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잔치’ 외국인도 ‘덩실’
  • 명운화 (소설가) ()
  • 승인 2007.10.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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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 국제화 실험 ‘아장아장’ ‘낡은 틀’ 벗고 전문성 갖춰야 지속 발전 가능

 
소규모 지역 축제에서 커다란 국제 축제까지,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열리는 문화관광축제는 1천1백76개(문화관광부 추산)에 이르며 개최되는 문화 축제는 매해 증가 추세에 있다. 이 중 40%가 가을에 집중되어 있어서 전국의 지방 자치단체는 대부분 이 기간에 축제를 하게 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제례 및 세시풍속에서 그 역사적 기원을 찾는다. 봄과 가을이면 마을의 안녕과 번영, 그리고 단합을 위해 차례를 지내고 잔치를 벌이고는 했는데 이것이 지역 축제의 기원이다. 하지만 1991년 민선 지자체 시대가 열리면서 문화 축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현대의 축제는 문화 산업 아이콘으로 주목되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지자체는 축제를 통해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지역 이미지를 높여 지역 생산물 매출 증대로 지역 경제에 활기를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축제는 해외 방문객을 불러들여 국가적 이미지를 고양시키고 문화예술 및 경제에 그 영향을 파급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지로 몇몇 축제는 지역 축제를 넘어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났다. 국내외 방문객이 1백만명 가까이 찾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대구 국제오페라축제,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같은 경우가 그렇다.  백제 문화제도 2010년까지 1천2백64억원을 투자해 백제 왕도의 제 모습을 갖추는 등 야심찬 계획을 갖고 국제화를 꾀하고 있다. 그밖에 독창적인 기획과 과감한 투자로 지역 축제를 명품 축제로 만든 지자체도 있다. 보령 머드축제나 함평 나비축제가 그렇다. 특히 함평 나비축제는 나비라는 독특한 소재로 기획해 성공한 축제로 매년 1백20만명의 관광객이 축제를 찾는다. 매년 발전하는 축제를 통해 함평은 청정 무공해의 이미지를 얻었고, 지역 특산물에 고급 브랜드를 붙임으로써 지역 경제에 일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 강진 청자축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인 강릉 단오제 등이 있다.
하지만 지역 축제가 명품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대다수의 축제가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형식에 치우치고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 대부분 지자체의 예산으로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기획·시행하다 보니 단체장 치적을 홍보하고 득표를 겨냥한 민심잡기에 기울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내실 없는 이벤트성 축제는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빈 객석을 메우기 위해서 지자체는 산하단체를 동원하고 문화 축제와는 거리가 먼 연예인 초청 공연, 시민가요제, 불꽃놀이, 선발 대회 등 특색 없는 프로그램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지역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장 축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순서이다. 동원된 주민들 앞에서 길어지는 축사로 인해 축제의 맥이 빠지기 일쑤이다.

 

유사 축제 통폐합 등 경쟁력 높여야 ‘생존’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전국에서 워낙 많은 수의 축제가 치러지다 보니 중복되는 축제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경북 청도와 경남 진주의 소싸움 대회가 대표적인 예이다. 두 자치단체는 서로 양보하라고 주장하면서 아직도 타협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북 구미시가 주최하는 ‘다문화 축전’과 구미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아시아인의 문화 축제’ 같은 경우는 중복되는 성격의 축제임에도 주최 단체는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강행하기도 한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이런 유형의 축제는 이미 전국적으로 16개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이같은 유사 축제의 중복에 관해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지역 축제의 난립으로 유사 축제가 많아 특성이 결여됐다. 구조 조정을 통해 경제·문화적 효과가 큰 지역 축제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성장 잠재력이 있는 축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받고 있는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같은 경우 개최기간인 24일 동안 1백25만명이 방문해 5백49억원의 경제적인 효과를 창출했다. 군 1년 예산의 40%에 육박하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온 대박 축제임에도 군 예산 지원금은 고작 3억원에 불과하다. 일본의 삿포로 눈 축제처럼 국제적인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데도 적은 예산 지원으로 아직까지 지역 축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국제화를 추구한다는 축제들도 외국어 홍보물 게시가 부족한가 하면 홈페이지에서도 영문은 찾아볼 수가 없고 현장에도 외국어를 구사하는 안내인을 볼 수 없다.
또 축제는 일상에서 일탈한 흥겨운 자리이기는 해도 모처럼 지역 주민이 어우러져 고급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자리여야 한다. 하지만 전국 1천2백개에 가까운 축제 중 정통 국제예술축제는 20여 개에 불과하다. 그중 대구 국제오페라축제처럼 대규모로 치러지는 국제화된 축제도 있지만 서울 국제공연예술제와 같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국제예술제도 있다. 서울국제공연축제는 연극·무용·음악극 등을 중심으로 한 순수 예술 축제이다. 올해  7회째인 이 예술제는 지금까지 평소 접하기 힘든 해외의 유명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이중 기부 지원 금지 조항에 걸려 더 이상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좌초할 위기에 놓여 있다. 서울 국제공연예술제는 지금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8억5천만원, 문화관광부로부터 5억원 등 총 13억5천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위의 지원금 8억5천만원이 2008년부터 중단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축제, 세계 최고의 음악제인 오스트리아의 찰스부르크 페스티벌같은 굵직한 예술제를 개발해 발전시켜야 한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대구 국제오페라축제의 남성희 조직위원장은 대구 국제오페라축제가 명실상부한 세계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페라축제 발전이 오페라 산업 발전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남위원장은 “대구가 오페라의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매해 대구 국제오페라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공연을 떠나 관련 산업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로 성장하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유사 축제는 통폐합하고, 경제·문화적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지역 축제는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경쟁력 없는 축제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과 발상으로 기획된 축제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 축제는 고부가가치 문화 산업의 핵으로 인식되어 나라마다 성공적인 축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축제의 경쟁력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전문성이 관건이다. 과거의 낡은 사고 방식으로는 십중팔구 실패한다. 프로그램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다양성을 조화시키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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