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하나인데 말은 두 개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7.10.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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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주가 조작 사건의 실체 / 김경준씨 “이후보 회사였다”, 이후보측 “전혀 관계없다”

 BBK 사건은 ‘약 6백억원의 피해액을 발생시키고 5천여 명의 개미 투자자를 울린 주가 조작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다. BBK는 1999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김경준씨가 설립한 투자 자문회사이다. 김경준씨는 시카고-펜실베니아 대학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한 젊은 금융인으로 모건스탠리 등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1년 3월 BBK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펀드 운용 보고서를 위조해 제출한 혐의를 받고 투자자 자문업 등록을 취소당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2001년 4월 김씨는 ‘뉴비전캐피탈’(옛 광은창투)이라는 중소 투자 회사를 인수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라는 코스닥 기업을 차리고 대표이사에 오른다. 갈아탈 말을 준비한 것이다. 옵셔널벤처스코리아는 코스닥의 황제주로 등극하며 2천원대에서 8천원대로 주가가 급등했다. 외국계 회사에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2000년 7월부터 12월까지 김씨는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 후 회사 자금 3백84억원을 빼돌리고 여권을 위조해 미국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그의 도피 행각은 2004년에 끝났다. 2004년 1월 법무부는 김경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미국에 요청했고 2004년 5월27일 그는 미국 사법 당국에 의해 체포된 후 연방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당시 회사와 개미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이명박 후보도 LKe뱅크 투자금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이후보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2004년 2월에서야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후보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보는 시각도 많다는 데 있다. 이후보의 지난 행적이 깔끔하지 못한 탓이다.

 
BBK 정관에는 ‘이명박씨가 의결권 행사’ 명시돼
특히 이번 사건의 쟁점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 의해 이루어진 주가 조작에 이후보가 연루되었는지 여부이다. 이후보는 “나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와 전혀 관계 없다”라고 주장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왜냐하면 이후보는 2000년 당시 BBK 대표였던 김씨와 함께 금융지주사인 LKe뱅크를 설립해 동업을 시작했고, BBK 역시 이후보가 실질적인 소유자가 아니냐는 정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대통령 후보 자격에서 금융 사기범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후보측은 방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BBK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후보가 BBK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가, 두 번째 BBK와 LKe뱅크의 관계는 무엇인가, 세 번째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MAF펀드의 회장이 이후보였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BBK 정관 문제이다. 지난 6월12일 이후보와 BBK 공방의 핵심 열쇠인 BBK의 정관에 이명박 후보의 실명이 등재되어 있다는 내용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2000년 5월12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출처이다. 이 정관에 의하면 ‘과반수 결의에는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나 그들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후보는 BBK의 직접적인 경영자였으며 BBK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된다.
이후보는 “BBK와 관련해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으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관계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관에 따르면 이후보는 주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는데 이는 비정상적이다. 따라서 이후보와 정관,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다스와 함께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았던 벤처기업 (주)심텍의 행보도 미심쩍었다. BBK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주)심텍은 2001년 10월11일 김경준씨뿐만 아니라 이후보에게도 35억9백만원의 가압류 청구 소송을 걸었다. 당시 법원은 심텍이 제기한 이후보의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심텍은 이후보에게 회사 경영의 책임을 묻고, 법원은 직접 “이후보가 회사 경영에 책임이 있다”라고 인정해준 셈이다.
다음으로 이후보와 LKe뱅크의 관계이다.  LKe뱅크는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가 30억원씩 공동 출자해 세운 사이버 금융 회사이다. 이명박 후보는 2000년 2월18일부터 1년 2개월간 LKe뱅크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최근 김경준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Ke뱅크가 BBK의 100%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였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측은 이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50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후보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2000년 10월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초 이미 새로운 금융 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e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 BBK를 통해 이미 외국인 큰손들을 확보해둔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위 기사에 따르면 BBK와 LKe뱅크 모두 이명박 후보가 소유한 기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후보측은 과거의 기사들에 대해서도 ‘오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한국 검찰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위해 미국에 보낸 주가 조작 관련 수사 기록에는 LKe뱅크 계좌와 BBK 계좌가 수없이 나타난다. 주가 조작에 이용된 계좌로 명시된 LKe뱅크는 이 전 시장이 대주주이고 주가 조작 사건이 벌어질 당시 대표이사였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후보의 MAF펀드 회장설’의 사실 여부이다. MAF펀드는 BBK가 운영한 펀드로 이후보와 관련되는 문제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 조작 사건’과 ‘불법 자금 세탁 의혹’으로 요약된다.
주가 조작 사건의 경우 2001년 김경준씨가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퍼뜨린 외국계 회사 인수·합병의 ‘작전 재료’가 MAF펀드이다. MAF펀드의 개입 덕분에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려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는 네 배나 급등했다. 이후보가 MAF펀드와 연관이 있다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던 당시 주가 조작 사건의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MAF펀드와는 어떤 관계인가
자금 세탁 의혹도 함께 제기되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0월22일 국정감사에서 “이후보가 대주주였던 LKe뱅크는 순환 출자 고리를 형성해 MAF펀드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후보가 대주주였던 LKe뱅크는 2001년 2월 MAF펀드의 전환사채를 1천2백50만 달러(1백50억원)를 들여 사들였고 그 자금은 AM 파파스라는 투자 회사로 유입되었다. 이어 AM 파파스가 LKe뱅크의 지분 66만6천7백77주를 사들이면서 주식 매각 대금 100억원(이후보 50억, 김경준 50억)이 다시 LKe뱅크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전형적인 불법 돈 세탁 방법의 모습을 띠고 있다.
특히 김경준씨에게 제기한 소송에서 이명박측 미국 변호인단이 제출한 다섯 번째 수정 소장(사건 번호 BC332728 2007년 1월5일)에 “LKe뱅크의 MAF펀드에 대한 투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고 LKe뱅크의 자본금이 투입되었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후보측이 스스로 LKe와 MAF펀드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에 대해 “MAF펀드는 BBK가 운용하던 해외 펀드이고 이후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의혹 때문에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저격수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버거워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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