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도 방법도 잘못된 ‘대못’은 빼내야 한다
  • 이재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
  • 승인 2007.12.2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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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브리핑룸 제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꼴…언론의 문제는 언론의 자율적인 규제로 해결해야

 
2007년 한 해 언론계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화두는 기자실 통·폐합을 둘러싼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었다. 이는 지난 5월부터 통합브리핑룸 제도 실시로 본격화되었고, 10월 들어 37곳이던 기자실을 세 곳의 통합브리핑룸으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 사이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외교부 출입 기자들은 새로운 브리핑룸 이전을 거부하고 세종로 중앙청사의 로비에서 송고하고, 경찰청 출입기자들과 국방부 출입기자들도 국민의 알 권리와 기자실 사수를 외치며 밤샘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언론사들은 연일 성명서를 냈고 전국 47개 언론사의 보도·편집국장들이 모여서 정부의 취재 봉쇄 조치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4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문제가 커지자 대통령 후보자들도 당선되면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2월19일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되어 현 정부의 언론 정책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정 언론 특혜 사라졌다 해도 본질적인 이익 침해 소지 더 커

재임 기간을 얼마 안 남기고 노무현 정부는 왜 이렇게 무리하게 언론 정책을 펼쳐야 했을까? 일부 학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언론 정책을 현실성을 결여한 채 너무 이상만을 강조한 통치스타일의 연장이라고 바라본다.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강력한 규제론이 기자실 통·폐합 조치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언론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는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 무리수에 다름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왜냐하면 이번 조치는 언론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그 결과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기자실에서 개방형 브리핑룸 형태로 가는 것은 선진화의 방향이라는 측면에서 옳다고 보고, 관언 유착 관계가 개선되고 특정 언론에 대한 특혜가 사라지게 된 점을 높이 사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통합브리핑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익보다 더 중대한 본질적인 이익의 침해 소지가 더 크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7월 문화일보 등은 이러한 정부의 조치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침해 등으로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지 않았으나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측면이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목적의 정당성이다. 즉, 노무현 정부가 실시하려는 조치가 안전 보장이나 공공 복리 증진 등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통합브리핑룸을 통해 다매체 시대에 맞춰 인터넷 매체나 전문지 등에게도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많은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서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 약 2천여 개의 언론이 존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다. 또한 기자실을 언론 담합의 산실로 규정하고 이러한 폐해를 뿌리 뽑자는 의도에서 실시된 조치는 국민들을 위한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을 겨냥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공익의 달성이라는 측면에 부합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언론의 취재·보도 자유는 권력을 감시하는 공익 추구

 
다음은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이 적절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비록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적절하였는지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목적 달성을 위해 정보원과의 대면을 제한하고 기자들을 기자실에서 끌어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이었는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언론인들은 본질적으로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그 역할로 인해 존재감을 확인하는 사람들이다. 언론의 공적 역할 중의 핵심은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것이며 언론의 취재·보도의 자유도 이러한 공익에 봉사하기 위해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인들에게 취재·보도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 반면 강제적인 기자실 통·폐합은 정부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회피하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피해의 최소성이다. 이는 방법이 적절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방법을 통한 조치의 실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즉, 공익의 실천에 있어 불가피하게 따르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기자실 통·폐합은 언론에게 단지 주어지는 기사를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만을 강화하게 하고 진실을 파헤치고 기사를 발굴하는 언론의 역동성을 약화시키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자실 통·폐합은 모든 언론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 결과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거의 모든 언론들이 예외 없이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하고 나선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피해의 최소성과 함께 대안적 방법이 없는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언론을 개혁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강구될 수 있음에도 굳이 기자실 통·폐합을 강행하려고 한 것은 대안적 측면에서도 합리화되기 힘들다. 오히려 다른 방식의 언론 지원 방안을 강구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다시 말하자면 언론과 정부가 더욱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의 통·폐합 조치는 오히려 그 소통을 막아버려 헌법상의 과잉 규제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그 대안을 좀더 신중하게 그리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여 살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의 조치가 헌법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정책적인 측면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언론에 대한 정부의 규제 정책은 절차상의 잘못을 제외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차기 정부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이전에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로 논의가 귀결된다.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기자실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원상 복구가 될 것인지, 되더라도 어느 정도 기간에 걸쳐 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재 추진 중인 기자실 통·폐합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21세기 미디어 위원회’에서 정책적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예정된 신문법의 개정 방향과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총리훈령과 정보공개법에 이러한 논의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총리훈령 보완작업을 지켜본 후 추후에 개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단체들과 언론 관련 시민단체, 관련 정부 기관 그리고 언론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통해서 대안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비록 어떠한 정책이 수립될지는 모르나 그 정책의 수립은, 언론의 문제는 언론의 자율적인 규제로서 해결해야 하며 최대한 많은 언론이 정부와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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