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세력, 분열 아닌 결집으로 갈 것"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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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의 떡’ 쥔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 인터뷰 / “지금은 우파 3인방이 힘 모을 때”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으로 막을 내릴 것 같았던 대선 레이스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선언으로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보수 대 보수’의 대결 구도는 역시 보수 성향인 심후보의 양 손에 떡을 쥐어준 형국이 되었다. 한 손에는 그동안 보수의 지지를 받아온 이명박 후보가, 다른 한 손에는 보수의 색채가 더 짙은 이회창 전 총재가 올려져 있다.
충청의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충청도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며 지역 기반을 다져나가는 사이 심후보는 충청권 지지를 바탕으로 대세의 한 축과 연대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대권 도전에 나서 세 확보가 절실한 이회창 전 총재와의 ‘동행’을 우선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심후보는 이 전 총재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표, 고건 전 총리에게 ‘4자 연대’를 제안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한 손에 쥐어진 떡을 내팽겨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지율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양 손의 떡이 양 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고난이도 줄타기에 나선 심후보가 자칫 발을 잘못 내디딜 경우 기존의 충청 지지 기반만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다음날인 11월8일 국민중심당 여의도 당사에서 보수 연대의 ‘캐스팅 보트’역할을 모색 중인 심대평 후보를 만났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민들이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에 비해서 아직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전 총재도 이 부분에 있어서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보수로의 정권 교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불안을 거두어내는 역할을 자신이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가 나올 수밖에 없도록 대선판을 만든 정치 상황이 안타깝다.
보수 세력의 분열로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비판이 거세다.
보수의 분열이 아니라 보수의 결집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이번 대선 구도가 ‘보수 대 진보’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추어 정권도 안 되고 ‘진보다, 보수다’하는 이분법적인 정치 구도도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는 경험과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깨끗한지가 중요하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얼치기 진보’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보수 세력의 분열은 정권 교체의 열망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을 놓고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중도 포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보수로의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으로 인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 국민의 여망일 것이다. 내가 제안한 것도 그런 것이다. 이회창·심대평·이명박 모두 보수 우파이다. 이 우파 3인방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먼저 국가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보수의 분열은 있을 수 없다. 각자 정권 창출을 위해서 더 나은 노력들을 할 것이다.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함께하는 보수 세력의 결집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국민들이 보수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요구를 하면 마음을 비우고 한 곳에 모여 국민들에게 선택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국정 경험 세력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나.
‘4자 연대’성사 가능성은 어떠한가?
‘4자 연대’는 기존의 정치적 분석법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다. 국가 지도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며, 현실 정치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제안이기도 하다. 지금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서 적극적으로 연대에 동참하거나 지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큰 틀의 정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믿음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
고건 전 총리, 박근혜 전 대표 등 다른 정치 세력의 반응은 어떠한가?
한 분은 ‘정치를 안 하겠다’며 정계를 은퇴한 분이고, 또 한 분은 한나라당 경선을 승복하겠다고 한 분이라 개인적인 지지나 동참을 쉽게 표명할 수는 없는 입장이 아니겠나. 하지만 이심전심으로 통해 뜻을 같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정치는 생물이니까 당연히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 이번 제안은 개인의 이해나 정파의 이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국정 경험 세력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다.
내각제 개헌이 연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인가?
연결 고리이기도 하지만 다음 정권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가 권력 구조의 개편이다. 우리 정치판이 이렇게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불신의 장이 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대통령 무책임제’에 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권력 구조를 가지고 신뢰의 정부를 만들 수는 없다. 앞으로 2년 이내에 내각제든 책임총리제든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든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권력 구조 개편 이외에 연대를 통해 협의할 사안으로는 무엇이 있나?
우선 신행정수도 재추진이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재추진하거나 아니면 흩어져 있는 정부를 하나로 모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제 폐지, 수능 폐지, 전남·제주 연결 해저 터널 건설 등이 대표적인 공약이다. ‘4자 연대’가 되면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정치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11월7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2주년 행사장에서 이명박 후보를 만나 회동을 갖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이다. 4년 동안 서울시장과 충남지사로 만났다. 또 같은 세대이다. 공교롭게 나이도 같다. 우리는 땀 흘려 일해서 성과를 내고 그것으로 평가를 받는 데 익숙한 세대이다.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후보와는 우연히 행사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언제 한 번 만나자’라고 이야기한 것 때문에 이명박 후보를 당장 만나는 것처럼 보도되었는데 서로 덕담한 정도이다.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왜 만날 수 없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만나서 충분히 논의하고 무엇이 정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를 찾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와도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좌파 정권을 종식시켜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정부를 만드는 데 보수 3인방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도 아마 동의할 것이다.
그래도 이 전 총재와 연대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아닌가?
이 전 총재가 충청도 출신이고 해서 그런 얘기들을 할 것이다. 또 ‘보수의 색깔을 확실하게 하자, 국민을 안심시키자’는 데 묵시적 동의를 했고 권력 구조의 개편도 제안했기 때문에 그렇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어느 한 쪽에 치우치고 어느 한 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눈이 먼 기성 정치인들이 하는 정치적 야합은 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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