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펀드’가 눈부신 이유
  • 정은호 (제로인펀드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7.11.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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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과열’ 논란 속 분산 투자처로 각광…슈로더 펀드, 올해만 수익률 50%

 
올해 10월19일은 금요일이었다. 그러나 증시에서 10월19일은 블랙먼데이(Black Monday) 기념일(?)로 통한다. 매년 10월19일이면 늘 월요일로 착각을 하는 직업병이 생겼다는 펀드매니저도 있다. 1987년 10월19일 미국 증시는 단 하루 만에 22.6% 폭락이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올해에도 기념일답게 미국의 다우지수는 2.6% 내렸다. 잇달아 열린 세계 주요국의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10월22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66.29포인트(3.36%) 떨어져 우리도 세계 증시의 일원임을 입증했다. “좀 약한데요.  고객들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더 빠져도 괜찮은데.” 저녁을 함께 하게 된 펀드매니저는 시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했다. “두고 보십시오. 자금이 몰려들어올 겁니다.” 그 펀드매니저의 예상대로 10월23일 하루에만 주식형 펀드로 3천8백5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었다. 주가가 34.99포인트(1.75%) 하락했던 10월19일의 다음 거래일인 22일에도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입액은 3천2백34억원이었다. 시장이 하락하면 그 폭에 비례해서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일반화되었다. 위기의 순간이 최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알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코스피 2000포인트는 국내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보인다.
10월25일과 26, 29일 3일 만에 지수가 1933.36에서 2062.92까지 130포인트 가까이 급격히 상승하자 다시 선택은 어려워졌다.
중국 증시에 대한 지속적인 버블 논란과 조정 우려로 10월 넷째 주 상하이종합지수는 3.93% 하락했다. 코스피가 2.94%, 미국의 S&P500 지수가 2.31%, 홍콩이 3.19% 등 일본을 뺀 대부분의 증시가 오른 데 비하면 기회 비용이 크게 느껴진다.
중국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최근에 중국 펀드에 투자한 ㅇ씨는 마음이 영 불안하다. 아무래도 막차를 탄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가입했던 펀드의 판매사를 다시 찾아가 보니 갑자기 중국 펀드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를 털어놓는다. 얼마 전 가입할 때와는 또 다른 설명이다. 국내는 이미 코스피가 2060포인트를 넘어갔다. 월가의 한국 투자 전문가라는 어느 투자자문사 사장은 한국 시장에 대해 내년 초에 220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얼른 계산해보아도 상승 여력이 140포인트로, 7%가 안 되는 수익률이 성에 찰리가 없다. 미국의 증시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관심 대상에서 빠졌다. 중국은 과열이란다. 일본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원금 회복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라 투자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이것이 현재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상황이다.
 
중국이 과열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망은 희망적이다. 과거의 수익률이 의미가 없다고 해도 올해 들어서만 108.92%가 상승한 시장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다우지수가 14000 포인트를 돌파했다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 남짓이며 일본은 4%가 하락했고, 영국은 7% 정도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머징 마켓의 핵심에 자리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통칭되는 국가들의 수익률은 눈부시다. 중국 108%(홍콩은 52%)를 선두로 브라질 45%, 러시아 14%, 인도 40%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스피 수익률도 41%로 뒤지지 않는다. 중국에 대한 과열 투자 논란 이후 떠오르는 대안이 이 브릭스 펀드들이다. 브릭스 펀드를 가장 크게 운용하는 곳은 슈로더이다. 슈로더 펀드들은 올해 들어서만 50% 정도의 수익률을 보이며 분산 투자를 통해 중국의 과열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모두 ‘이머징 마켓’…국가간 동조화 움직임은 없어

브릭스를 새로운 형태로 조합한 상품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래에셋에서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과 중국, 인도에 투자하는 코친디아 펀드를 운용 중이다. 도이치투신에서는 브릭스 중 상대적으로 덜 오른 브라질과 러시아에 투자하는 브러시아 펀드를 운용한다. 현재와 같은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의 수익률 욕구에 대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상품은 당분간 이머징 마켓뿐이라는 것이 자산운용 업계의 시각이다.
‘포스트 중국’으로 브릭스 펀드가 각광받는 이유는 중국 시장의 상승 여력을 여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분산을 통해 중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분산 투자 원칙에 의해 국내 펀드와 브릭스 펀드 두 가지에만 투자하면 최소한 5개국 이상에 투자하는 형태가 된다(실제로 모든 브릭스 펀드들이 브릭스 국가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유망 지역에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좀더 큰 관점에서 보면 투자된 모든 국가가 이머징 마켓이라는 한계는 남는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증시가 동조화되는 경우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까지 이들 국가 간의 동조화 경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펼쳐지고 있는 전세계적인 주식시장의 상승은 분명 흔한 기회는 아니다. “철저한 분산 투자를 통해 부담한 위험 크기에 비례한 수익을 기대하라”라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온다. 그래도 투자자는 알고 있어야 한다. 분산 투자가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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