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다가 ‘벼락 파경’
  • 김지수 인턴기자 ()
  • 승인 2007.10.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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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느는 중년 이혼, 부부 간 대화와 이해가 해법

 
중년 부부들의 이혼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입 이혼’ ‘제대 이혼’ 등의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이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이혼 부부의 연령별 이혼’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중년 부부(남성 46~64세, 여성 41~59세)의 이혼 건수는 3만2천1백31건으로, 2005년 3만4백50건과 비교해 5.52% 증가했다. 중년 이혼에는 경제 문제, 성격 차이, 외도, 폭력 등 일반적인 사유로 갈라서는 사례 외에도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던 ‘잉꼬 부부’들이 큰 사건 없이 갑작스레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어 달라진 풍속도를 보여준다. 얼마 전 26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낸 탤런트 이영하·선우은숙 부부가 그렇다.

내성적인 배우자가 이혼 요구 많이 해
선우은숙씨는 이영하씨와 파경을 맞게 된 배경에 대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로 관심이 없는 생활보다 떨어져 지내면서 각자의 시간을 갖고 서로를 돌이켜보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혼을 결정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조옥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짜 속사정이 뭔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라면 매우 쿨하다. 더 늦기 전에 자기 삶을 찾겠다는 각자의 주장이 합치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별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던 ‘완벽한 부부’의 갑작스러운 이혼은 내성적인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남편 박 아무개씨와 아내 오 아무개씨는 소문난 ‘잉꼬 부부’였다. 평소에도 다투는 일이 적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이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둔감하고 배려가 없는 남편의 성격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씨는 “남편과 마주치기 싫어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갖고, 대화도 피하는 등 나름대로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남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아내와 헤어진 박씨는 “미리 알아챘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며 뒤늦게 한탄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내성적인 배우자는 직접적인 대화보다 간접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해 상대 배우자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배우자가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행동의 작은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화나 행동의 빈도가 증가하면 이혼의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1단계는 배우자에게 “요즘 문제(불만)가 있으니, 알아 달라” “내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식의 간접적 표현으로 나타난다. 아내들은 기분 전환 삼아 외모를 가꾸기도 하지만,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화장을 화려하게 하는 것 등으로 남편의 관심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이같은 일이 잦아진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단계는 부부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을 때 나타난다. 부부 간 대면이 줄고, 특히 화가 억제되지 않으며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감정 상태가 자주 나타난다면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는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내 생각이 옳은지 확인을 거치는 과정이다.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이혼의 징후가 포착되면 우선 원인을 파악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등 즉시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년의 급작스런 이혼은 과거부터 발생한 사소한 문제들을 즉각 해결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위원은 “특히 여성의 경우는 남성보다 ‘기억력이 좋아’ 마음에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부부간의 충분한 대화와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상담 사례를 전했다.

 

※도움말: 최규련 수원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전중환 진화심리학자 겸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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