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증시 일단 멈춤이냐, 추락이냐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7.12.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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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경고음에 출렁…미래 전망은 ‘낙관론’ 우세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얼어붙으면서 시중의 유동 자금은 증시로 몰려들었다. 펀드 투자의 슈퍼스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인사이트 펀드에는 한 달여 만에 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하지만 시중 유동 자금이 펀드로만 몰리면서 은행권 여유 자금의 씨가 마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개 증권사가 시중 은행 자금난을 심화시켰다는 아우성도 터져나왔다. 은행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로 적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계속 올랐다. 지난주에는 연 5.59%까지 올랐다. 지난 2001년 6월25일 이후 최고치이다. 계속 상승세를 탈 경우 변동금리로 대출받아 집 장만을 한 사람들에게는 금리 폭탄이 돌아가고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조정 없는 국내 증시 지수 상승에 대한 우려와 미래에셋을 둘러싼 근거 없는 ‘괴담’까지 겹치면서 지난 11월 중순 증시는 요동을 쳤다. 11월1일 2085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1750선까지 떨어졌다. 증시 참여자들은 1800선에서 받쳐주지 않을까 했지만 이 선마저 순식간에 깨지는 것을 보고 “드디어 예견했던 조정이 오고 있다”라며 동요했다. 1700선이 깨지면 생각보다 조정이 훨씬 더 크고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조정장에서도 주식형 펀드에 꾸준히 돈 몰려

코스피지수는 1750선에서 재반등을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마지막 거래일에 1900선을 회복했다. 그러자 생각보다 빠르게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소리가 나왔다. 투자 심리는 급속히 호전되었다. 증권사들이 내년을 밝게 보는 투자 전망을 내놓은 것도 한몫 했다.
서울증권은 2008년 국내 코스피지수가 1860~2630포인트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는 최근 쏟아져나온 증권사의 내년 지수 전망 중 가장 밝은 축에 속한다. 그 다음이 우리투자증권. 이 증권사는 최근 열린 2008년 투자포럼에서 내년 국내외 경제와 기업 이익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를 2180포인트에서 2450포인트로 올려 잡았다. JP모건증권(2300포인트)이나 대우증권(1800~2400포인트) 등도 2300포인트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신중론을 펴는 교보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코스피지수를 1500~2300으로 전망했다. 내년에 조정 폭이 다소 클 것으로 본 것이다. 이와 비슷한 비관적인 전망은 NH투자증권에서도 나왔다. NH에서는 내년 코스피 주가지수 밴드를 1650~21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하지만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수적으로 우세하다.
이는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래도 믿을 것은 펀드밖에 없다’라는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현상은 주식형 펀드 수탁고에서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 수탁고(국내외 합계)는 지난 11월27일 기준으로 1백4조9천7백4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월9일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이후 벌어진 조정장에서 단 한 번의 유출 없이 견고한 유입세를 보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국내 주식형 펀드로 향하는 자금 유입은 꾸준한 반면 중국 펀드의 과열 경고음이 울린 탓에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멈칫멈칫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오는 자금은 대부분 국내 주식형 펀드로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해외 펀드 모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브릭스 펀드는 수탁고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 김상윤 본부장은 “재테크의 대명사였던 부동산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말라.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현 기조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지수가 좀더 내리면 사겠다며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라고 최근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 역시 중국 시장을 뺀 이머징마켓, 예를 들면 브라질이나 러시아, 인디아 등에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물론 다른 전문가들도 김본부장과 견해를 함께한다. 브릭스 펀드의 간판 상품격인 슈로더투신운용의 브릭스 펀드 수탁고가 최근 별다른 홍보 없이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발 빠른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C)을 뺀 브리스(BRIs)로 움직이고 있다. 화끈한 증시 성장률에 감탄하며 중국 펀드에 ‘몰빵’했던 투자자들이 연이은 과열 경고에 위험 분산이 가능한 브리스 쪽으로 대거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환매보다는 관망하는 자세 필요”

한국펀드평가가 지난 11월29일 기준으로 지역별 펀드 유출·입을 분석한 결과, 중국 펀드에 대한 환매가 이미 시작되어 최근 두 주일 사이 3천2백5억원이 환매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중국 펀드가 16조6천2백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기는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펀드 과열 신호음이 시장에 먹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만큼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 기업의 실적이 워낙 좋기 때문에 애초에 우려했던 대량 환매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 주가지수 5000선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증시는 지난 10월16일 역사상 최고점(6124포인트)을 기록한 뒤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11월 내내 하락세를 보이며 지수 5000선이 깨지는 조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의 이동준 차장은 “최근 중국 국내 시장에서는 4500까지도 밀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조정이 “중국 금융 당국의 ‘인위적인 브레이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과열장을 우려해 조정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4500~5000선에서 조정을 받고 있는 중국 증시는 내년 1월까지는 안정 국면을 유지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그는 “이런 조정이 결국 올림픽 뒤에 찾아올 것이라고 예견되는 대규모의 조정에 대한 우려를 분산시켜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중국 펀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홍콩 증시에 대해서는 중국 증시보다 조정기가 다소 짧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내년 1월부터는 안정을 찾고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30000선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항셍지수의 조정은 이 정도에서 끝나고 다시 반등할 일만 남은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기존 투자자에게는 섣부른 환매보다는 장세를 관망하며 기다려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신규 투자자의 경우에는 브릭스 등에 투자를 권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상윤 본부장은 “중국은 제조업 성장률이 매력적이지만 인도(IT), 러시아(석유), 브라질(커피나 광물) 등은 투자 포인트가 달라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를 통해 위험 분산과 수익 상승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 전망이 긍정적이어서 브릭스 등의 신흥개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는 물론 원자재와 같은 상품 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권했다. 조정의 와중에도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자금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조정 기간이 짧을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어느새 조정 국면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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