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빼고 다 바꿨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7.11.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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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업계 프리미엄급 모델 속속 내놓아…가격 동결 등으로 수입차 공세에 대비

 
자영업을 하는 김영철씨(38)는 올 초부터 차를 바꾸려고 고심하다 6월에야 마음을 굳혀 쏘나타 엘레강스 모델을 샀다. 차 값은 2천2백만원 정도였지만 카드 선할인, 영업 사원 메리트 등을 활용해 2천1백만원을 지불했다. 내심 흐뭇해하던 김씨는 11월 들어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현대차에서 11월 초 쏘나타 부분 변경 모델인 트랜스폼을 시판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겨우 30만원 정도 비싼 값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차의 심장인 엔진이 세타엔진으로 바뀌면서 출력이 크게 높아졌고, 과거 NF쏘나타 2.4모델에만 적용되던 범퍼의 바를 2.0에도 적용했다. CD 플레이어에 USB 포트가 들어가는 등 사양과 인테리어가 거의 그랜저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런 업그레이드 사양을 생각하면 현대차는 새 모델을 내놓으면서 값을 동결했거나 내린 셈이 된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주춤하던 쏘나타 구매 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현대차측은 연말까지 2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 차 발표=차 값 인상’이던 현대차의 공식이 무너진 것일까? 이는 현대차의 마케팅 정책 변화라기보다는 내년도 수입차 대공세에 대비한 ‘집안 단속용’이라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내년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의 일본차 3총사와 벤츠나 아우디 등 고가차 제조사까지 4천만원 또는 3천만원대의 보급형 수입차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수입차의 진정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독식하는 중·대형차 시장의 소비자들을 노릴 것이다. 국산차의 대표격인 쏘나타나 그랜저에 이런저런 사양을 붙이면 결국 2천5백만~3천만원대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현대차로서는 새 차의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다시피하면서 수입차 공세를 막기 위한 방화벽을 쳐놓은 셈이다.

후륜구동형 승용차 경쟁도 치열

현대차의 이런 전략은 내년 1월 초에도 이어진다.
현대차는 벤츠나 BMW 등 프리미엄급 수입차 업체를 겨냥한 후륜구동형 승용차 제네시스를 내놓는다. 제네시스의 경쟁 상대는 벤츠의 E클래스나 5시리즈이다. 국내 시판용에는 3.3~3.8ℓ의 람다 엔진이, 미국 수출용에는 4.6ℓ급 타우 엔진이 장착된다. 현대차 쪽에서는 가격을 밝히고 있지 않으나 에쿠스 후속 모델이 제네시스 차체를 공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천만원대 중반에서 메인 모델의 값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아차의 오피러스와 비슷한 가격대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나 에쿠스의 후속 차종은 내년 상반기에 시판될 쌍용자동차의 W200(프로젝트 명)과 맞붙을 공산이 크다. W200은 국산 대형차 시장의 대표 차종 중 하나인 체어맨의 후속 모델이다. 체어맨은 지난 1991년 쌍용차가 메르세데스 벤츠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선보인 모델로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꾸준히 팔려나간 대형차의 스테디셀러였다. 쌍용차는 W200에 국내 승용차 중 가장 큰 5천cc 엔진을 붙일 계획이다. 쌍용차가 중국 SAIC와 한 살림을 차린 뒤 처음으로 내놓는 개량 엔진이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지난 10월 초에 발표한 2천7백cc급의 ‘렉스턴Ⅱ 유로’와 W200에 2008년의 승부를 걸고 있다. 국내 SUV 시장에서 ‘코란도-무쏘-렉스턴’으로 이어지는 최강의 라인업을 자랑했던 쌍용차는 동급 최고의 정숙성과 연비를 기록하고 있는 렉스턴Ⅱ 유로로 고가 SUV인 베라크루즈와 모하비의 공세를 막아낼 계획이다. 
 지난 11월22일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공개된 모하비는 6기통 3.0ℓ디젤 엔진을 얹는 등 제원은 현대차의 베라크루즈와 비슷하지만 엔진 성능은 베라크루즈보다 더욱 강력하다. 때문에 정통 SUV 팬들에게는 모하비가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흠이라면 베라크루즈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베라크루즈는 3천1백80만~4천1백14만원이지만 프레임 타입인 모하비는 제조 원가가 더 들고 엔진 출력이 더 높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모하비의 최고 가격이 4천만원대 중반 이상으로 잡혀 국산 SUV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에 후륜구동형 모델인 제네시스 쿠페를 내놓아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높일 예정이다. 제네시스 쿠페 역시 V6 3.0ℓ람다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를 달아 출력 3백마력 이상의 파워를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중에 기아차를 통해 모닝의 부분 변경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2천cc급 SUV 시장에서도 새 모델 ‘혈투’ 예상

내년 자동차 전쟁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2천cc급 SUV 시장의 혈투이다. 이 체급에서는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차의 스포티지, 대우차 윈스톰의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9월까지의 판매량 통계를 보면 투싼과 스포티지는 2만5천여 대로 거의 같고, 윈스톰이 2만3천7백19대로 막상막하의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이런 박빙의 싸움터에 르노삼성자동차도 가세하고 나섰다. 지난 11월19일 르노삼성은 부산 공장에서 크로스오버 차량 QM5 발표회를 열었다. 닛산과 르노, 삼성르노의 협력관계로 탄생한 첫 차인 QM5는 르노그룹의 첫 번째 SUV이기도 하다. 내년부터 ‘콜레오스’라는 브랜드로 ‘메이드 인 부산’의 르노그룹 SUV가 팔린다. 르노삼성은 QM5를 연 10만대 생산해 이 중 60% 이상은 수출할 계획이다. 내수 규모는 작아도 3만대 이상이어서 현대·기아차나 GM대우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내수 시장에서 윈스톰과 마티즈 외에 별다른 재미를 못 본 GM대우는 내년 초 토스카 후속 모델을 내놓고 2천cc대에 다시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다. 신형 토스카는 부분적으로 변경한 모델이지만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경쟁 차종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가을 스포츠 쿠페 G2X를 발표하면서 풀라인업 체제에 한발 더 다가섰던 GM대우는 내년 하반기에 호주 홀덴 사로부터 3.0ℓ급 대형차를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공급받아 시판한다(프로젝트 명 L4X). G2X는 GM 계열의 미국 새턴사가 생산하는 모델이다. 지난 상반기에 스테이츠맨이 단종된 이후 대형차 시장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었던 대우차로서는 L4X까지 가세하면 승용차 부문에서는 거의 풀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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