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집’에서 멋지게 ‘해우’하다
  • 김지수 인턴기자 ()
  • 승인 2007.11.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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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고기웅씨
 
변기 속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과연 그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변기 모양의 집이 세워졌다.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해우재(解憂齋·근심을 푸는 집)’가 그것이다. 이름도 사찰의 화장실인 해우소(解憂所)를 차용해 지었다.
지난 11월11일 준공식을 가진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이 건물은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심재덕 조직위원장이 유엔에서 지정한 ‘2008년 세계위생의 해’를 앞두고 사비를 털어 만든 집이다. 상상만으로도 독특한 해우재는 완공과 동시에 ‘대한민국 최초, 최대 규모의 화장실 모양 건축물’로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거대 변기 건물이 최초인 만큼 디자인한 건축가도 신예이다. 서른 세 살의 ‘반 미친 젊은 건축가’ 고기웅씨가 주인공이다. 해우재는 고씨가 2006년 자신의 사무실을 낸 뒤 맡은 첫 번째 작품이다. 그는 주택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해 1층을 손님용 침실과 거실, 서재, 식당, 주방 등으로 채우고, 2층은 안방과 건축주 부부를 위한 좀더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 위에 주택의 일상적인 기능을 배치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욱 완벽한 ‘변기’를 구현하기 위해 심위원장과 100회에 가까운 미팅을 했다.”
‘화장실 집’ 안의 화장실은 이번 건축의 핵심이었다. 3개의 화장실 모두 사람이 들어가면 음악이 나오도록 했다. 또한 변기를 창가에 배치해, 용변을 볼 때 외부로 향한 큰 창을 통해 정원과 주위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특히 1층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메인 화장실은 노력이 가장 많이 집중된 곳이다. ‘대변기, 소변기, 세면대 등의 기본적인 기기들이 아름답게 보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어디에서나 내부가 보이도록 설계해 화장실을 거실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구성했다.
고씨는 “이번처럼 누구에게나 회자되고 창작 정신을 자극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은 건축가로서 큰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해우재라는 이름처럼 변비 환자들뿐 아니라 모든 근심 있는 사람들의 무거운 짐(?)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명소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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