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송은 특이한 문화”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7.12.17 11: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립 티에보 주한 프랑스 대사가 말하는 ‘한국과 프랑스 대선 비교’

 
대선 레이스가 종착점에 도달했다. 상대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는 선거운동, 자극적인 캠페인 문구에 흥분한 미디어까지 가세해 전국이 들썩이는 우리의 대선 레이스를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 외교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중에서도 특히 지난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의 대선 레이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듯하다. 마침 필립 티에보 주한 프랑스 대사(사진)가 12월7일 주요 언론사의 전직 파리특파원들을 초청해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국과 프랑스 대통령 선거운동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개인적인 소회를 피력했다.

프랑스와 한국은 모두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선거운동은 유행가를 개사한 후보들의 로고송을 크게 틀어놓은 선거운동 차량이 거리 곳곳에 돌아다니고 후보들이 시장이나 지하철역을 돌며 선거 유세를 벌이는 등 프랑스에 비해 시끄러운 편이다. 양국의 대통령 선거 운동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한국 사람들이 워낙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각 후보들의 캠프에서 널리 알려진 노래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웃음). 프랑스와 한국의 선거운동 양상이 다른 가장 큰 원인은 투표 방식에 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두 차례로 나뉘어 치러진다. 유권자들이 두 차례 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1차 투표와 결선 투표의 선거운동 전략이 다르다. 결선 투표는 득표 수 순으로 상위 두 후보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탈락한 경쟁 후보의 지지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당 출신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선거 전략을 잘못 수립한 것이 패인이 되었다. 조스팽 총리 진영이 승리를 자신한 나머지 1차 투표를 위한 별도의 선거 전략 없이 2차 투표만을 대비한 선거 전략을 밀고 나가 사회당 지지층이 극좌파인 공산당을 선택하거나 우파 쪽으로 가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이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극우파인 국민전선이 2차 투표에 진출하는 이변을 낳았다.) 
프랑스에서는 후보 간의 TV 토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데 한국은 TV 토론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TV 토론은 1974년 대통령 선거에 처음 도입되어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후보에 뒤져 있던 지스카르 데스탱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는 대역전극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TV 토론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시청자들이 두 후보의 직접적인 맞대결을 지켜보며 후보의 역량과 자질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과 프랑스의 대선 운동에 공통점이 있다면?
“정당이나 정책보다는 인물 자체를 중시하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각 대통령 선거마다 주요 이슈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2002년의 대통령 선거가 분배(민주화)였다면 이번 선거는 경제 부양이 관건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1995년의 경우 사회 양극화, 2002년의 경우에는 치안 문제였다. 올해는 국가 시스템 개혁이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화두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