에는 광고 집행을 늘림으로써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 간의 균형을 맞추려 한 것이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국민의 정부 후기 3년과 참여정부의 최근 3년간의 정부 광고 수주를 비교했을 때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의 수주 건수가 늘어난 반면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이 언론을 견제하기 위해 종종 사용하는 칼날이 세무조사이다. 사실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로 원칙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대상을 선택하는 과정에서의 공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는 한다. 현 정부에서도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되었다. 지난해에는 조선일보·매일경제·KBS와 자회사인 아트비전·스포츠조선·MBN 등 총 6개 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올해에는 중앙일보·MBC·BBS·일요신문 등 4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졌다.
지난해 세무조사 대상이었던 조선일보는 사설, 기사, 사보 등을 통해 권력의 탄압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조사 대상 선정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세무조사의 이면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에 이런 의혹을 사기 쉽다. 따라서 투명한 선정 과정이 담보되어야 한다.
진보 언론 자리 잡아도 정부 지지율은 ‘바닥’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프레시안 등 12개 언론사가 첫 수혜자로 선정된 1백57억원의 신문발전기금도 진보 언론을 위한 현 정부의 정책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보수 언론은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국민의 세금을 사기업인 민간 신문에 지원했다는 점을 비판했고, 문화일보는 성역이 없어야 할 언론사가 정부 기금을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진보 언론 진영은 신문사가 국가의 지원을 받아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조선일보·동아일보 등도 오랫동안 이런 혜택을 누려왔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진보 언론의 생명력을 키워주었다.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던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이 정부와의 심정적 연대 속에서 영향력을 키워왔고, 언론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오마이뉴스·프레시안 등 진보적 인터넷 미디어들도 자리를 잡았다.
현 정부 들어 보수 언론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언론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새로운 매체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올드 미디어들의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보수 언론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 것은 아니다. 3대 보수 언론은 여전히 중앙 일간지 가운데 가장 많은 부수를 점유하고 있고, 경영 상태도 다른 신문에 비해 양호하다. 잇따른 실정으로 인해 노무현 정부에 국민 정서가 등을 돌리고,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으로 언론 전체의 비난을 받은 때문인지 보수 언론이 힘을 받고 있다.
진보 언론이 자리를 잡았음에도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권을 맴돌고 보수 언론의 발언권은 확대되었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을 승리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의 최영재 교수는 “권력과 언론의 계속된 싸움이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와 언론을 떠나게 했다. 둘 사이에 형식적으로나마 서로를 존중해주는 ‘위선의 미덕’도 자리할 공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권력과 언론의 극한 대립은 결국 양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멀어지게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