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인터뷰는 헛것이었나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7.12.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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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중간 수사 발표 후에도 남는 의혹 여섯 가지

 
검찰의 ‘BBK 의혹에 관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억울한 피해자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권의 특검 발언에 관해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자신 있으니까 검찰이 발표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11명의 검사, 41명의 수사관 등 총 53명이 뛴 이번 조사를 두고 “실체의 97% 정도를 풀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20일이라는 짧은 수사 기간 동안 2백명이 넘는 참고인을 소환 조사하며 의혹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은 3%의 의문점은 97%의 수사 결과조차도 흔들리게 하고 있다. 남은 의혹들을 짚어본다.

■ 명함과 언론 인터뷰 등은 조사할 필요가 없다?

전 외무부 대사는 “지난 2001년 5월30일 이후보에게 명함을 한 장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사가 증거로 내놓은 명함에는 ‘eBank-Korea.com, BBK 투자자문회사, LK-eBank·eBANK 증권주식회사’라는 명칭 위에 ‘李明博 會長/代表理事’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 전 대사가 이후보의 사무실에 찾아왔다가 그냥 가져간 것이다”라고 해명했지만 이 전 대사는 “그럼 내가 절도범이라는 이야기냐”라며 황당해 했다.
한편 이후보는 “BBK의 창업을 내가 했다”라는 취지로 과거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2000년 10월16일자 중앙일보, 같은 해 11월12일자 <일요신문>, 2001년 <월간중앙> 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후보는 ‘BBK가 자신의 회사’라는 언급을 반복해왔다.
명함과 언론 인터뷰는 대중에게 자신을 공식적으로 홍보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검찰은 “명함이나 인터뷰는 BBK의 실소유자와 연관된 문제인데, 김경준씨가 BBK의 소유자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수사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명함과 인터뷰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이후보와 검찰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상태이다.

■ 핵심적인 참고인 조사는 하지 못했다?

BBK 사건과 관련한 핵심적인 참고인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지만 검찰은 이들을 조사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BBK 투자금 반환을 위해 이후보의 부동산 압류 가처분 신청을 한 전세호 심텍 사장, BBK에 1백억원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은 조봉연 오리엔스캐피탈 회장, 이후보의 큰형이자 다스의 대주주인 이상은씨 등 여러 사람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참고인 조사에서 제외되었다. 검찰은 해외에 있는 참고인들을 보며 애만 태웠을 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 김경준은 다스의 횡령금만 빼고 모두 갚았다?

김씨가 다스의 투자금 중 1백40억원을 횡령한 사실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7백12억원의 횡령금 중 미상환금 1백40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반환한 점을 감안해 ‘처음부터 다스를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금을 돌려받은 투자자를 살펴보면 심텍과 오리엔스, 장로회신학대학 등 모두 이후보와 가까운 투자자들이다. BBK 투자자 가운데 돈을 돌려받지 못한 곳은 다스밖에 없다. 다스가 1백40억원을 날리고도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지 1년6개월이 지나서야 미국 법원에 투자금 반환 소송을 낸 것도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당시 투자를 결정했다는 다스 김성우 사장은 엄청난 회삿돈을 날리고도 여전히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 김백준은 책임질 필요가 없다?

이명박의 집사’로 불리는 이후보의 최측근 김백준씨는 BBK 의혹을 해명하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LKe뱅크 이사, e뱅크-코리아 등에서 부회장으로 재직했고 이후보를 대신해 미국에서 김경준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게다가 김경준씨가 하나은행과의 투자 계약 당시 위조한 BBK 정관을 제시했을 때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7월12일에 김백준씨에 의해 작성된 ‘업무 보고’라는 문건에는 ‘Hana은행의 LKe뱅크 지분 매입 의사 전달(Action by 김경준)’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 문구는 김경준씨가 LKe뱅크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하나은행 쪽에 전달한 사실이 이후보에게 알려졌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보는 “2001년 4월에 김경준씨와 결별했다”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이 문건에 따르면 이후보의 말은 거짓이며 이후에도 김경준씨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검찰은 “BBK는 김경준의 1인 회사로 밝혀졌다. 김백준씨는 BBK 정관이 위조된 과정에 대해서 몰랐고 정관의 내용도 몰랐다고 한다”라고 말하며 김씨에게 자세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 도곡동 땅의 소유주는 그 누구도 아니다?

도곡동 땅의 대금이 다스로 흘러들어갔다면 땅주인과 다스의 대주주는 일치하거나 가까운 사이이다. 검은 도곡동 땅의 매각 대금 중 17억9천만원이 이후보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로 유입되었다고 밝혔다. 7억9천만원은 다스 유상증자 대금으로, 10억원은 회사 채무를 갚기 위해 입금되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8월 도곡동 땅 차명 의혹 사건의 수사 발표 때 도곡동 땅은 이상은씨의 것이 아니라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라고 결론지었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도곡동 땅의 주인이 아닌 사람이 도곡동 땅을 판 자금을 사용해버린 셈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 다스가 1백90억원이나 투자할 여력이 있었다?

검찰은 “다스가 이익 잉여금과 납품 대금을 합치면 2백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1백90억원을 BBK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2백억원 대부분을 김경준씨의 말만 믿고 BBK에 투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다스의 이익 잉여금은 BBK에 투자하기 전인 1999년 85억원에 불과했다. 2004년에 와서야 비로소 1백90억원에 근접한다. 다스의 이해할 수 없는 투자 행보 때문에 이후보는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다스가 이후보의 회사라는 의혹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스가 ‘이후보의 소유가 아닌 것 같다’라는 것이 아니라 ‘이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라는 말이다”라고 발표했다. ‘BBK가 김경준의 소유’라는 똑 부러지는 결론과 대비되는 두루뭉술한 해명이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후보가 다스와 BBK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라고만 말하고 있을 뿐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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