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스럽다’에 발끈한 청와대, 괜히 긁어 부스럼?
  • 김회권 기자 ()
  • 승인 2007.10.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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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국어원은 2002년 이후 생겨난 신조어 3천5백여 단어가 실린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문제는 별첨자료. 자료에 있는 예시 중에는‘놈현스럽다’라는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국립국어원은 ‘놈현스럽다’의 사전적 의미를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라고 기술했다.
‘놈현스럽다’가 처음 등장한 때는 이라크 전(戰) 파병 시기이다. 파병을 반대하는 측에서 ‘이러기 위해 대통령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함께 ‘놈현스럽다’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는 2003년 4월6일 송태경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이 ‘진보누리’에 올린 글을 기사화했다. 그가 올린 ‘놈현스럽다’의 의미를 정리하면 이렇다.
△자기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 보수든 진보든 모두 나쁜 놈이고 틀렸다고 우긴다. △즉흥적인 판단 오류도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옳다고 우긴다. △‘상식과 원칙’을 말하고 실제로 실천하기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친다. △‘노무현’에 대한 또는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 믿음 등 종교적인 색채를 띤다. △입장이 다른 경우 말이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특히 ‘진중권’이라는 용어는 듣기도 싫어 완전히 격리 처리한다).
2003년 ‘놈현스럽다’가 나오기 1년 전만 해도 노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렸다. 원래대로라면 ‘놈현스럽다’는 ‘바보스럽다’가 되어야 한다. 이때 바보는 부정적 의미의 바보가 아니다. ‘보통 정치인 노무현’을 ‘바보’라고 불렀던 것은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뚝심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4번이나 낙선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은 국민들이 그의 ‘바보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놈현스럽다’가 ‘바보스럽다’의 의미와 같을 수 없는 이유는 노대통령의 정치가 어떤 정치였나를 평가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라크 파병, 대북송금 특검 등은 그를 지지해준 사람들의 가치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적 행위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놈현스럽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낄낄대며 언어유희를 즐기면서 노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사회현상이 ‘놈현스럽다’가 신조어 사전에 들어간 이유이다.
어쨌든 청와대의 항의로 다시 이슈화된 ‘놈현스럽다’는 처음 등장했던 2003년보다 더욱 대중화되었다.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까지 어원을 찾아보고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보게 생겼다. 청와대의 설레발이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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