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품 ‘제멋대로’ 징계는 ‘편한 대로’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7.12.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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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관, 밀수품 관리 ‘구멍’…개인 차로 옮기다 적발돼

'관세 공무권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준수합니다.’ 인천세관 민원실 입구에 걸린 안내문 내용이다. 관세청은 최근 청렴한 조직문화 조기 정착을 위한 직원 행동강령을 선도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세관 직원이 규정을 어긴 채 밀수품을 자신의 차에 실었다가 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의해 적발되는가 하면 관세청 감사반원들이 이 직원을 봐주려다가 엄중 경고를 받고 문책 인사를 당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ㅎ씨를 포함한 인천세관 직원들은 서울 중구 남창동의 한 오피스텔 비밀 창고를 덮쳐 이곳에 숨겨져 있던 중국산 로렉스를 포함해 까르띠에, 루이비통 등 이른바 ‘짝퉁 명품’ 1만8천여 점의 밀수품을 압수했다. 시가로 치면 3천억원 정도 되는 규모이다. 세관 직원들은 압수한 밀수품을 인천세관 청사로 옮겨왔고, ㅎ씨는 이 가운데 19점(7천8백만원 상당)을 뒷마당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SUV 차량에 싣다가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의해 적발되었다.
인천세관측은 “이 물품은 가짜 상품 전시실에 있는 전시물을 교체하기 위한 것이다. 압수품 이송 차량이 아닌 개인 차에 물건을 실은 것은 담당 계장이 착오해서 벌어진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을 적발한 암행감찰반이 확보한 진술서 내용은 전혀 다르다. 한 직원은 “압수 물품에 대한 관리는 전산으로 하고 있다. 외부 반출시에도 반출 목적이나 기간 등을 반드시 게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또 다른 직원도 “물건을 옮긴 직원 모두가 용처를 알지 못한 채 당시 압수수색을 지휘했던 총괄과장 ㅎ씨의 지시에 응했다. 반품 물건 19점 또한 압수품을 나르는 공무 차량이 있음에도 개인 차를 이용했다”라고 진술서에 밝혔다.
뒤늦게 감사에 착수한 관세청 감사관실의 행동도 납득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50여 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징계위원회조차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징계위원회를 통해 해당 직원들을 조치할 것을 제안한 국무조정실의 권고마저 묵살했다.
관세청은 이 문제가 국정감사와 검찰 내사 등을 통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되자 물품 반출 당사자인 ㅎ씨를 엄중 경고 조치하고 지방으로 전보 발령했다. 또 본청 감사관실 직원도 감사 보고서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고와 함께 일선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뒤늦은 문책성 인사를 놓고 인천세관과 관세청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세관이 그동안 ㅎ씨의 복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선 관세청 감사관실도 인천세관의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ㅎ씨는 문제의 사실이 적발된 1주일 후인 9월 초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인천세관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내부 감사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백 주장하던 인천세관, 문책성 인사는 왜 했나

 
이와 관련해 관세청측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오해를 살 만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비위 사실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압수된 물품을 전시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ㅎ씨가 일지를 쓰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 이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감사관실 직원을 전보 조치한 것도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기 위함이지 다른 문제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재경위 소속)을 통해 입수한 당시 사건 기록을 보면 이같은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반출 물건을 나르는 공무 차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차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업무상 실수라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밀수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살 만하다.
이혜훈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관세청은 의혹이 제기된 인천세관에 서면조사와 같은 약식 조사로 일관함으로써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세청 감사관실은 당시 서면조사로 사건 조사를 대체했다. 인천세관이 “물품 내용으로 보아 문제의 물건은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임의로 유출하려 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라고 답변하자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의 “징계위원회 개최” 권고조차 묵살

사정이 이렇게 되자 검찰 등 일부 수사기관에도 관련 사건에 대한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관세청 자체 감사가 지지부진해지자 검찰 등에도 제보가 들어가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모럴해저드 방지와 함께 압수 물품 관리 강화 방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재경위)이 올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4~2007년 10월 말) 비위로 구속된 세관 공무원 수는 13명에 이른다. 이 중 11명은 납세자로부터 직접 금품을 수수했고, 나머지 두 명은 밀수에 직접 가담했다가 적발됐다.
이의원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통관에 관여하는 일선 세관의 과·계장급 직원들이다. 관세청의 비위가 이미 정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중 8명은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되었으며 자체 적발은 3건에 불과하다. 향후 내부 감사 강화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비위 직원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의원은 “구속된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견책이나 감봉이 절반을 차지했다. ‘내부 직원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로 자칫 더 큰 비위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측은 “일단 물품을 반출하는 과정에서 일지 등을 쓰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ㅎ씨 자신도 이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편취 등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부적으로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마련 중이다. 물품을 반출할 때는 반드시 일지를 쓰도록 해서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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