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 14명 ‘징계’ 받았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7.12.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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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내부 감찰 결과 단독 입수·공개 / 일부는 아직도 청와대에 근무 중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 직원들도 ‘사람’인 까닭에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고는 한다. 때로는 고의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청와대 직원들의 일부 과오는 언론을 통해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처럼 드러나지 않은 비위 사례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최근 <시사저널>은 대통령비서실에서 작성한 내부 감찰 결과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를 통해 그동안 청와대가 ‘비밀리에’ 내부 감찰을 벌여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내부 감찰을 실시해 모두 9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고, 이와 연루된 14명의 직원들에게 징계 등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었다.(61쪽 표 참조)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비리 사실 9건 적발

<시사저널>이 자료에 명시된 내부 감찰 대상자들과 접촉해 확인 취재를 벌인 결과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내

 
부 감찰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 시인했다. 그런데 일부는 “징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인사기록 카드에는 징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청와대에서 내부 감찰을 받아 징계 처분되었던 인사들 가운데는 이현재 중소기업청장과 박의만 중부국세청 국장 등 현직 고위 공무원들도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일부는 현재도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부분이 징계 처분과 상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일부는 승진 발령이 나기도 했다. 한마디로 징계 조치는 요식 행위이자 ‘솜방망이’에 불과했던 셈이다.  
상공부·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 등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산업통’인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공직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사유로 청와대에서 징계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청장은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 실장을 하다 지난 2004년 8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 산업정책 비서관으로 근무했고, 이후 제9대 중소기업청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청장은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 내부 직원들과 ‘비싼 식사’를 한 것 때문에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단지 ‘비싼 밥’을 먹었을 뿐인데 공직자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싼 밥값이 도대체 얼마였느냐’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이청장은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징계 받은 게 없었다. 만약 징계를 받았다면 내가 어떻게 중소기업청장이 되었겠느냐”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는 ‘징계’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하자 “징계를 받지도 않았는데, 자료에 징계를 받았다고 나와 있다면 청와대에 정식으로 클레임을 걸겠다”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청장은 공무원법상의 징계를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시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청장은 ‘친정’인 산업자원부 산하 단체의 법인 카드를 사용해 ‘비싼 밥값’을 지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청장은 “당시 내가 (산자부 산하단체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았다는 등 돈을 받았다는 등 악성 루머들이 나돌아서 고생했다. 그러나 전부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2003년 3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 사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었던 박의만 중부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 등 두 명의 청와대 직원들은 민원 처리를 지연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일부 대상자는 “수긍할 수 없다”

몇 년 전 차관급 인사가 단행되기 직전에 익명의 대학교수가 청와대 인터넷에 민원을 제기했다. ‘모 행정부처의 차관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씨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차관으로 부적합하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민원을 접수해서 해당 부서에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여직원이 공교롭게도 휴가 중이었다. 이에 민원인이 제기했던 민원 사항이 1주일 정도 해당 부서에 전달되지 못했던 것. 그런데 민원인은 ○○○씨가 차관으로 임명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급기야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청와대가 ○○○씨의 문제를 고의로 은폐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은밀히 내부 감찰에 들어갔고, 그 결과 인터넷 민원을 담당하던 여직원이 휴가를 떠나면서 민원 처리 업무를 제대로 인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당시 책임자였던 박의만 선임행정관 등이 인사 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행정관은 “당시 민원 내용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여직원의 휴가로 아예 접수 자체가 안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직원들에게 인수·인계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 때문에 인사 경고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홍보기획 고삼석 행정관(3급 상당)은 현 정부 초기, 개인적인 민원을 공공 기관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고행정관은 “청와대에 방송과 관련된 민원이 공식적으로 접수되었는데 이를 해당 기관인 방송위원회로 이관하면서 ‘정상적인 절차대로 처리해달라’고 전화 한 통 했을 뿐이다. 민원인과 친분 관계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사적인 민원이 아니었으며 징계 조치를 한 것도 수긍할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제1부속실의 관저부속실 박은하 국장(3급 상당)은 대통령 사진을 공개해서 징계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국장은 제2부속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4년 2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딸 정연씨와 대통령 경호원들의 사진을 올려놓았다가 물의를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배 전 국정홍보비서관, 직위 해제 한 달 만에 복귀

이에 대해 박국장은 <시사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현재 재경부 인력개발과장인 김정운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세 명은 문서 처리가 부적절했다는 사유로 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전 행정관은 “그것과 관련해 생각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징계를 받은 적은 없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밖에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당사자들도 별도의 내부 감찰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6월에 벌어졌던 ‘청주 K나이트클럽 술자리 사건’의 주역이었던 양길승 제1부속실장(2급 상당)은 과다한 접대와 선물을 받았다는 사유로 의원 면직되었다. 양 전 실장은 살인교사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나이트클럽 업주 등으로부터 과다한 접대를 받아 큰 물의를 일으켰고 같은 해 8월 청와대를 떠났다. 
안영배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부대변인 겸임)은 지난 2004년 7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성적으로 비하한 패러디물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방치된 것과 관련해 내부 감찰을 받아 직위 해제를 당했다. 그런데 청와대를 떠난 지 한 달 여 만에 다시 국내언론비서관으로 복귀했고, 지난해 3월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정철 청와대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2004년 9월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디지털방송 선포식 행사 비용을 삼성그룹에 분담할 것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었다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내부 감찰 대상자들은 내부 감찰 자료가 청와대 외부(언론)로 유출된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감찰은 특별감찰반이나 민정비서관실 등에서 비밀리에 진행하기 때문에 외부로 공표할 사항이 아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한다 해도 누가 감찰을 받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감찰 대상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라고 귀띔했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비위가 국가공무원법으로 정한 징계 사유에 해당되면 공무원징계령에 따라 처분한다. 만약 비위의 정도가 약할 때는 자체 징계위원회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 공무원징계령에 의해 징계를 받은 사례는 없었으며, 자체 징계만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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