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주화의 열정 모은 서정민갑씨
연구와 수집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민중 가요권에서 활동했거나 지금도 활동 중이다. 총괄 작업을 맡은 서정민갑씨(36) 역시 적잖은 시간을 민족음악협의회에서 보낸 대중음악평론가이다. 서씨는 “민주화 운동을 했거나 예술 비평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장르의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도 그런 공감대가 있어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더구나 민중가요는 반체제 성격을 띠어 공식적으로 보관·복원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더 뜻이 깊었다”라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악보집 발간 외에도 민중가요 테이프와 음반을 수집해 디지털 음원화하고 관련자들의 구술을 채록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되었다. 구술 채록에는 <광야에서>를 만든 문대현, 광주에서 활동한 박종화·정세현 등 40여 명이 대상자가 되었다. 채록 과정은 쉽지 않았다. 워낙 오래전 기억인 데다 대상자들의 기억이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든 채광 작업에서 좋은 금이 캐어지듯 중요한 역사를 기록하는 노력 속에 새로운 사실도 발견되었다. 고려대 노래패 ‘노래얼’의 회장이 1985년 당시 동아리방에서 팝송을 부르고 있던 멤버의 기타를 두 번이나 부셔서 밖으로 던져버렸던 일화도 알려지게 되었다. 서씨는 “구술 채록이 공개되면 오직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한 몸 바친 이들의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술 채록은 2009년 상반기 중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서 열람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다. 디지털 음원은 2009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저작권 관련 협의를 거치고 있다.
민중가요를 예술의 한 장르로 복원해 기록한 이번 책자에 대해서 벌써부터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씨는 “이후의 세대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자료라서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민주화를 염원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노래는 멀리멀리>를 통해 과거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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