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기는 사람들 모임 만들었다”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7.12.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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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체험과 암 극복 위한 건강법 전파하는 홍영재 박사

"암을 극복한 의사’ 홍영재 박사(64)가 최근 ‘암을 이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발족시켰다. 암환자와 가족들이 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암을 극복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싸워나갈 힘을 주기 위한 홍박사의 오랜 구상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모임에는 국내 유력 금융기관과 언론사들이 후원하기로 해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재정적인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홍박사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활동을 한 다음 이 모임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암과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재단이 활성화되어 있다.
산부인과 개업의로서 한 달에 100명 이상의 신생아를 받아내던 홍박사는 지난 2001년 대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장암 치료를 위해 정밀 진단을 받던 중 신장에도 암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술을 받고 6개월간 항암 치료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암을 이겨냈다.
홍박사가 지난 2004년 자신의 암 극복 과정을 토대로 써내려간 <암을 넘어 백세까지>는 8만 부 이상이 판매됐으며 최근에는 개정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암 투병기와 암을 극복하기 위한 건강법을 전파하기 위해 지방 강연을 다니기도 했다. 그의 강연에는 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 암을 이겨낸 사람, 가족이나 친지가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만큼 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는 강연 외에도 자신을 찾아오는 암 환자들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이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홍박사는 전국 산부인과 개원의 협의회 부회장, 아시아성학회 부회장, 대한노화방지연구소 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지금도 현업에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암을 이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도 이제 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만큼 이제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되돌아보는 움직임이 필요한 때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처형이 유방암에 걸렸을 때 암을 경험한 자원자 두 분이 생면부지인 그녀를 찾아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주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그런 활동은 암환자나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된다. 이제 ‘암을 이기는 사람들의 모임’이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란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 몸무게가 15㎏까지 빠졌다고 들었다.
한창 활동할 때는 80㎏ 정도의 건장한 체구였다. 대장암과 신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나자 항암제를 이용한 항암 치료 과정을 준비해야 했다. 항암 치료는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며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당시 주치의가 항암제를 얼마나 사용할지 물어왔다. 5백㎎을 사용하면 고통이 작지만 재발할 확률이 높고, 7백50㎎을 투여하면 고통이 더한 대신 재발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내가 7백50㎎을 선택하자 주치의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약을 강하게 쓴 만큼 항암 치료 과정은 죽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입 안 전체에 물집이 잡혔고 목 안까지도 물집이 퍼져 있는 듯했다. 물 한 모금 먹기가 힘들었고, 계속해서 헛구역질이 나왔다. 고통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항암 치료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요즘은 세계적으로 항암 치료에 대한 정보 공유가 되어 있다. 단지 환자의 체형과 암의 성격, 의사의 성향 등에 따라서 어떤 치료 방법을 사용할지가 결정된다. 5년 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산부인과를 운영 중인 김대중 박사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미 간까지 전이된 상황이었다. 그는 전세계 최고라는 뉴욕의 캐더링 암센터를 찾아 최신 의학으로 간에 펌핑기계를 달아 항암제를 직접 간으로 주입하는 치료를 받았다. 장기에 직접 주입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암이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다. 결국 치료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항암제를 강하게 사용할수록 좋다는 것인가?
항암제를 강하게 사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약을 강하게 쓰다 보면 환자가 부작용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강한 항암제로 암은 치료했지만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경우에도 항암 치료로 폐암은 거의 완치됐지만 항암제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감기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항암제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 사람들 가운데는 항암제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꽤 많다. 항암 치료로 고통스럽게 삶을 연장하기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에 질 좋은 삶을 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라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믿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가 면역에 의해 암이 낫는 경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인체의 자연 치유력은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자연 치유력에만 기댈 수는 없다. 현대 의학은 암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암 환자들에게 현대 의학이 추구하는 치료를 우선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
갑상선암의 경우 실제 진행되어 문제되는 것은 천 명 중 한 명뿐이라고 한다.
암은 규정을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성질이 다 다르다. 같은 기관에서 발생한 암이라도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젊은 주인공 장준혁을 죽음으로 몰고 간 췌장암과 같이 고약한 암이 있는 반면에 갑상선 암과 같이 치료에 관계 없이 실제 라이프 사이클과 거의 같이 가는 암도 있다. 성질이 고약한 암일수록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 치료에는 수술, 항암 치료, 그 이후에 어떻게 생활하는가가 모두 중요하다.
