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의 힘으로 벽을 넘어라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7.12.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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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의 10가지 비법으로 ‘건널 수 없는 차이’ 만들기

 
경영이 인문을 만나 깨우치다. 아마 이 말일 것이다. 경영이 인문을 모르고서야 어찌 제대로 된 놈이겠느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흔히 쓰는 말로 빗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경영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정진홍 박사가 자신이 거닐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제대로 만난 것은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에서 CEO를 위한 인문학 조찬 특강 ‘메디치21’을 하면서였다. 정박사는 메디치21에서 3년 동안 강의했는데, 그것을 묶어 펴낸 책이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이다. 이 책은 경영의 현장, 일상의 현장 어디서나 중요한 키워드 10가지에서 인문학이 얼마나 깊이 있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증명해 보인다.
기업 경영이나 국가 경영이나 그 바탕에 깔린 인문학의 토양이 중요함을 역설한 내용이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저자는 경영학도나 경영자의 길을 가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인문학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
요즘에는 경제나 경영 관련 서적들이 ‘인문의 숲’에서 인문과 사귀고 놀았다는 흔적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경영 지침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과 비교해도 아주 다른 모습이다. 지금 경영 일선에서는 ‘꽉 막힌’ 경영학과 교수가 쓴 두꺼운 전공 서적이나 번역하기도 힘든 영문 서적 등으로 ‘딱딱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많다. 그들 중에는 ‘경영학도 학문이냐’라며 경영 수업에 소홀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뒤늦은 독서에 행복해하는 이도 있다. 따로 인문학을 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만만하지 않은 전공과목 이수를 핑계로 세월만 보냈을 터이다.
그렇게 따로 놀던 인문과 경영이 함께 어우러지니 보기에 좋았나 보다. 다국적군과 맞선 ‘전쟁터’에서 경영자들은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실탄’만이 아닌 것을 스스로도 느꼈을까. 여기저기 기업의 경영자들은 ‘순수’ 인문서에서 새로운 통찰을 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인문경영(人文經營)’이라 칭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이미 각계에서 불었던 ‘독서경영’을 넘어서, 인문경영은 깊이를 추구해야 진정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즉 문·사·철(文·史·哲)로 표현되는 인문학적 깊이가 ‘건널 수 없는 차이와 통찰’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6년 전 최인호 원작의 <상도>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거부이자 무역상이었던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룬 이 드라마를 제작한 배경에는 외환 위기를 겪은 기업인들에게 윤리 의식과 상도덕을 고취시킨다는 기획 의도도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맞아 살아남으려 ‘경제 정의’를 무시하고 ‘투명 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풍토를 쇄신하자는 취지였다. 이 드라마에서 빛나는 ‘상혼’은 바로 인문학적 깊이와 다름 아니다. 주인공의 상술이 뛰어나서도 아니고 통이 커서도 아니고 그 사람 됨됨이에 시청자들은 매료되었다.

혼돈과 불확실성의 세계 극복하게 해주는 밑거름
 

이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역사의 교훈이다. ‘책을 보다가 피를 토했다’는 중국의 최전성기를 연 청나라 강희제와 로마 제국의 쇠망사를 통해 역사 속 흥망의 이야기가 주는 통찰을 끌어낸다. 또한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학문 중 하나인 심리학의 숲에서 창의성, 욕망, 유혹 등의 주제를 읽는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창의성 대가들의 삶을 예로 들어 ‘위대한 발상법’을 정리하고, 창의성의 족쇄를 푸는 법을 제안한다. 또한 헬렌 켈러를 ‘감각의 달인’이라고 칭하는 저자는 역경과 고난의 연속에서도 세상을 더 깊이 있게, 넓게, 충만하게 느끼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보통 경제학자로만 알고 있는 아담 스미스가 경제학이 아니라 인문학의 세례를 받으며 성장한 사실도, 몰랐던 독자에게는 새로울 것이다.
대학에서는 여전히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절체절명의 낭떠러지에 몰리기도 해 날마다 새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기업 현실에서는 그 인문학에서 해법을 구하고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고전처럼 여겨온 인문학을 끊임없이 진화하는 ‘변화학’이라고 정의하는 저자에게 경영이 인문의 숲에서 머물기를 일상처럼 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혼돈의 감옥에 갇히지 않고 불확실성의 벽을 넘어 분명한 비전의 새 길로 나아가려면 통찰의 힘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가로막힌 벽을 뚫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할 때 우리가 들어야 할 진정한 무기가 바로 통찰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르는 데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자양분의 밑동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래서 인문학에 주목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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