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돈자랑 그만 하랑께”
  • 여수·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7.12.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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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엑스포 유치 후 시민들 기대감 고조…외지 투기꾼들 극성에 부동산 파동 우려도

 
"노무현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오현섭 시장님 수고하셨습니다.” 한때 공중파 TV에서는 칭찬 릴레이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지목하면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상품도 주는 것이다. 요즘 여수를 보면 그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해양 엑스포 유치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온 도시에 걸려 있다.
실제로 여수 시민들은 현재 ‘엑스포 특수’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여수 중앙동 구시장에서 어판장을 운영하는 손영숙씨(59)는 “엑스포 유치 발표 때의 여운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 요즘은 안 잡히던 고기도 잘 올라오는 것 같다. 한덕수 총리가 약속한 19조원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여수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기성씨(45)도 “엑스포가 열리면 소비 심리가 높은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될 것 아니냐.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여수 경기가 많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여수는 호황기를 누렸다. “여수에서 돈자랑 하지 마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어획량이 줄어들고 관련 산업이 약화되면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외환위기 때도 꼼짝 없이 버티던 구도심 상권은 무너진 지 오래이다. 지난 1998년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신도시와 구도시의 경기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여수 경기를 근근이 끌어주고 있던 여천산업단지가 포화 상태에 들어가면서 소비 심리마저 얼어붙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 층이 서산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순심씨(60)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면 여수는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다행히 엑스포가 여수 지역에서 열리게 됨으로써 관광·건설 등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엑스포 박람회장이 들어서는 수정동이나 덕충동 인근은 현재 토지거래 허가 구역으로 묶여 있다.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우 아무런 조치가 없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각종 투기 현상이 끊이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공장 입주설도 다시 확산…고용 증대 꿈 부풀어

화양 경제특구 인근에 위치한 화양면 관기리가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 이곳에 신도시가 조성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땅값이 20~30배 가까이 치솟았다고 한다. 최학봉씨는 “이곳은 고흥으로 연결되는 요충지로 오래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매입한 소라면 사곡리와도 가까워 외지인들이 일찌감치 토지를 사들였다”라고 귀띔했다.
통일교 재단인 (주)일성이 건립 중인 오션 리조트 주변 시세도 급등하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 업자는 “엑스포 발표 전과 비교할 때 땅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른것 같다. 부지를 매입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시세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중앙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일성씨(62)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분양 사태가 속출했다. 그러나 요즘은 전세 아파트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여수시 일대 아파트는 최근 1천만~2천만원 가까이 올랐다. 그동안의 시세가 워낙 저평가된 탓도 있겠지만 외지인으로 구성된 투기 세력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바닷가가 바라보이는 국동의 한 아파트는 한 동 전체를 사서 되파는 경우도 있다. 엑스포 때문에 괜히 땅값이나 집값만 올라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염려했다.
여수시 당국도 현재 투기 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수시 공보담당관실 이득봉 계장은 “여수 시민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외부 사람들이 땅값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일단 가격이 오르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엑스포 박물관 주변 부지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 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엑스포가 여수 시민이 아니라 외부인들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수 엑스포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사후 관리 문제이다. 지난 1993년 열린 대전 엑스포의 경우 당시만 해도 비교적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행사 이후 불거졌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조성한 전시장 부지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엑스포를 계기로 땅값만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여수에서도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수시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주오 여수시 부시장은 “부지 이용 계획과 전시 시설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후 활용 계획을 염두에 두었다. 박람회 개최 이후에는 해양 휴양 기능이 겸비된 국제적 관광·레저 항만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엑스포 유치에 크게 기여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여수 사람들의 기대도 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재 율촌산단 지역에 대규모 부지를 갖고 있다. 이 부지는 원래 현대차 공장 부지로 조성한 곳이지만 현대 하이스코 공장이 대신 들어서 있다. 그러나 여수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최근 현대차 공장 입주설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여수 엑스포 유치위원회 고문으로 최근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여수시로부터 명예 시민증까지 받은 정회장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생각이다.
한 주민은 “정몽구 회장이 여수 엑스포 유치 활동에서 보인 역할로 볼 때 이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놀고 있는 땅을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다”라고 말했다. 여수시 당국도 “정회장이 여수시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율촌산단에 생산기지를 지을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예상되는 고용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시 이득봉 계장은 “여수산단의 경우 연 4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 집약적 산업이 아니다 보니 총 노동 인구는 1만2천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율촌산단에 현대차 생산기지가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상당한 고용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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