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의 늪 뚫고 ‘정점’을 찍다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7.12.10 13: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년 증시, 어떻게 움직였나 / 연초 대비 50% 이상까지 상승…해외 펀드는 중국·인도 강세

 
올해 주식시장은 첫날부터 48.70포인트 하락한(-3.4%) 1385.76포인트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정이 언제 끝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국내외의 악재 속에서도 국내 증시는 11월1일 2085.45포인트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초 대비 50% 이상의 상승을 보였고, 12월5일 현재 다시 2000포인트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주식형 펀드의 투자자들도 대부분 투자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지만 펀드 선택에 실패했거나 타이밍을 잘못 잡아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펀드 시장의 주요 흐름을 확인해봄으로써 자신들의 투자 행태를 점검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상반기, 예상과 다른 빠른 성장 보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하반기 국내외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글로벌 증시 상승 등의 요인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월 국내 증시는 주가 상승세를 이끌 만한 뚜렷한 재료 없이 자금 수급의 불균형과 정부의 긴축 정책,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 등으로 인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2월 들어서면서 경기 과열을 우려한 중국의 금리 인상, 일본 은행의 금리 인상 등과 같은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서도 국내 시장은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3월 세계 증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었던 국내 증시는 재평가를 받기 시작하며 해외 증시와 함께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성공과 6자회담 타결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및 국가신용등급 상향 기대감, 본격적인 국내 경기 회복 기대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국내 증시는 6월 중반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 재발로 인한 글로벌 증시의 상승 탄력 둔화, 국제 유가 상승, 금리 상승 등으로 상승 폭을 축소시키며 코스피 1800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대형주가 19.2% 상승에 그친 반면 중소형주는 각각 36.2%, 39.8% 상승해 중소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중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은 26.44%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4.89%포인트 앞섰다.
6월 말 기준 설정액 100억원 이상, 운용 기간이 1개월이 넘는 1백88개 성장형 펀드 가운데 1백45개나 되는 펀드가 코스피지수 상승률인 21.55%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중소형주를 84% 이상 편입하고 있던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1(Class A)’ 펀드가 43.91%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반기 최고 성과를 보였다.

■ 상반기부터 자금은 해외로, 그러나 수익률은 국내에 못 미쳐

상반기 중 전체 펀드 시장 규모는 23조2천3백4억원이 늘어난 2백56조7천1백7억원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결산으로 재투자된 금액(8조1천5백91억원)을 빼면 상반기 순증액은 15조7백1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기간 중 해외 주식형 펀드로 20조5천3백87억원이 늘어 수탁고는 연초 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34조5천56억원으로 분석된다. 또한  해외리츠 펀드는 상반기 증감액의 약 20%에 가까운 4조5천7백33억원이 늘어나며 수탁액 6조 1천1백4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성장형 펀드는 높은 성과를 냈음에도 같은 기간 8천3백73억원 증가한 39조9천7백77억원에 머물렀다. 결산부분을 반영하면 수탁고는 오히려 7천7백14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상대적인 수익률 면에서 해외 주식형보다는 국내 주식형이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은 상반기에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리츠 펀드의 저조한 수익률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펀드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수익률 관점에서 큰 재미는 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하반기 - 글로벌 악재와의 한판 대결

3분기 이후의 주식시장은 대외적인 악재 요인들이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였다.  국내 시장은 3분기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들과 대내적으로는 각종 경제지표에 기초한 양호한 펀더멘틀, 국내 증시의 저평가라는 긍정적 견해가 팽팽한 전력으로 맞서는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다시 악재로 불거지면서 코스피는 글로벌 신용 경색 우려로 인해 사상 최대의 급등락을 겪기도 했다.

 

최고의 수익률도 분산할 때 가능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의 주식시장은 알려진 악재들이 한 번씩 불거질 때마다 시장이 요동을 치는 본격적인 변동성 장세에 접어들게 되었다. 3분기만 보면 코스피지수는 11.64% 상승했으며 업종 대표주 및 우량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들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분기, 혹은 반기 성과를 비교해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상대 순위가 얼마나 민감한가를 알 수 있다. 중소형주가 장을 주도하던 상반기에 최고의 수익률을 보였던 펀드들은 3분기 이후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업종 대표주, 우량주만을 편입하는 펀드들이 최고 수익률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에서도 분산이 중요한 이유이다.  해외 펀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해외 주식형 펀드의 3분기 수익률에서는 여전히 중국 투자 펀드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1월 말을 기준으로 한 3개월 수익률은 중국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인도 투자 펀드들로 완전히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도 시장은 올해 들어 중국, 우리나라와 함께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시장 중의 하나이다. 중국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주목되며, 이미 많은 외국의 자금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일단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온 가운데 인도 시장에 대해서도 서서히 과열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신규 투자자라면 과거의 수익률을 참고로 다음 행보를 준비하며 분산해야 한다는 신호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