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핸드볼팀 “정의의 공을 다시 받아랏!”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7.12.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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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승리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정의의 편이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불의와 싸워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희열을 느낀다. 영화 속 세상에서는 대부분 정의의 편이 승리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결과를 얻어내는 것보다는 허점을 노리고 편법을 사용하는 편이 더 수월하다.
원칙에 가장 충실해 경쟁을 벌이는 스포츠에서도 편법으로 인한 공정성 시비가 종종 벌어진다. 지난 9월 쿠웨이트에 패해 올림픽 본선 진출 직행에 실패했던 남자 핸드볼의 경우가 그랬다. 당시 동영상을 확인한 많은 네티즌들은 어느 정도 몸싸움이 허용되는 핸드볼 경기에서 몸에 닿기만 해도 휘슬을 불어버리는 심판의 모습에 분노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편파 판정으로 노메달에 그친 사건의 데자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의가 웃었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지난 12월18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이 주관한 베이징올림픽 핸드볼 남녀 아시아 예선전을 취소하고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 새로 치를 예선전은 IHF가 심판 배정부터 모든 관리를 직접 맡게 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이기도 한 아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쿠웨이트 왕자가 회장으로 있는 AHF의 전횡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아시아핸드볼에서 중동 세력의 입김은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였다.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곪아 있다가 이번에 해소된 것이다.
현실에서 정의가 승리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모습을 한국 핸드볼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지만 선수들은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을 통해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과 많이 닮아 있다. 실제로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새로 치러질 예선전에서 핸드볼 남녀 대표팀이 승전보를 전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선수들은 공정한 상황에서 경기를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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