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새긴 ‘뜨개질하는 마음’
  • 김지수 인턴기자 ()
  • 승인 2007.12.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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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미술인의 날’ 대상 수상한 조각가 최만린씨
 
“내 일생 어머니 뜨개질하시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지난 12월5일 KBS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제1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행사에서 나온 조각가 최만린씨(72)의 대상 수상 소감이다. 자신의 평생 노력을 어머니의 뜨개질에 빗댄 것이다. 한 땀 실수에 풀어질까 한 코 한 코 꿰신 그 정성에 말이다. 그에게 조각칼은 어머니의 뜨개질 바늘이었다.
최씨는 한국 미술계를 총망라하는 상의 첫머리를 자신이 장식하게 된 데에 감사의 뜻과 함께 깊은 책임감을 표시했다. 그는 “국내에 국가 단위의 큰 행사가 생긴 것은 우리 미술계가 많이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이 ‘최만린’이라는 개인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의 미술 문화가 반듯하게 다듬어져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술인의 날 제1회 대회의 수상자로서 스스로를 잘 다져야 하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조각가로 50년을 걸어온 대한민국 미술계의 원로이다. 한국 추상조각의 대표로서 한국의 미를 그만의 추상에 담아냈다. 불안한 사회의 인간을 표현한 ‘이브’ 시리즈, 생명을 조형화한 ‘태’ 시리즈, 그리고 가장 최근의 ‘0’ 시리즈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대한민국 1세대 조각가’로서의 길 외에도 다양한 행로를 밟아왔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생계 때문에 1958년부터 3년간 라디오 아나운서로 일하기도 했다. 이때 평생 반려자가 된 탤런트 김소원씨를 만났고, 탤런트 최불암씨와 동서 간이 되었다. 작품 활동을 지속하면서 지난 40년간 서울대학교 미대 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촌장을 맡아 쉴 틈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그에게는 조각이 ‘삶’ 그 자체이다. 지난달에는 인사동 선화랑에서 ‘0’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다행히 미술계에는 정년이 없다. 체력이 달려 대농(大農)은 지을 수 없지만 내 텃밭 같은 작품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농사꾼이 농사꾼으로 죽어야 하듯 나는 조각가로 죽고 싶다. 하늘에서 정해준 이 업(業)을 노예가 된 마음으로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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