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건축’ 프로젝트 뜬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7.12.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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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 시대’가 열렸다. 이념 갈등의 시대를 넘어 경제와 실용·통합을 중시하는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위 후보를 5백만 표가 넘는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다. 경제계에서 ‘신화’를 쓴 그는 정치권에서도 신기록을 세우며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48.67%(1천1백49만2천3백89명) 득표라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그에게 양날의 칼이다. 잘하면 든든한 반석이 되지만 잘못하면 언제든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이당선자는 당에 세력이 없는 비주류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것이다’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큰 것이 역설적으로 이당선자에게 엄청난 짐이 될 수 있다.
승리의 월계관을 썼다고 그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도 아니다. 당장 지난 12월17일 국회가 의결한 ‘이명박 특검’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라”며 내친 김에 여세를 몰아 이 문제를 일단락지으려는 태세이다. 이당선자도 “특검에서 무혐의가 되면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범여권 입장에서 ‘이명박 특검’은 든든한 무기 가운데 하나이다. 쉽게 놓을 리가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측은 “대선 결과는 대선 결과이고, 특검은 특검이다”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12월2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그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새롭게 논의된 바가 없다. 청와대 입장은 지난번에 말씀드린 바 있다”라며 특검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2008년 4월9일 열리는 제18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도 변수이다.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과반수 내지는 1당을 확보해야 국정을 원활하게 추진해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총선 공천과 2008년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분열하지 않고 갈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이명박 정부’의 순항 여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당선자는 이런 과정을 ‘성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그는 한마디로 ‘일하기 위해’ 대통령에 도전한 사람이다. 일하는 것을 즐기고 거기서 성취감을 얻는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공사와 교통 체계 개편 등 굵직한 일들로 승부를 본 그는 대통령 직무에도 자신의 장기인 ‘일’을 통해 평가받으려 하고 있다. 그는 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가 있다. 그는 경부고속도로나 대규모 공업단지처럼 눈에 보이는 업적을 남겼다. 사람은 눈으로 보면 가장 확실하게 설득당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직후부터 구체적 정책 마스터플랜 연구

이처럼 이당선자는 대한민국을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세워놓고 있다. 어떤 수순을 밟아 어떤 일부터 먼저 시작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굵직한 줄기들은 이미 잡혔다. 이당선자측은 지난 8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직후부터 조직적으로 구체적인 정책 마스터플랜을 짜왔다. 선거 과정에서 정책을 총괄한 일류국가비전위원회(비전위·위원장 김형오)가 중심이었다.
비전위의 한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손대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파악이 끝났다. 이를 바탕으로 인수위를 거치면서 정부측과 적용 가능성 등을 따져본 뒤 정책을 확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분과별로 수십 차례의 토론을 거쳐 개별 현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안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다”라고 전했다. 보안을 유지한 탓에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공공 기관이나 공기업 개편에 대해서도 윤곽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선진화포럼’ ‘뉴라이트정책연합’ ‘바른사회 시민회의’ 등 우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내용들이 모두 검토되었다.

 

