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이유’ 사태 터지는가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7.11.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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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상품권 유통 다단계 조직 적발…피해자만 최소 10만명 이상 예상

 
피해자만 10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이유 사태’를 사상 최대의 사기 사건이라고 했는데, 그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신종 상품권 다단계 조직을 적발해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의 말이다. 경찰은 최근 1조5천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로 상품권 발행 업체인 중앙씨앤아이 대표 윤 아무개씨 등 두 명을 구속했고, 판매책 1백8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판매책은 중앙씨앤아이의 별도 법인인 하이존인터내셔널에서 다단계 방식으로 상품권을 유통시켜온 조직의 간부들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방문판매법 및 유사수신행위 위반, 특가법상 사기 등이다.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액도 최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제이유 사태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라고 말할 정도이니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을 보면 기존 상식을 크게 무너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 상품으로 상품권을 내세운 것이 그렇다. 종전에는 다단계 상품의 경우 건강 식품이나 의료 기기가 주류였다. 그러나 이 회사는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거부감이 적은 상품권을 이용했다. 
이들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사용한 미끼는 연 30~40%에 달하는 고수익 보장이었다. 1백만원을 들여 상품권을 사면 1년 후 1백3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것이었다. 상품권 교환 수수료가 5~10% 정도임을 감안해도 연 20% 이상의 수익이 나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연 수익률 30% 소문에 투자자들 ‘우르르’

이 회사는 상품권 발행 업체, 판매 업체 외에 상품권 상환 업체인 블루캐쉬를 별도로 설립했다. 서로 역할을 분담하도록 한 것이다. 중앙씨앤아이가 상품권을 발행하면 하이존인터내셔널이 전문적으로 유통을 담당한다. 일정 기간 이후에 상환 업체인 블루캐쉬가 수수료를 받고 상품권을 매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선일자’ 방식이다. 일반 상품권은 발행일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상품권은 5% 정도만 즉시 사용하고, 나머지는 4개월 뒤부터 25~30%씩 순차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미심쩍어 하는 고객들이 있으면 미리 만들어놓은 위장 가맹점에 데려가 직접 상품권을 사용해보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몇몇 주유소나 식당 등과 가맹점 계약을 맺어놓고  투자자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이같은 철저한 준비 때문에 피해자나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키운 것은 다단계 방식을 통한 불법 유통이었다. 물론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석본부장, 본부장, 부장, 상근 딜러, 딜러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유통 조직을 만들어 이용했다. 상위 사업자가 하위 사업자를 모집해 상품권을 구입하면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 하위 사업자는 또 다른 하위 사업자를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급속히 시중에 퍼뜨리며 피해를 부풀린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1조5천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시중에 유통시켰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일부 간부들은 연 40억원 가까운 수익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워낙 은밀히 영업을 하는 통에 수사 초기에 애를 많이 먹었다. 1년 가까이 조사를 하면서 상품권을 이용한 불법 다단계 영업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속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경찰 단속으로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기존 투자자나 사업자들이 구입한 상품권이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경찰은 이로 인한 피해자가 적게 잡아도 1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회사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판매원이 30만명 이상이라는 진술을 들었다. 상당수 사업자가 정식 판매원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할 경우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제이유가 오랜 시간 영업을 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면 이번 사건은 불과 2년 안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놀랍다”라고 말했다. 이미 검찰 등에는 관련 소송이나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접수된 고발 건수만 12건. 현재도 탄원이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판매 사업자 간 분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마련된 카페에도 사기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한 투자자는 “집을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아 상품권을 구입했다. 그러나 이 돈을 모두 날리게 되었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사업자는 “최근에는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분신 자살팀, 조폭 할복 자살팀 등이 생겨났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사태 수습 위해 새로 선임한 대표이사가 75억원 횡령·잠적

이런 상황에서 사태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대표이사 윤 아무개씨가 구속된 지난 10월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피해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투자액을 모두 돌려받지는 못하겠지만 피해액이라도 줄여보고자 만든 것이다.
이들은 회사 운영을 위한 임시 상설기구를 마련했다. 대표이사도 새롭게 선임했다. 대책위원회는 당시 “타사와의 인수·합병이나 새로운 수익 사업 개발을 포함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새롭게 선임된 대표이사가 횡령 사건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새 대표이사가 회삿돈 75억원을 횡령한 뒤 잠적한 상태이다. 달아난 대표에 대한 고발도 현재 접수되어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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