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산 대하 역사물…교황 알렉산더 6세의 ‘바티칸 말아먹기’
<보르히아>는 역사 소설을 영화화한 역사물이다. 지난 2006년 스페인의 안테나 아라곤사가 제작한 이 영화는 아마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 중 교인 입장에서 보자면 그 추악함이 가장 신랄할 것으로 보인다. 근친상간 등 인간이 가진 원초적 본능이 스크린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보르히아>는 아버지 로드리고 보르히아(로베르토 알바레즈 분)가 교황으로 추대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로드리고의 숙원은 보르히아 가문의 영광이다. 가문의 번창을 위해 그는 큰아들 체사레(세르지오 멘체타 분)를 추기경에 임명하고 작은아들 후안을 바티칸 군의 대장 자리에 앉힌다.
체사레는 추기경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지만 사실은 전투에 나갈 때마다 공을 세우는 동생 후안에 대한 질투가 더 크다. 교황 로드리고의 엽색 행각은 모두 바티칸 숙사에서 벌어진다. 역사 자료에 따르면 그는 15세 소녀와 하룻밤에 11번의 정사를 치르다 상대를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호색한이었다. 그가 추기경이나 공작들을 위해 벌이는 향연은 주지육림이다. 무희들은 모두 전라로 춤을 추고 초대받은 손님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음욕을 채운다.
주지육림의 바티칸, 보르히아 제국의 꿈을 꾸고
로드리고는 권력의 확장을 위해 딸 루크레치아를 정략 결혼에 이용한다. 손을 잡아야 할 상대이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의 훗날을 위해 결혼과 파혼을 거듭한다. 그때마다 체사레는 온갖 구실을 붙여 여동생의 남편을 살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벌인 파티에 참석하고 돌아가던 후안이 죽는다. 로마 사람들은 모두 체사레가 동생을 죽였다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는 어떤 암시도 주지 않고 있다. 후안이 죽은 후 교황 로드리고와 대장 자리에 앉은 아들 체사레는 점점 더 야욕을 불태운다.
그들은 이탈리아를 보르히아 제국으로 만들 꿈을 꾸는 것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서 근친상간, 살인 등 인간에게 죄악으로 치부되는 모든 악행을 저지르는 두 부자를 보는 관객들은 차라리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할 수 없는데 지난 역사 속에 저런 인물이 있었다니…. 12월27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