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날 정보’는 라디오를 타고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7.10.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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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 왔다. 정치인들과 미디어의 만남이 잦아지는 시기이다. 요즘 유력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유독 자주 들을 수 있는 매체는 텔레비전이나 신문보다 오히려 라디오이다. 정치인들은 라디오 전파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겹치기 출연도 마다치 않는다.
라디오가 뜬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전화기 하나만 있으면 인터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발생한 중요한 이슈에 대해 관련자의 목소리를 우리는 오늘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들을 수 있다. 첨예한 대립이 많은 선거 기간, 정치인들은 라디오에 대고 할 말이 많다.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듣는 유권자는 정치인들에게 귀중한 한 표이다.
출근길과 함께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필두로 KBS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 그리고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등이 있다.

전화 대담으로 다른 매체보다 빠른 뉴스 내보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진행자의 이름이 들어간다. 그만큼 진행자의 역량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인터뷰 대상자에게서 얼마나 알찬 내용을 뽑아낼 수 있느냐 여부가 프로그램의 영향력과 직결된다. 그래서 각 방송국은 능력 있는 스타급 진행자를 자사 프로그램에 앉히려고 노력 중이다. 대선을 앞둔 민심은 각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의 한마디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전형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월~토요일 오전 6시15분~8시)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월23일이 무려 7주년 기념일이었다.
손교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을 하려고 한다. 청취자들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청취자들은 듣고 판단하는 문제 제기형의 진행을 하고 있다.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에 관해서 지난 10월26일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과 인터뷰를 했다. 조 전 편집장의 입을 통해서 들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라는 대답은 ‘출마하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헷갈려하던 청취자들에게 하나의 선택지 역할을 했다. 조 전 편집장은 최근 이 전 총재와의 교감설이 나돌고 있었다.
손교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강점을 ‘날방송’으로 설명한다. 편집도 없고 숨소리까지 담아내는 것이 청취자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불거지는 사안들에 대해서 때로는 논쟁까지 하면서 종합적으로 던져주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지난 8월부터 KBS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월~금 오전 6시25분~7시57분)의 진행을 맡은 백운기 앵커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시사 네비게이션’이라고 칭한다. 자동차 안에서 네비게이션으로 정보를 얻듯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시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백앵커의 방송을 들어본 사람은 ‘공격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백앵커는 “깊이 있는 답변을 요구하지만 만족하지 못하면 더 묻게 된다. 그래서 그런 표현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백앵커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정치부 기자 경험이다. 정치권에 대한 이해가 깊다. 정치인을 상대로 준비하는 질문과 예상 답변에는 그의 오랜 경험이 녹아 있다. 백앵커는 자신의 역할을 “국민들이 대선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편집도 없고 숨소리까지 청취자에게 그대로 전달돼
같은 KBS 앵커 출신의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비슷한 시간대에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월~금 오전 7시~8시25분)을 진행 중이다. 그는 최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방송의 인기에 관해 “메이저 언론의 독점적 지위는 이제 깨졌다. 다양한 매체에서 정치를 다루는 것은 좋은 일이지 않느냐”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 전 수석은 인터뷰에 응하는 정치인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반드시 취조하듯이 윽박지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진행에 있어서 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줄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만 맞춰준다면 청취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질문의 경우 사전질문지대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는 “질문지를 요구해서 주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20% 정도만 질문지대로 나간다. 나머지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즉각적으로 간다”라고 설명했다.
평화방송의 이석우 보도국장대행은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열린 세상 오늘’(월~토요일 오전 8시~9시)의 역사도 오래되었다. ‘시선집중’이 시작되고 6개월 뒤, 본격적인 시사 인터뷰 양식을 표방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7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다.
초기에는 마이너 방송사의 한계 때문에 정치인 섭외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의 노력으로 방송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자 지금은 먼저 연락해오는 경우도 있다. 이석우 보도국장대행은 “우리는 ‘이슈 파이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결과물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이념적 스탠스를 균형 있게 잡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열린 세상 오늘’에서는 찬반 의견이 있을 경우 가급적이면 대립하고 있는 양쪽의 의견을 당일에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각 라디오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도 함께 뛰기 시작했다. 바빠진 것은 진행자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송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경쟁 프로그램보다 한 발짝 빠르게 뉴스 메이커를 섭외하기 위해 작가와 PD들은 지금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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