이 과정에 이당선자도 깊이 관여했기 때문에 단순한 안이 아니라 힘이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개헌 문제의 경우, 토론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기도 했다. 정치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정당 구조 등을 바꾸는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예민한 부분이다. 비전위 한 관계자는 “후보 시절 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후보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혹시라도 표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까 봐 내린 결정이었다.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18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용역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11월 초 발주한 용역 프로젝트의 제목은 ‘정부 부처와 공기업 개편 방안’이었다. 이처럼 대선 이후 인수위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들이 이제 하나 둘씩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정책위와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여의도연구소 그리고 외곽 포럼들까지 이런 안을 만든 조직은 여럿이다. 이제는 경제 분야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씨줄 날줄이 꿰어졌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당선자 주변 인사들은 당선이 확정된 뒤에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미 어느 정도 마스터플랜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 1년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측근들은 2008년을 세 시기로 나누어 보고 있다. 우선 4월9일 총선이다. 대선 1백10일 뒤, 취임 40여 일 뒤에 치러질 총선 결과는 향후 4년 동안 ‘여의도 권력’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중심이 되어 곧 구성될 공천심사위원회는 외부 인사 중심으로, 계파에 관계 없이 합리적인 성향의 인사들로 짜일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박근혜계 숙청설’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대신 대선 득표 결과와 당선 가능성, 지역에서의 평가 등이 잣대가 될 것이다. 이당선자의 한 측근은 “공천 과정에서 계파 운운하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갈등하다가 갈라지기라도 한다면 그 순간부터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의 정무 기능이 상당히 강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당에 취약한 기반을 갖고 있는 당선자가 유기적인 관계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정무 기능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폐지되는 대신 정무수석이 부활하면서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여권이 ‘이명박 특검’을 통해 얻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특검 수사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은 적도 없고 실제로 이당선자의 혐의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대신 ‘김경준 기획입국설’ ‘김경준 메모 조작설’ ‘이명박 동영상 CD 공작설’이 퍼지고 있다. 이런 사건 막후에 여권의 공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당선자측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다. 그렇게 보는 근거가 있다. 두고 보면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 또 한 변곡점은 7월 전당대회이다. 강재섭 대표의 임기가 이때 끝나는데 당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이당선자와 당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도 있다.
마지막 시기는 9월 정기국회이다. 총선과 전당대회를 구상대로 잘 치른다면 이당선자측은 이때쯤 카드를 빼든다는 계획이다. 1차 대상은 공직 사회가 될 것이다. 이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당선자는 평소 공직 사회부터 바꿔야 민간으로 개혁 효과를 전파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라고 전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동안 공기업과 정부 기관의 방만한 운영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높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일대 수술은 큰 박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진작부터 통·폐합이 거론된 정부 부처와 공기업·위원회 관계자들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한나라당의 개편안을 검토해왔다. 폐지설이 나도는 국정홍보처와 당선자가 과거에 ‘무용론’ 대상으로 거론했던 행정자치부 등이 좌불안석이다. 통·폐합이 거론되는 부처들은 서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논리를 설파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찾고 있다.
이당선자는 이렇게 2008년 한 해 동안 바닥을 다지고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구상을 가다듬은 뒤 2009년부터 ‘대한민국 개조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는 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대운하, 국제 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 새만금 국토 개발, DMZ 구상, 시베리아 가스 도입 사업이 그것이다.
찬반 논란으로 설왕설래가 이어졌지만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이당선자의 생각은 확고하다. 때문에 현실화할 것이다. 이당선자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시작할 때도 구약성서에 나오는 유대교 재건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인 ‘느헤미야’를 떠올리곤 했다고 개신교 인사들은 전한다. 낙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백성들을 독려해 예루살렘을 재건하기 위해 일했던 느헤미야와 같은 사명감을 그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당선자가 국회의원이던 시절인 1996년 7월에 벌써 대정부 질의를 통해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경부 운하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주목된다. 이당선자에게 ‘한반도 대운하’는 초보적인 구상이 아니라 이미 10년 이상 검토하고 준비해와 ‘실행만 하면 되는’ 구상이다. ‘역사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라고 믿는 그는 “4년 내에 완공해 제2의 경제 도약을 이루겠다”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 사업을 재검토하기보다는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나설 것이다.

새만금·DMZ 획기적으로 개발…시베리아 천연가스 도입에도 박차

 
‘한반도 대운하’는 기초 과학과 원천 기술을 연구·개발해 기업화하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과학 비즈니스 도시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이당선자는 평소 1970년대는 산업 비즈니스 시대, 1990년대는 기술 비즈니스 시대였다면 2010년대에는 과학 비즈니스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과학자 3천여 명이 근무하는 과학 비즈니스 도시는 피를 생산하는 심장 같은 곳이고 운하는 그 피가 도는 혈관이라며 이 두 프로젝트가 한국의 성장을 주도할 쌍둥이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과학 비즈니스 도시는 충남 대덕과 충북 오창 등을 잇는 충청권에 건설될 가능성이 크다.
‘새만금 개발’은 이당선자가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라고 공약하면서 주목되었다. 간척 사업을 하면서 생겨난 광활한 토지에 두바이와 같은 최첨단 물류 및 관광 도시를 건설하고 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감독원 회장(전 HSBC 은행장)을 선대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 눈에 띈다.
‘DMZ 구상’은 남북 관계의 진전 여부와 맞물려 관심을 끄는 프로젝트이다. 수많은 절차와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실현된다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당선자는 DMZ와 관련해 다음 몇 가지 구상을 갖고 있다. 우선 ‘무공해 영농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영농을 해 쌀은 북한이, 채소는 남한이 가져가는 식이다. 기반 공사는 남한이, 노동력은 북한이 제공하면 된다고 본다. 서해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남북이 나누어 쓰고, 청정산업단지나 생태공원, 스포츠·컨벤션 센터, 공연장 등을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나들섬 구상’도 이와 맥락이 같다. 비무장 지대 한강 하구에서 준설로 얻어지는 토사를 모아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섬을 만들어 남북경제협력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DMZ 구상과 나들섬 구상은 남북 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풀어가는 것이 통일을 앞당길 수 있고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이당선자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이당선자가 오랫동안 구상해온 것은 ‘시베리아 천연가스 도입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12월14일 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이 공동 연구를 개시하기로 하는 등 이미 가시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추진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당선자는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고르바쵸프를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상당히 진전되어 옛 소련측과 약정서까지 체결했지만 소련이 붕괴되면서 무산되었다. 이당선자는 시베리아-중국-북한-인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만든다면 남북 경협도 크게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당선자는 기업인 체질이 몸에 밴 사람이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가능성이 있다면 뛰어든다. 그리고 끝까지 집요하게 추진해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한 측근은 “그는 현장을 많이 방문하고 직접 정책을 추진하는 ‘국민 정치’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여론의 힘을 업어 ‘여의도 정치’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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