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올리기냐, ‘폭탄’ 돌리기냐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7.10.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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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펀드 대박 소문에 ‘묻지마 투자’ 폭증…전문가들, 예의 주시하며 “버블 아니다” 평가

 
중국 펀드에 불이 붙고 있다. 수익률에서 대박이 났지만 중국 펀드를 둘러싼 이상 과열 논란도 거의 대박 수준이다.‘미차솔’ ‘한꿈차’ ‘봉차’ 등 중국 펀드 이름에서 나온 신조어가 유행하고, 상품 판매 창구에서는 뭉칫돈을 들고 와 무턱대고 중국 펀드에 들어 달라는 ‘묻지마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미차솔’로 통하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은 지난해 3월 설정된 이후 2조5천억원이 몰렸고 연초 이후 1백5.82%의 수익률이 났다. 이런 수익률은 당연히 소문이 난다. 미래에셋은 미차솔1과 미차솔1A, 두 펀드만으로 5조원이 넘는 돈을 모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금리에 민감하고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고객이 많은 곳이 저축은행이다. 최근에는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던 50대 중년 여성들이 1억~2억원의 뭉칫돈을 들고 은행 창구에서 중국 펀드 상품에 가입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중국 펀드에 대한 이런 ‘쏠림현상’은 올 초 유행했던 일본 관련 펀드가 수익률에서 신통찮은 것으로 드러나자 하반기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자산운용협회가 지난 10월15일을 기준으로 상품명에 ‘중국’이나 ‘차이나’‘CHINA’‘상하이’‘홍콩’이 들어간 펀드만 따로 모아서 통계를 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상품명에 ‘중국’ 등의 이름이 들어간 중국 펀드의 설정액은 3조7천여 억원. 1년도 안 된 올 10월15일 기준으로는 15조원. 특히 지난 9월28일 설정액이 11조4천억원이었으나 한 달도 안 되어 4조원가량이 느는 등 최근 들어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이런 속도라면 연말까지는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만일 대비해 분산 투자 권해도 “몰빵하겠다” 줄이어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은 지난 10월12일을 기준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식 및 채권 혼합 투자펀드 세부 권역별 설정액 현황 자료를 냈다. 동북아 펀드에 유입된 돈 규모는 17조여 원, 이 중 중국 펀드에 들어간 돈이 13조원으로 친디아(중국·인도) 펀드를 빼고도 45%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친디아나 범중국 펀드까지 곁들이면 중국 펀드의 비중이 반을 넘는다는 얘기이다. 이쯤 되면 세계 원자재 시장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이 금융 시장에서도 블랙홀로 불릴 만하다. 세계 금융 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돈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던 오일 달러가 중국에만 들어가면 실종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증시만 유독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나 일본 증시, 미국 증시는 지난 3분기에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주가가 곤두박질을 치는 등 외풍을 심하게 입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지난 10월15일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6000 시대를 열었다.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초 대비 무려 1백25.38%나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도 속속 중국 펀드로 갈아타고 있다. 이 국면에서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승리자는 미래에셋그룹. 올해 상반기 현대중공업 주식 등 시장 주도주를 제대로 골라내 국내 펀드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미래에셋은 지난해 말 친디아 투자 개시 선언을 한 지 1년도 안 되어 하반기 펀드 시장을 평정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에서는 중국 펀드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고 중국 펀드 열풍에 휩쓸린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 ‘몰빵 투자’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최근 “중국 증시는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현재는 상당한 버블 상황으로 단기적으로 볼 때 걱정스럽다”라는 발언을 했다. 장기적으로는 좋지만 단기적으로 너무 과열된 상황이라 ‘곡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인지 미래에셋은 회사 공식 입장으로 중국과 관련된 보고서 내기를 꺼리고 있다.
하지만 박회장이 중국 시장을 우호적으로 보는 만큼 소속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중국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월16일 미래에셋증권의 이진우 연구원은 <바꿔야 할 ‘프리미엄=고평가’공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가 과열이지만 버블은 아니다’라는 요지의 평가를 내렸다. 일본 증시가 버블 국면에 진입했을 때 일본 증시의 주당 수익률이 60배가 넘어가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보고서의 끝을 ‘과열에 대한 부담은 인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지만 변동성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맺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그래프가 나올 것이니 일시적인 시장의 비틀거림에 동요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전무도 최근 쓴 한 칼럼에서 “중국의 성장률과 이자율 수준을 고려하면 오히려 한국보다 저평가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 단계 중국 증시가 ‘과열’이라고 규정짓기에는 무리라는 말이다. 조익제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중국 증시가 상승 못할 이유가 없다. 중국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결국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단기간에 뜨겁게 달아오른 투자 열기에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 예측을 할 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안전 장치’를 걸고 전망한다.‘단기적으로는 이러이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떻다’는 식의 화법도 그런 예이다. 하지만 ‘화끈한’ 몰빵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실질적으로 큰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펀드 판매를 맡고 있는 은행에서는 최근 경고등을 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4일 전국의 영업점에 ‘특정 국가로의 펀드 편중 투자 지양’이라는 제목의 ‘주의 문서’를 발송했다.
국민은행 을지로지점에서 펀드 상품을 담당하는 이행림씨는 “최근 중국 펀드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편애’가 커져 분산 투자를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의 정석은 분산 투자라는 것이다. 이씨는 최근 “장기 투자를 원한다면 반드시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하지만 ‘분산 투자는 왜하냐, 중국 펀드에 다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들이 많다”라고 과열상을 전했다.
 비관론을 펴는 사람들은 중국의 증시 상승세를 미국의 대공황 직전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지난 세월의 학습 효과 덕분에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의 경우를 막연히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이래 지속적인 상승세를 빈틈 없이 ‘관리’해오고 있다. 중국 증시가 ‘몇 번의 조정’끝에 지속적인 상승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결국 거품이 터져 한 차례 파국을 맞이할 것인지 애널리스트들은 논쟁 중이다. 결국 중국 증시의 향방은 하늘만이 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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