암을 치료한다는 특효약과 민간 요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암환자들이 민간 요법에 기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버섯, 녹차 추출물, 오가피 가루, 동충하초 등 많은 식품들이 암 치료에 특효약임을 내세운다. 우리의 건강 보조 식품 시장은 규모가 4조6천억원에 달할 만큼 거대하다. 하지만 이들 식품의 대부분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그 출처나 가공 과정에 의심스러운 것이 많다. 암환자는 의사와의 상담을 거치기 전에는 이런 식품을 먹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가?
마음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평생 의사 일을 하면서 긍정적인 말로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완치율이 몇 퍼센트이다” “앞으로 얼마나 살 것이다”라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레지던트 2년차 때 난소암에 걸린 한 여성 환자를 만나고부터였다. 그녀는 개복을 하자마자 바로 덮었을 정도로 난소암이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상황이었다. 길어야 2개월 남짓 남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4년차 때 병원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치료를 그만두고 시골에서 생활하다 보니 암이 완치됐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환자 앞에서 위험하다거나 준비를 하셔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서슴지 않는 의사들이 여전히 있다.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그것은 오만한 행위이다. 이런 행동은 환자의 의지를 꺾는 것이고 실제로 예정보다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암환자 가족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암환자는 극도로 예민하다. 나도 항암 치료를 받을 때는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잠을 자기도 어렵다 보니 간호하느라 힘들어 곤히 자고 있는 부인을 보면서도 언짢은 마음이 들었다. 잘 성장해서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자랑했던 자식에게도 질투가 났다. 자신이 초라해지고 결국에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 지나가는 말이라도 섭섭한 말을 하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럴 때 암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가족들의 사랑이다. 시간 날 때마다 손잡아주고 안아주면 환자들에게 그 사랑이 전달될 것이다.
<암을 넘어 100세까지>를 보면 노화 방지(Anti-aging)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인간의 수명이 1백20세를 넘어 1백50세까지 갈 것이라고 했는데 의학적 근거가 있나?
물론이다. 우리의 평균 연령은 75.5세이고 여성의 경우 80세를 넘었다. 2020년이 되면 1백20세까지 수명이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요인으로 유전자를 들 수 있다. 많은 연구로 유전자에 대한 비밀이 풀리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디가 안 좋을지 미리 알 수 있게 되면 이를 이용한 예방이 가능하다. 현재도 피검사만으로 고혈압 등의 소인을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줄기 세포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명이 다한 장기를 교체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장수와 노화 방지를 위한 생활 습관을 들자면?
많은 이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충분히 자는 것 이 세 가지가 장수하는 비법이다. 소식은 장수의 기본이다. 사자는 힘들게 싱싱한 얼룩말을 잡더라도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먹는 것을 멈춘다.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은 위의 80%가 차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위의 1백80%까지도 먹는다. 포만감이 들더라도 계속해서 먹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칼로리는 죽어야 할 세포들을 살게 하고 이런 세포들이 이상 세포가 되고 암세포로 발전하게 된다. 열심히 움직이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칼로리를 충분히 소모해야 한다. 하지만 과한 운동은 금물이다. 과잉 운동은 오히려 노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노화가 진행되면 수면을 유발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적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낮에 활동하고 밤에 수면을 취하는 생활 습관은 멜라토닌이 적게 분비되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멜라토닌 1㎎만 먹어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항암·건강 식품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하루에 빨강, 노랑, 초록, 자주, 하양 5가지 색의 음식들을 모두 먹을 것을 권한다. 사과, 체리, 고추, 토마토 등의 빨간 음식은 라이코펜과 안토니아신이 풍부해 심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늙은 호박, 피망 등 노란 음식은 카로티 노이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면역 체계를 좋게 해주며, 대두콩, 브로콜리 등의 초록 음식은 루테인과 인돌 성분이 풍부해 치아 건강에 좋다. 알리신 성분이 풍부한 하얀 음식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마늘, 생강, 바나나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음식들이 모두 암 발병률을 낮추지만 최고는 자주색 음식이다. 안토시아닌과 페놀릭 성분이 풍부한 자주색 음식은 면역력을 증강시켜주고 심장 혈관 찌꺼기로 막히는 것을 예방해준다. 와인을 즐겨마시는 프랑스 사람이 심장병이 적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가지, 포도, 자주색 양배추 등이 자주색 음식군에 속한다. 
암환자가 유념해야 할 것은?
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가계적으로 암 인자 성향이 있는 사람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조기에 발견되면 대부분의 암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필수이다. 여유 있는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다. 유태인은 일을 할 때는 열심이지만 휴식을 취할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쉰다. 유태인이 암에 잘 걸리지 않는 민족인데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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