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증시 ‘길몽’ 꾼다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7.12.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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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펀드 / 한국·중국·미국 증시, 큰 악재 없이 무난할 듯 해외 펀드 투자는 중국 본토보다 홍콩 시장이 유리

 
주식시장이 연말 시즌에 한 해를 정리하며 전체적으로 맥 빠진 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적인 등락 이외에는 뚜렷한 이슈나 주도 세력, 주도주가 없는 조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산타는 랠리를 선물할 생각이 없는 듯하고 연말의 윈도드레싱 효과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순히 연말이라는 시기적인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잘나가던 2007년 세계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발목을 잡힌 채 내내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이미 익숙해져서 충분한 내성을 키운 것 같다가도 한 번씩 터져나오는 미국 대형 IB들의 손실 소식에 시장이 출렁거리는 양상이다.
문제는 아직도 서브프라임에 의한 전체 손실 규모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신규 부실의 논란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주택 경기는 2008년에도 부진할 전망이다. 아직 주택 가격에 추가하락 요인이 남아 있으며, 이 경우 부실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가적인 부실 발표로 인한 서브프라임의 악몽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브프라임 악몽 불구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 높아

그럼에도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우세한 분위기이다. 1분기에 최저 수준인 1%에서 2.4%의 경제성장 이후 2분기 이후로는 2% 이상 최대 3% 정도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을 1.9%로 가장 낮게 전망하고 있는 반면 와코비아와 크레딧스위스는 2.5% 정도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미국의 IB들은 2.3% 정도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S&P500 지수는 평균 10% 이상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경제성장률은 IB들 중 가장 낮게 전망했음에도 S&P500 지수 상승률은 12.7%로 전망해 베어스턴즈 다음으로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리먼브러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로 각각 9.6%와 9.3%를 제시했다. 이 정도의 전망이 대세라면 2008년 미국 경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성장 속도나 경제 규모 면에서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는 시장이 되었다.  2007년 하반기 이후에 지속적으로 제기된 경기 과열이나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여전히 가장 밝은 전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중국 당국은 최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기 과열 억제를 위해 정책을 기존 온건 긴축에서 본격 긴축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결국 인플레 압력이나 자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에 적용한 지불준비율 인상이나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 자체의 상승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항생은행은 2008년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20%에 이를 것이며 경제성장률도 10%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경기 위축도 베이징에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밸류에이션에서 매력이 있는 H주가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은 2008년 투자 전략에서 A주와 H주의 프리미엄률은 35%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홍콩 항생지수의 내년 주가 상승률은 20%로 전망하고 있다.  메릴린치 역시 홍콩 주식과  H주식이 여전히 매력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 가치주 중심의 펀드 투자가 적절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내년 전망은 올해만큼 밝지는 않다. 물론 2000포인트를 몇 차례 경험하고 조정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경제 전반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주가지수 최고점은 2500 이하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 수준을 1750 수준으로 본다면 최대 40% 이상의 수익률이고, 2000포인트를 기준으로 해도 25%의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매력적인 수준이 아닐 수 없다.
2008년의 전략은 2007년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7년 펀드 투자의 기본 전략은 국내와 해외의 비중을 6 대 4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었으며, 이 전략은 새해에도 유효하다. 물론 주식 투자분에만 해당되는 전략이다. 6%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이나 정기예금의 매력도 커지고 있으니 일정 부분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내년 국내 증시는 1/4분기까지는 뚜렷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투자의 경우 적립식으로 꾸준하게 투자해 자금을 모으기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가치주 중심의 펀드 투자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투신이나 삼성투신의 펀드들이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다소 공격적인 운용을 하는 미래에셋 펀드로의 투자도 적절할 것이다.
해외 펀드의 경우 중국 시장의 모멘텀은 아직 살아 있으며, 20%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홍콩 H지수 및 항셍지수를 감안할 때 중국 본토보다는 홍콩 시장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행 시기가 연기되었던 적격 국내개인투자자(QDII)와 국내개인투자자(DII) 확대를 통해 중국 국민들의 홍콩 주식 매입이 내년에 실시될 가능성까지를 고려하면 매력은 한층 커진다. 중국의 ‘A’증시와 홍콩의 ‘H’증시에 동시 상장된 주식의 밸류에이션 갭이 50% 내외에서 35%로 줄어든다면 홍콩의 증시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의 중국 펀드 중 A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것보다는 홍콩 비중이 높은 펀드들이 좀더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펀드의 비중을 결정했다면 브릭스 중 인도나 브라질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펀드와 브릭스 펀드를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적절한 전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성장세가 급속하게 꺾이지 않는다면 안정적인 수익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컨슈머 펀드나 원자재 가격의 강세 지속에 따른 원자재 펀드들에 대한 투자도 유망할 것이다. 2008년도의 글로벌 경제전망은 2007년보다는 다소 보수적이지만 어둡지 않다. 적절한 분산과 꾸준한 관리를 통해 2008년에도 성공적인 투자가 지속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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