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목사를 두 번 죽이려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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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되었다 풀려 난 샘물교회 신도들이 한국에 돌아온 지 두 달이다. 무사 귀환한 21명의 안부도 궁금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두 명의 희생자가 더욱 눈에 밟힌다. <아프간의 밀알 : 순교자 배형규 목사의 삶과 죽음>은 지난 10월20일 출판사 ‘한솜미디어’가 내놓은 책으로, 희생자 중 한 명인 배형규 목사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저자인 김성웅 목사 등 3명이 써내려간 내용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배목사를 ‘아프간의 토머스’(로버트 토머스는 1866년 한국에 왔다가 평양 주민들의 공격으로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에서 사망한 선교사이다)라고 칭송하며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도 구설수에 올랐다. ‘아프간 피랍자와 가족들은 승리자’ ‘세상 사람의 막말은 사탄의 짓’ 등 소제목이 문제가 되면서 사람들은 ‘아직도 개신교가 공격적인 선교 활동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샘물교회측에서도 여론에 대한 부담과 박은조 목사의 서신을 무단으로 싣는 행위에 대한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이 책의 출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압박이 심해지자 출판사측에서는 출간 4일 만인 10월24일, 모든 책을 전량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판매를 중단한 지 불과 10여 일이 지난 11월7일, 저자인 김성웅 목사는 “기독교 출판사를 통해 개정판을 낼 것이다”라고 밝혀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샘물교회에서 지적한 부분을 삭제하고 선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목사는 “선교는 죽을 각오를 하고 가는 것인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이들을 보낸 교회 지도부가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하고 책 내용을 일부 바꿨지만 일부 개신교측의 이런 행동을 바라보는 눈은 여전히 냉랭하다. 배목사가 죽을 각오를 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를 한 것도 아닌데 막상 그의 사망을 순교로 미화하는 것은 오히려 망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배목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샘물교회나 유족측 입장에서는 제3자가 이런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배목사가 희생당한 뒤 ‘혹시 개신교에서 이번 사건을 잘 꾸며 이용하지 않겠느냐’라는 추측이 여러 게시판에 올라오곤 했다. 이런 추측이 현실이 될수록 대중들이 가지는 개신교에 대한 불신은 더욱 뿌리 깊어진다는 단순한 사실을 왜 모르는지. 선교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이용하려는 일부 개신교 관계자의 의도는 배목사를 다시 한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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