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회복에도 좋은 것 알고 먹으면 ‘보약’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7.12.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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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와 연구 결과로 보는 비타민C와 건강의 상관관계

 
회사원 강윤석씨(47)는 하루에 5~6회 비타민을 복용한다. 그는 “식사 직후에, 그리고 잠들기 전에 비타민제를 먹는다. 또 피곤하다 싶을 때면 한두 차례 더 복용한다. 종류도 비타민C, 종합비타민 등 다양하다”라고 말했다. 강씨처럼 비타민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바야흐로 비타민 전성시대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만큼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웰빙 붐이 불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비타민이 만병통치약인 양 알려지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타민 시장은 급성장을 하고 있다. 시중에서 팔리는 비타민 제품 종류만 1천여 가지가 넘는다. 약국에서부터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편의점, 비타민 전문점, 인터넷 쇼핑몰,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유통망도 다양하다. 지난 11월25일 경기도 일산에 있는 명지병원에 100여 명의 비타민 전문가들이 모였다. 대한비타민연구회 주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 비타민C의 효능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비타민C가 체내의 수은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에서부터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 선수들의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까지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와 비타민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다는 삼육대학 약학과 정재훈 교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물질은 수없이 많지만 비타민C도 스트레스를 예방 또는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얼마만큼의 비타민량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지는 앞으로 더 연구할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볼 때 비타민은 건강에 좋은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감기에 좋다’ ‘미용에 좋다’라고 한다. 심지어 항암 효과까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기에 과학적인 연구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비타민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편의점 GS25의 경우 전국 2천5백여 개 매장에서 최근 20일 동안 비타민 제품만 53만여 개(14개 종류)를 판매했다. GS25의 김일용 홍보부장은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자양강장제 톱 10위 제품 중 6종이 비타민 제품이다. 이 중 비타500(광동제약)은 41만여 개가 팔리는 베스트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1천여 가지 비타민제 중 특히 비타500은 액체로 되어 있어 신체 흡수가 정제보다 빠르다. 더욱 빠른 효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신맛이나 텁텁한 맛 때문에 알약 형태의 비타민제를 복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마시는 비타민 제품을 찾는다. 비타500은 개발된 지 7년 만에 20억병 판매량을 올리며 비타민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약국에서도 상당수의 비타민 제품이 팔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흥부약국에서는 비타민을 찾는 소비자가 하루 5~6명이다. 이 약국의 서민영 약사는 “비타민을 찾는 사람을 하루 5명으로만 계산해도 전국에 2만개 약국이 있으니까 어림잡아 하루에 10만명이 비타민을 찾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방문 판매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비타민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소비자가 섭취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1천여 가지 제품 유통…전문점도 늘어나

전국에 있는 비타민 전문점도 3백여 개에 달한다. 건강 보조식품 업체인 비타민하우스는 비타민제 판매로 매년 10% 이상의 매상을 더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김상국 대표는 “비타민 판매로만 매월 14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30~40대 주부층이 주고객이다. 최근에는 TV 홈쇼핑을 통해 2시간 만에 7억5천만원어치의 비타민이 팔리는 기록도 나왔다”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타민 시장 규모는 이미 2천억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알약이나 가루 형태의 비타민 제품과 드링크류가 포함된다. 제약사의 비타민 제품은 아로나민골드(일동제약), 삐콤씨(유한양행), 레모나(경남제약) 등이 있다. 드링크류는 비타500(광동제약), 비타1000(동화약품), 제노비타(CJ) 등이 있다. 이 외에 각종 수입품까지 합하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비타민제는 1천여 종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비타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비타민연구회’ 카페에서는 4백50여 명의 회원이 매일 비타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카페에 가입할 정도라면 비타민에 대한 기본 이상의 상식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 카페 운영자인 유상영씨(36)는 “비타민 마니아 정도면 보통 이상의 지식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양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비타민 성분은 물론 기능과 용법까지 따져 섭취한다. 섭취가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몸을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타민 하면 비타민C가 떠오른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비타민C는 우리 인간의 몸에서는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비타민C가 부족하면 괴혈병 등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 있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비타민C가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비타민C는 많이 먹어도 좋다는 막연한 인식이 팽배해 있다.

 

<시사저널>이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 활동하는 비타민 관련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많은 소비자가 영양에 불균형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정씨(38)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비타민제를 따로 먹는다. 식습관도 불규칙해서 더욱 의존하는 편이다. 정해놓은 복용량은 없다. 대충 눈에 띄면 먹고 아니면 건너뛰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타민에 대해 알고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을 위해 먹는 비타민도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은 크게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뉜다. 수용성인 비타민B군과 C군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많이 먹어도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용성인 비타민A, D, E, K는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난다. 비타민이 간과 지방 조직에 축적되어 건강한 사람이라도 피로감과 두통, 설사, 구역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비타민이 들어 있는 종합비타민제를 먹을 경우에는 이것 하나만 먹는 것이 좋다. 여러 종류를 먹으면 지용성 비타민이 과도하게 체내에 저장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효 기간 살피고 우수 인증 받은 제품 선택해야

수용성 비타민이라고 해도 살 때 따져볼 것들이 있다. 시중에는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이 팔리고 있다. 천연 비타민은 ‘천연’이라는 단어 때문에 합성 비타민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 그러나 천연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보다 효능 면에서 더 좋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다. 오렌지에서 생성한 비타민과 인위적으로 만든 비타민의 화학적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비싼 천연 비타민보다 값싼 합성 비타민을 권장하는 이유이다. 다만 순도(함량)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순도가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유효기간도 살펴야 한다. 정제의 경우 유효 기간은 보통 3년이다. 또 우수기능성건강식품(GMP) 인증을 받은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을 얼마나 먹어야 적정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식약청에 따르면 비타민C의 경우 하루 권장 섭취량은 60~100mg이다. 유자 4분의 1 조각, 키위 3개, 고추 8개, 고구마 1개 정도의 양이다. 그러나 이보다 100배 많은 비타민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다. 광동제약 중앙연구소의 우문제 수석연구원은 “각종 조사 결과 3천mg 정도를 복용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는 “비타민C 하루 섭취량을 60mg 정도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권장 섭취량이며 상한선은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 비타민C를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동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동물은 체중 1kg당 70~2백50mg의 비타민C를 만든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70kg 체중인 성인의 경우 약 5천~1만7천5백mg의 비타민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음식으로만은 섭취할 수 없는 양이기 때문에 비타민제로 섭취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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