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땅 짚고 배 불리기?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11.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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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장사 이어 집 장사로 거액 차익 남겨…퇴직자 챙기기·고율 연봉 인상 등으로 눈총도

 

한국토지공사가 민간 업자와 손잡고 벌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비난의 소리가 높다. 공익 성격이 강한 사업임에도 엄청난 차익을 남기는 데다 전담 회사 임직원 상당수가 토공 출신으로 밝혀져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공공 이익을 꾀해야 하는 토공이 상업적 일을 벌이면서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PF 사업이란 공공 민간 합동 사업을 일컫는다. 2001년 경기도 용인시 죽전 역세권 개발 사업 때부터 시작되어 현재 여섯 군데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업마다 주식회사 형태의 전담 업체가 세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토공은 땅과 단지 조성 노하우를, 민간 업자는 자본과 건설 기술력을 제공해 공사를 벌인다. 땅과 관련된 일은 토공이, 건축 분야는 민간 사업자가 맡는다고 보면 된다. 민간 업자들은 컨소시엄을 이루며 공동 지분을 갖고 있다. 토공은 이같은 PF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오피스텔, 상가, 주상복합아파트, 단독주택 등을 분양해 1천5백억원 이상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전담 회사 임원들의 연봉을 대폭 올리고 직원 수를 늘리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는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과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토공이 PF 회사를 세워 사업을 하는 6곳 중 분양이 이루어진 5곳에서 올린 수익은 1천5백17억원. 사업체마다 평균 3백억원 넘게 남겼다는 계산이다. △올 들어 지난 5월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 복합단지에서 5백55억원 △2004년 3월 용인시 동백 테마형 쇼핑몰 상가 분양에서 4백23억원 △2005년 10월 대전시 엑스포 컨벤션복합센터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에서 4백20억원의 이익이 났다. 또 △올 6월 초 용인시 동백 주택 단지에서 86억원 △2006년 5월 용인시 죽전 역세권 개발 오피스텔 분양에서 3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가구 및 점포당 수익 금액은 동백 주택지가 2억4백76만원으로 으뜸이고 대전 엑스포 컨벤션복합센터 5천9백32만원, 동탄 복합단지 4천3백84만원, 동백 테마형 쇼핑몰 3천1백31만원, 죽전 역세권 개발 2천4백9만원 순이다.

PF 전담회사 임직원은 전·현직 토공 출신

국회 건설교통위 의원들은 “PF 공사가 이루어진 곳은 대부분 수익이 많이 나는 수도권 택지 개발지로 상업 시설보다 주거 관련 시설이다. 토공이 땅 장사도 모자라 집 장사까지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토공은 “수도권 택지개발지는 소규모 상업 시설 난립으로 난개발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주택 시설 계획 개발을 통해 택지 개발 조화와 복합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업자와 PF 사업을 벌이고 있다”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토공의 제몫 챙기기는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PF 사업 전담 회사를 세워 운영하면서 주요 임직원 자리를 전·현직 토공 출신들로 채우고 있다. 죽전 사업을 벌이는 (주)그린시티는 토공 단지사업본부장을 지낸 박 아무개씨, 동백 지역 사업을 맡은 (주)쥬네브는 토지연구원장을 지낸 박 아무개씨, 동탄 사업을 진행 중인 메타폴리스(주)는 사업개발이사를 지낸 서 아무개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전 엑스포 관련 사업을 관장하는 스마트시티자산관리(주)는 토공 본사 이전추진단장 출신의 김 아무개씨, 지난해 12월 광주 호수공원 쇼핑몰 사업을 위해 세워진 (주)레이크파크자산관리는 광주·전남 지역 본부장으로 퇴직한 변 아무개씨가 대표이사 자리에 앉아 있다.
이들 회사의 임원과 간부 상당수도 토공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거나 현재 재직 중인 간부들로 알려졌다. 메타폴리스 이사 김 아무개씨는 토공 팀장을, 스마트시티 이사 김 아무개씨는 토공 처장을, 모닝브릿지 대표이사(비상근)는 토공 팀장을 각각 겸직하고 있다.
특히 토공은 이들 임직원을 PF 회사에 앉히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공직자 윤리법상 ‘공직자 취업 제한 제도’를 악용했다는 것. 회사 출범 때는 설립 자본금을 50억원 밑으로 해 토공 임직원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뒤 자본을 차츰 늘려가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금이 일정액 이상으로 큰 기업에는 토공 출신들이 갈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우회 전략을 썼다는 얘기이다.
토공의 PF 사업을 벌이고 있는 6개 관련 회사 대표를 포함해 전체 임원 48명 중 4분의 1인 12명이 토공 출신들이다. 여기에 다른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20명으로 늘어나 전체 임직원 1백9명 가운데 18.3%가 토공 출신들이다. 이들 회사에 출자한 토공 주식 지분은 20% 미만이다. 그럼에도 토공측은 땅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대표이사를 비롯한 요직에 토공 출신을 앉혔다. 최대 출자자가 아님에도 핵심 보직을 독차지하는 토공측의 인사로 각 회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토공이 비난 받는 대목은 또 있다. 땅 장사로 벌어들인 5조여 원을 바탕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이후 지금까지 8백45명을 더 채용해 전체 직원이 46.6%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지수는 2003년 6백55에서 지난해에는 4백59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인적 관리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금인상률은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사장 연봉의 경우 2003년 1억6백만원에서 2006년 2억6천2백만원으로 1백47%, 일반 임원은 1억1천3백만원에서 1억8천3백만원으로 62% 뛰었다. 직원들 또한 평균 연봉이 4천3백만원에서 5천6백만원으로 30% 올랐다.
이로 인해 토공은 올해 각종 평가에서 결과가 좋지 않게 나타나 경영 체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지난해 1위였던 정부 투자기관 경영 평가에서 8위로 밀려났다. 더욱이 종합 경영 부문에서는 11위로 건설교통부 산하 기관 중 최하위였다. 공기업 17곳을 대상으로 한 고객만족도 조사 중 윤리 경영 부문에서도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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