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땐 극한 투쟁”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 승인 2007.12.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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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 / “행복 8010 전략으로 권영길 후보 대통령 만들 것”

 
"안녕하세요, 권영길입니다.” 80만 노동조합원을 대표하는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누구를 만나든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민주노동당 공동선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내가 싸울 때는 무서운 사람”이라며 웃었다. 지난 1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되어 11개월 동안 비정규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집회 등으로 길거리에서 살다시피 했던 그를 지난 12월11일 GM대우자동차 부평 공장에서 만났다.
이위원장은 단위 노조의 조직력 복원과 ‘권영길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강연하며 대선 주자 못지않게 강행군하고 있다. 이날도 부평공장에서 특강을 했던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노동운동은 더욱 극렬해질 것이고, 나 역시 싸우다 죽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이 이명박 후보를 공식 지지한 것에 대해 “노동자의 자존심을 저버린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무현 정권의 노동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낙제이다.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 ‘사용자에게는 대응권을 주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노동 3권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노동 관련 법안은 악화시켜놓고, 사용자 대응권만 대폭 강화시켜놓았다. 한나라당은 노정권을 좌파 정권이라고 하지만 절대 좌파정권이 아니다. 철저한 신자유주의 신봉자이다. 참여정부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했다. 참여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국민연금이나, 사립학교법이나 모두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 자기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몰고 갔다.
잘했다고 평가되는 것이 전혀 없나?
없다. 예를 들어 공무원의 단결권·단체교섭권을 인정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사항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조차도 무시해버렸다. 파업권을 제한한다고 비판받아오던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대체 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고, (철도, 항공 등) 필수 공익 사업장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파업권을 없앴다.
올해 노동계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이었나?
한·미 FTA가 졸속적으로 미국에 퍼주기 식으로 타결된 것이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운명을 상당히 옥죄어올 것이다. 또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였다. 지난해에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고 올해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통령도 만났는데 더 논의하고 토론해서 시행령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일주일 만에 그냥 통과시켜버렸다. 노무현 정권은 낙제가 아니라 마이너스이다.
이랜드와 코스콤 사태 등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은 최단 시일 내에 전면 재개정되어야 한다. 재개정 내용 안에는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는 사유를 사전에 제한하는, 사전 사용 사유 제한 제도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두 번째로 사내 하청에 대한 새로운 특별법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세 번째는 노동조합도 차별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비정규직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린다. 그리고 파업을 했다 해서 우리나라처럼 해고되는 나라는 없다. 파업권이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1997년 대선에서 진보 진영 후보는 30만 표, 2002년에는 95만 표를 얻는 데 그쳤다. ‘8010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2002년 대선은 결코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이회창보다는 노무현이 낫지 않겠는가 하는 의식이 민주노총 내부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무전문직 부문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있다. 그래서 내가 강연을 하고 다니지만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내년 총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다시 조직하면 된다(민주노총은 업무를 중단한 채 대통령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소위 ‘행복 8010 전략’을 내세우며 80만 조합원이 주변의 10명을 조직하면 8백만 표를 얻을 수 있고, 여기에 농민 3백50만 표, 도시빈민 2백50만 표가 합쳐지면 권영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한국노총은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한국노총 지도부에 대해서 ‘잘했다’ ‘잘못했다’를 떠나서 노동자의 자존심을 저버린 행위이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이번 선택에 대해 분명하게 심판할 것이다. 또 이명박을 선택했던 (한국노총 조합원) 9만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권영길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 한국노총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역사적으로 50년을 후퇴한 것이다.
권영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민주노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가 되면 더 극렬해질 것이다. 죽이려는 자와 살려는 자와의 싸움이라고 본다. 그 사람은 강성 노조인 민주노총을 죽이겠다고 수없이 얘기하지 않았나. 우리 조합원을 죽이겠다는데 더욱 극렬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민주노총이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올해 싸워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조직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특히 금속연맹이 FTA 투쟁을 하면서 피로가 쌓였다. 다른 조직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밟히자’ ‘밟히면 꿈틀 한다’라는 전술로 했다. 작년에는 12번의 총파업을 했지만 자본을 제압하지 못했다. 올해는 한 번의 총파업도 없이 현장 속으로 들어가 조직을 복원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분노를 느끼게 하면서 내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6~7개월 동안 조직력을 복원할 것이다. 그러면 조합원들이 능동적으로 치고 나올 것이다.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올해 대통령을 포함해서 장관들과 끊임없이 만났다. 더 중요한 것은 해체 대상이라고 했던 재벌들한테도 한국 경제를 위해 공개적으로 토론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노총이 가야 할 길은 하나이다. 준(準) 경제단체가 되든지 아니면 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싸우든지 선택해야 하는데 이제는 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큰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권영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보위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이 필요하다. 만약 다른 정권이 나오면 민주노총은 한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가 되더라도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되면 싸우다 죽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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