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친노 돌격대’, 생환할까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7.12.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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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천 / 통합신당 전당대회 결과 따라 윤곽 갈릴 듯…기세 오른 한나라당 물갈이 폭에도 관심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경기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은 51.88%이다. 전국 평균 48.67%에 비해 3%포인트 이상 높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3.55%를 얻는 데 그쳤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경기 지역 신당 의원들에게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역구가 49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는 그동안의 선거 결과를 보면 서울과 한 묶음으로 움직인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서울과 경기 지역은 영향력을 주고받는다.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용인 등에서 분구가 예상되는 등 2개 정도 선거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구 예상 지역에는 총선 출마자들이 더 몰리고 있다.
출마 예상자가 몰리고 있는 한나라당은 ‘공천 물갈이’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어느 정도 폭으로 이루어질지가 관심사이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앞장서 도운 인사들의 행보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원만하게 내부를 수습해가면서 공천 작업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의외의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광주 지역 이건희 도의원이 탈당해 이회창 후보를 도왔다. 남양주의 조정무 전 의원, 하남의 김영환 도의회 자치행정위원장도 이회창 후보를 위해 뛰었다. ‘이회창당’은 오는 2월 초쯤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인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회창 전 총재의 행보는 경기 지역 총선 구도에서도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신당, ‘손학규 합의 추대’ 무산되면 큰 소용돌이 예상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결과가 주목된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대부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지원했던 경기 지역 의원들은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손학규 전 지사를 내세웠으면 이렇게 참담하게 패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손 전 지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친노 인사들도 많아 현재 신당 내에 ‘합의 추대냐’ ‘경선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이른바 ‘친노 세력 물갈이’ 싸움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의 흐름대로 손 전 지사를 합의 추대하는 쪽으로 갈 경우 변화 폭은 크지 않겠지만 만약 손 전 지사가 마땅한 입지를 찾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극단적으로는 ‘탈당’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초·재선 의원들인 경기 지역 의원들은 신당의 경우 크게 보아 손학규 전 지사를 따르는 사람들과 이해찬 전 총리를 따르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경기 지역 총선을 바라보는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친노 인사들’의 생존 여부이다. 시흥 갑의 백원우 의원과 구리의 윤호중 의원, 부천 소사에서 출마하는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안산 상록 갑에 출사표를 던진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반노무현 정서’가 창궐하는 가운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보다 안팎으로 더욱 힘든 싸움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자칫하면 후보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다.
수원 팔달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이번에 승리할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당 대변인과 미래연대 대표 등을 지내며 독자적인 정치 이미지를 구축해 온 남의원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경기도지사 등 더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의원은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 영통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과 신당 김진표 의원의 대결도 볼만하다. 박의원은 이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원의 한 측근은 “아직 사무실을 낸 것은 아니지만 박의원이 영통 지역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부천 원미 을에서 벌어질 신당 배기선 의원과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의 대결도 관심을 끈다. 두 사람은 총선 때마다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패한 이 전 의원이 이번에는 설욕을 할 수 있을지가 포인트이다. 이 지역에는 민노당 최순영 의원도 도전장을 냈다. 최의원은 평소 성실하게 의정 활동을 해 높이 평가되었다. 배의원과 이 전 의원의 대결에 최의원이 가세한 것이 어떤 결말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부천 소사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과 신당 김만수 후보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보좌관을 지낸 차의원과 현 정권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후보의 대결은 김문수-김만수 대결에 이어 두 번째로 벌어지는 전투이다.
유시민 의원이 대구로 내려가면서 공석이 된 고양 덕양 갑 지역구에는 민노당 심상정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민노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전하며 주목된 심의원이 지역구에서 살아온다면 민노당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한 심의원은 ‘현장’ 이미지와는 달리 평소 논리적이면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되어왔다.
 

일산 갑 친노·친 이명박, 일산 을 여성 대결 볼만

 
고양 일산 갑에서는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한명숙 의원과 이명박 당선자의 일급 측근인 백성운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가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백 전 부지사는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퇴임 직후 열었던 개인 사무실인 ‘안국포럼’에서 좌장 역할을 했다. 현재는 대통령직인수위 행정실장을 맡고 있다. 온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신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서 호평받았던 한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셈이다.
인근 일산 을에서는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과 신당 김현미 의원의 ‘여성 대결’이 벌어진다. 남양주 갑에서는 신당 최재성 의원에 맞서 한나라당에서는 배일도 의원과 이명박 선대위에서 기획팀장을 지내며 기획력과 정세분석 능력을 인정받은 이태규 전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이 출사표를 던질 태세이다. 분구 예정인 용인 지역에는 한나라당 선대위 특별직능위원장을 지낸 우태주씨, 광주에는 선대위 경기도지원단장을 지낸 남궁형씨 등 ‘친 이명박 인사’들의 움직임이 부쩍 활발하다. 선대위에서 미디어홍보단장을 지내며 최측근으로 떠오른 정병국 의원의 지역구인 양평·가평에는 도전장을 내는 사람이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정의원의 지역구인 양평에서 62.70%를 득표해 경기도에서 최고 득표를 기록했다.
인천 지역의 경우 아직 정중동 상태이다. 서구 강화 을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밀었던 이경재 의원에 맞서 이명박 후보를 밀었던 박용호 전 의원이 최근 부쩍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최용규 의원의 지역구인 부평구 을에는 신당에서 홍미영 의원이 도전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진영관 변호사와 천명수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계양구 갑에는 신당의 신학용 의원에 맞서 이명박 후보 비서실에서 부실장을 지내며 내부 살림을 책임졌던 김해수씨가 도전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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