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장, 쉬어감이 어떠리
  • 정은호 (제로인펀드투자자문연구소 대표) ()
  • 승인 2007.11.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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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져 장세 불안 계속…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안전 투자의 핵심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900포인트와 2000포인트 사이에서 박스권을 횡보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일시적 충격으로 1900대가 무너지면서 다시 우울한 전망이 고개를 든다.
실제로 증권선물거래소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일간 주가 변동성은 1.40%로 지난해 1.15%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일간 주가 변동성은 올해 1월 1.23% 수준이었다. 그러나 8월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에 따른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라 2.36%로 높아졌다. 이러한 변동성의 확대는 주가 조정기가 주가 상승기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의 적절한 대응은 쉬어가는 것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장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런 장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시장 전체의 방향을 확인해야 하는 펀드 투자에서 더욱 어렵다.

알려진 악재의 잠재력

국내 증시 자체의 방향성에 이상 신호는 감지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정책도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증시의 수급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해외 변수들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 경색, 달러화 약세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중국의 인플레이션과 긴축 정책, 세계적인 고유가 지속,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 등 우리 증시의 충격 요인은 내부 변수가 아니라 외생 변수이고 예측이 어렵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매일매일 어느 요인이 힘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증시의 영향 요인들은 돌발 변수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고 개별적인 요인들의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려할 사실은 이들 악재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이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의 파장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분산했으니 안전하다?

 다우지수가 2.46% 폭등한 소식이 전해진 11월14일 한 일간지는 다음과 같은 뉴스를 싣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 분위기는 하루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월마트의 실적 호조와 유가 급락, 골드만삭스의 자산상각설 부인, 애플의 중국 진출 등 대형 호재가 한꺼번에 나왔다. 월가 은행들의 대규모 상각, 100달러 유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은 하루만에 자취를 감추었다.” 
전날까지 다우지수는 4일 연속 하락으로 300포인트 이상 빠져 13000 이하까지 밀려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에 개장한 전세계 모든 증시는 말레이시아의 0.19% 하락을 제외하고는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 시장은 2.05%, 홍콩 항생지수는 4.90%, 홍콩 H지수는 6.84%, 상하이 종합지수는 4.94% 상승이라는 괴력을 발휘했다. 
다음날인 14일(미국 시간)은 다우지수가 소폭 상승으로 출발했으나 결국 76포인트(0.57%)가 밀린 채 장이 종료되었다. 11월15일 개장한 우리나라 시장은 24.84포인트(1.26%), 중국 상하이 0.88%, 타이완 0.42%, 인도 0.87%, 홍콩 항생지수 1.02%, 홍콩 H지수 1.62% 등 모두 하락한 채 마감했다. 분산 투자의 기본은 특정 상황에서 모든 투자 대상의 수익률이 한 쪽 방향으로 쏠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 투자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해외로 대상을 다양화했다면 그 다양성이 의미를 갖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특히 투자 대상이 모두 주식이고 분산이 주로 이머징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그 분산 효과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시장의 변동성과 시장 간의 상관관계는 늘 변화한다. 특히 최근의 변수에 대한 세계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한층 강해 동조화(coupling)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국가 간 분산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주식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위험은 피해가기 어렵다.
위험에 대해 어느 과학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전혀 새지 않는 밸브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해도 현실은 여전히 새는 밸브를 제공할 뿐이다. 결국 우리가 할일은 어느 정도까지 새는 것을 견딜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현재의 밸브도 새는 것일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정도까지 샐 가능성이 있다면 밸브를 바꿔야 한다. 새로운 밸브는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지 않은 지역, 채권 혹은 실물(commodity)로 구성될 수도 있다.

지나친 수익 기대는 위험

 얼마 전 브릭스 펀드를 가입하려던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브릭스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가 달랑 하나라는데 이게 괜찮은 것이냐’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규모도 있고 어느 정도 운용 기간도 있는 상품이어서 가입을 권유했지만 비교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마음에 걸렸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가입할 수 있는 펀드가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국내의 상황은 아직 열악한 편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설정액이 5백억원 이상인 브릭스 펀드는 슈로더브릭스주식형의 3개, 신한BNP봉쥬르브릭스플러스주식 1개 등 총 4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물론 투자자들이 직접 개별 국가에 대한 분산을 통해 브릭스 지역을 커버할 수도 있지만 소액 자금으로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또한 인도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고를 만한 것이 없고 러시아 펀드도 설정액이 1천억원이 넘는 것은 우리CS러시아익스플로러주식 한 가지뿐이다. 현재까지 지역별 혹은 테마별로 가장 많이 판매되었던 펀드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의 시장 움직임을 볼 때 분산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펀드들의 상관관계를 통해 자신이 투자한 펀드 포트폴리오의 분산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기대수익률이 높아져서 위험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순간 투자는 도박이 된다. 도박은 “인간 대다수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만한 자부심과 자신의 운에 대한 터무니없는 신뢰에서 비롯된다”라는 아담 스미스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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