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스 시장 “군침 도네!”
  • 심정택 (자동차산업 전문가) ()
  • 승인 2007.11.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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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 확대로 자동차 금융 시장 급성장…외국 업체 속속 진출, 은행권도 ‘호시탐탐’

 

세계 완성차 업계는 선진국 신차 판매 시장이 포화되면서 ‘애프터 마켓’의 규모와 수익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애프터 마켓의 주축인 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고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수입차 딜러, 은행권이 자동차 관련 금융시장을 넘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현대캐피탈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대캐피탈은 자산 규모 15조원의 국내 최대 할부 금융 회사이다. 최근 수년간 현대캐피탈은 국내 할부 금융 시장의 60%대, 자동차 리스 시장의 40%대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회사 전체적으로는 자동차 금융 사업 비중이 70%대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특히 2004년 1월, GE 계열의 GE머니가 1조원을 투자해 현대캐피탈의 지분 43%를 인수하면서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수입차 시장의 확대이다. 소비의 개념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임차(렌트·리스) 추세가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른 자동차 금융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수입차 시장에 30대를 대거 끌어들였다. 이들은 자동차 금융 시장의 최대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특별 금융 프로그램을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 카드 및 여신, 리스 회사들의 금융 상품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 직접 진출한 외국차 업체 계열 금융사의 상품이 국내 금융사 상품에 비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계열사인 현대·기아차 제품에 적용되는 금융 프로그램과 GM대우, 르노삼성차, 쌍용차에 적용하는 금융 상품 간에 약 1~2%의 금리 차를 두어 소비자들을 현대·기아차로 유도하고 있다.
비현대차그룹의 한 완성차 업계 마케팅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 할부 구매시 적용하는 이자율과 자사 고객이 대우캐피탈, 신한카드로부터 적용받는 이자율의 차이가 1.7%이다. 캐피탈사 간 할부 금융 조건의 차이로 비슷한 용도, 사양의 차는 현대·기아차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동급 경쟁 제품이라면 1~2%의 차등 금리는 소비자들을 현대·기아차 제품으로 유인하기에 충분하다.
르노삼성차는 2010년이면 삼성그룹과 ‘삼성’ 상표 사용 기간이 끝난다. 사용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에는 ‘삼성’을 뗀 ‘르노’로 회사명을 바꾸어야 한다.
오정환 전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르노삼성차가 2010년 이후에도 삼성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삼성카드의 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삼성카드는 르노삼성차 지분 19.9%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삼성캐피탈을 합병한 삼성카드는 2001년부터 수입차를 겨냥한 리스 상품을 팔고 있다.

2006년 리스 시장, 신차 시장의 18.5% 차지

이런 자동차 금융 시장에서 리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06년 자동차 리스 시장은 3조8천9백52억원으로 신차 시장 대비 18.5%를 차지했다. 2006년 국내 신차 판매 시장은 금액으로 총 21조1천억원(국산차 19조원, 수입차 2조1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신차 판매의 대체 시장으로 평가되는 장기 렌탈은 렌터카 전체 시장의 55%로 추정된다.
장기 렌탈을 자동차 리스 시장과 합하면 신차 시장 대비 자동차 리스(+장기 렌탈) 시장 규모는 4조4천3백42억원으로 전체 신차 시장의 약 21%를 차지한다.
최근 수입차 시장의 확대는 자동차 리스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수입차 리스 시장 규모는 2004년 7천8백억원에서 2005년 1조1천5백억원으로 1.5배 크는 등 전체 자동차 리스 시장에서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의 그레이(비공식 병행수입) 마켓을 고려하면 그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임차’라는 동질성을 가진 자동차 리스와 렌터카 산업을 비교해 보면, 자동차 리스는 2006년 3조8천9백5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2005년 2조9천7백21억원) 성장을 보인 반면, 렌터카 시장은 전년 대비 4.7%(2005년 9361억원) 늘어난 9천8백억원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리스는 2007년 상반기에 2조2천5백59억원에 달해 올해 전체로는 4조5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 리스 시장 참여 업체 수는 2006년 말 기준 총 26개사이다. 자동차 제조업 계열 리스사 7개, 일반 여신금융사 14개, 외국 자본 계열사 5개이다. 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은, 현대캐피탈이 44.7%, 대우캐피탈 16.8%, CNH캐피탈 2.8%, 우리캐피탈 2.2% 순이다.
대우캐피탈을 빼고는 모두 자동차 판매 계열사를 두고 있다. 중소 리스 및 캐피탈사는 대형사들에 밀려 고전했으나, 수입차 그레이 시장의 확대로 활력을 찾고 있다.
선진 외국업체의 국내 진출 속도도 가파르다. GE는 현대캐피탈에 유력한 대주주로 참여했으며, 도요타 파이낸스, BMW 파이낸스 등도 국내에 들어왔다.

 
외국 완성차 업계 계열 리스사들은 대부분 자본금이 2백억~3백억원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국내 수입차 판매 시장에 비해 취약한 구조이다. 이들 외국 자동차 계열 금융사들의 저조한 한국 내 투자는 투자 의지 부족, 국내 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이 이유로 꼽힌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도요타는 금융 부문의 투자가 시장 확대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도요타가 차 제품 경쟁력만으로 한국 시장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금융 부문의 대규모 단독 투자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도요타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서 최근 이마이 히로시 전 북미도요타 부사장은 “도요타는 한국에서의 판매 볼륨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급속히 시장점유율이 높아져 국민들의 악감정이나 저항에 부딪치는 상황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토로할 정도이다.

GE, 현대캐피탈에 대주주로 참여

렌터카 업체들도 리스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금호렌터카에서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리스 회사를 설립했다. 렌터카처럼 고객의 차량 정비까지 챙겨주는 ‘매인터넌스 리스’에 사업의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허’번호판을 기피하는 장기 렌트 고객의 안정적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리스 전용차를 2007년에 1천1백 대, 2011년 2만 대 보유할 방침이다. 아주오토렌탈도 지난 7월 자본금 2백억 규모의 ‘L&F캐피탈’을 만들어 리스업에 진출 했다.
대우자판의 계열사인 우리캐피탈은 자동차 할부 금융에 치중하고 있다. 취약한 자본금 확대를 위해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벤츠의 딜러인 ‘더 효성’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효성그룹은 최근 론스타로부터 ‘스타리스’를 3천23억원에 인수했다. ‘스타리스’를 통해 자동차 리스에 치중할 계획이다. CNH캐피탈은 주로 계열사를 통해 자동차 리스, 할부 금융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BMW 딜러인 ‘저먼모터스’, 재규어, 랜드로버 딜러인 ‘로열오토모빌’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현대캐피탈과는 별도로 상용차와 기계류의 할부, 리스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커머셜’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1천억원이고, 정태영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사장이 대표를 겸한다.
이밖에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국내 시중 은행들 중 일부는 막강한 영업망을 앞세워 자동차 리스 시장 참여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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