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을 잡아야 천하를 얻는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7.11.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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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 명품 도시 공약, 이인제 - 충청도 대통령론, 심대평 - 지역 기반 앞세워 수도권 표심 향방 ‘서부 벨트’에 달려 후보마다 교두보 확보에 안간힘

 

대선 주자들의 ‘중원 쟁탈전’이 치열하다. 대권을 노리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충청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8.3%에 불과하지만 충청의 민심은 대선 판세를 가늠케 하는 주요 잣대이다. ‘중원을 지배해야 천하를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은 역대 대선 결과가 잘 증명해 보인다. 지난 네 차례의 대선에서 ‘충청이 선택한 후보’가 모두 승리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충청으로 향하는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난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을 충청권에 머무르면서 이 지역 민심 잡기에 공을 들였다. 앞서 이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뽑힌 후 첫 지방 방문지로 대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현장을 찾아 자신이 충청 지역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후보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행정 기능에다 과학기술, 교육, 산업, 문화 기반 시설을 갖춘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라며 지역 민심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보의 충청권 공략이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후보를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지지 기반이 약한 지역인 데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행정수도 건설에 강력히 반대한 데 대한 반감이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의 마음이 이후보에게로 온전히 넘어오지 않은 측면도 대세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충청권은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 총책임자 역할을 할 대전·충남 시·도당 위원장을 친박근혜 성향의 인사가 모두 차지하고 있다. 충남도당위원장은 이진구 의원, 대전시당위원장은 이재선 전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이후보가 충청 방문 일정 중 충북 옥천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것은 이러한 지역 분위기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충청 표심을 잡기 위한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충남 논산 출신인 이후보는 아예 중앙선대위 출범식을 대전에서 치렀다. 지난 10월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그는 “역대 대통령 중 충청 출신은 없는데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역사의 순리이다”라고 주장하며 ‘충청도 대통령론’을 기치로 내걸었다.
지역주의 조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후보가 충청에 ‘올인’하는 이유는 그의 정치적 기반이 이곳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충청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판단에서이다. 충청에 교두보를 확보해야만 당의 텃밭인 호남권과 도지사를 지냈던 수도권을 연결하는 이른바 ‘서부 벨트’를 형성할 수 있다. 
이번 대선 역시 역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영남과 호남이 맞서는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에 대한 영남의 지지와 범여권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대선 최대 격전장이 될 수도권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충청이 연결 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주어야 한다. 상대에게는 바람을 가로막을 방패가 되고, 자신에게는 바람을 확산시킬 풍차가 되도록 상황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최대 격전장 수도권 대결에 연결 고리 역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정계를 은퇴한 후 공석이 된 ‘충청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지역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 할 경우 대권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충남도지사를 세 차례나 지낸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물론 이후보는 “지역 정당을 전제로 한 대통령 후보는 대선 정국에서 큰 의미가 없다”라며 심후보의 대선 출마를 평가 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심대평 후보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심후보는 “충청도에서 태어났다고 모두 충청도 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간판을 갖고 충청도 대통령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라며 이후보의 ‘충청도 대통령론’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민주당이 충청을 대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역 민심은 ‘충청의 대변자’ 역할만을 놓고 볼 때 이후보보다 심후보의 손을 더 들어주는 분위기이다.
반면 심후보의 대선 완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국회의원 다섯 명에 불과한 초미니 정당의 후보로서 독자행보를 이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심후보가 과연 어떤 후보와 연합할지가 관심거리이다.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범여권 후보와 함께 가는 것이 ‘남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한나라당과의 연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대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행보에도 관심이 높다. 비록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고향인 충청의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해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이 지역에서 갖는 그의 영향력은 아직도 상당하다는 평가이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가장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이들이 바로 ‘충청의 미래’ 회원들이다.
충청의 표심은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없다’는 부동층이 전국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설 정도로 안개 속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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