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웃고 CJ 울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7.12.1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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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각 증권사가 지난 한 해 가장 많은 관심을 쏟은 기업은 LG필립스LCD(LPL)였다. LPL은 기업별 보고서 발행 횟수 1위를 차지했다. 시장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이다.  LPL은 연초 주가가 2만5천원대 초반이었으나 지난 11월7일 5만8천7백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물론 LG그룹 전체의 실적 호전에 따른 전망과 맞물렸다. 발간 횟수 상위 20위권에 LG전자(6위), LG화학(11위)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가 모두 들어 있어 지난 1년 동안 LG그룹에 대한 시장의 기대 심리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995년 회장에 취임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서는 만 12년 만에 시장에 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통보한 셈이다. 이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87년 회장에 취임하고 12년 만인 2000년부터 삼성전자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더욱 눈길을 끈다. LG의 걱정거리로 꼽히는 것은 LG텔레콤을 위시한 통신계열사. LG텔레콤은 연초 시초가와 연말가가 비슷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LG의 또 다른 통신계열사인 LG데이콤은 그나마 주가가 소폭 상승해 시장의 관심을 붙들어매는 데 성공했다. 이런 주가 기상도를 보면 LG그룹이 무선통신 서비스 사업만 성공시킬 경우 전체 그룹의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통신 사업을 구본무 회장이 어떻게 반석 위에 올려놓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발행 보고서 횟수 1위를 기록했던 현대차는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내려앉았다. 주가로 따지면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경영권을 가져간 2000년 5월 무렵 10만원대까지 올라 정점을 이루었다. 그러다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면서 주가가 꺾이기 시작해 최근에는 7만원대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에 대한 보고서 발행 횟수는 크게 줄지 않아 시장의 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올인’하고 있는 제철 프로젝트의 주역 현대제철소는 올해 철강주의 선전과 맞물려 지난해 16위에서 올해 8위권으로 인기가 치솟았다. 현대차그룹이 제철 포로젝트를 성공시켜 현대제철을 포스코 수준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면 현대제철 고로가 완성되는 2010년 이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그룹을 누르고 시가총액 1위 그룹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현대그룹 장자임을 자임하는 정몽구 회장은 부친 사망(2001년 3월) 이후 현대가 3개 그룹으로 쪼개지면서 내주었던 재계 1위 자리를 되찾게 되는 셈이다.

 ‘제자리 걸음’한 삼성전자, 비자금 파문 벗어날까

 

삼성전자는 올해 굴욕을 당했다. 외환위기 이후 실적이나 시장 평판에서 명실상부한 황제주로 군림하던 삼성전자는 보고서 발행 횟수에서도 4위를 기록해, 경쟁 업체인 하이닉스(3위)에 밀리고 시가총액 1위 자리도 현대중공업에 내주었다. 하지만 12월 들어 주가가 60만원대에 재진입하는 등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는 지난 1년 동안 주가로만 본다면 헛농사를 지었다. 연초에 60만원대 초반을 기록한 이후 내내 빠지다가 연말에 다시 60만원대 초반으로 재진입하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삼성의 전자 3총사로 불리는 삼성SDI는 지난해 12위에서 올해는 23위로 떨어졌다. 삼총사 중 유일하게 삼성전기가 지난해 23위에서 9위로 보고서 발행 횟수가 늘었다. 그래서인지 삼성전기는 주가가 연초 4만4천원대에서 지난 10월 중순 6만7천원대까지 오르며 시장의 관심에 보답했다. 하지만 단 한 달 만에 도로 4만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삼성SDI나 삼성전기나 모두 올 초 주가나 연말 주가가 비슷한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다만 삼성테크윈의 활약은 삼성에 위로가 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연초 3만원대 초반에서 10월 중순 7만2천원대까지 올랐다. 이후 주가가 빠져 현재는 4만원대 후반에서 재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의 전자 패밀리들은 우연하게도 4분기 들어 일제히 주가가 빠졌다. 때문에 60만원대에 재진입한 삼성전자의 주가가 기업 투명성 강화라는 호재로 비자금 파문을 벗어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새로운 상승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증시의 ‘떠오르는 별’이 LG그룹 계열사 주식이었다면 시장의 관심이 급속히 줄어든 그룹으로 CJ그룹을 들 수 있다. 보고서 발행 횟수에서 CJ인터넷이 25위, CJ가 65위, CJ홈쇼핑이 80위, CJ CGV가 86위를 기록했다. CJ홈쇼핑은 지난해 28위에서 급락한 것이다. 시장의 관심이 줄어서일까. CJ 계열사의 주가도 대부분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연초 11만원대 초반이던 CJ의 주가는 최근 8만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CJ홈쇼핑은 연초 7만원대 중반이던 주가가 최근 5만원대 초반에서 헤매고 있다. CJ푸드시스템은 1만원대 미만에서, 연초 2만원대 중반이었던 CJ인터넷의 주가는 최근 1만1천원대까지 밀렸다. 2만원대였던 CJ CGV의 주가는 1만3천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 이후 지난 9월 말 재상장된 CJ제일제당의 주가가 20만원대 후반을 유지하면서 재상장가였던 22만원선을 웃돌고 있는 것. 이재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식품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삼박자 중 CJ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식품 분야를 빼고는 시장에서 냉담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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